뉴스
home
이슈/사회
home

악양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사업, 제대로 해야 한다!

군청과 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요구부터 귀기울어 들어야

악양면에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공립어린이집이 건설된다. 하동군 가족정책과가 작성한 계획에 따르면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수용인원 24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악양면 (구)축지초등학교 자리에 신축할 예정이다. 영유아를 키우는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의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두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악양 국·공립어린이집 신축과 관련해서는 이곳저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갈등까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저간의 사정을 알아보았다.

하동군, 1년의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지 못해

악양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사업은 악양면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J어린이집이 22년 12월 폐원을 통고하며 급하게 결정되었다. 하동군은 J어린이집에 1년간 폐원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긴급하게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하동군은 23년 1월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어린이집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군청이 검토한 여러 방안 중 ‘평사드레’ 건물은 심각한 누수로 인해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양초등학교 안에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방안도 교육청과의 협의과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하동군은 사업진행이 쉬운 군유지인 (구)축지초등학교 운동장을 사업부지로 결정했다. 언뜻 살펴보면 다각적인 노력 끝에 불가피하게 차선책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악양 국·공립어린이집 부지인 (구)축지초 모습. 학부모, 군청, 교육청 모두 악양초에 어린이집이 건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사업진행의 편의성 때문에 이곳에 어린이집이 건설될 예정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구)축지초 부지에 어린이집을 신축하는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

하동군은 올해 1월 3일 긴급하게 진행한 학부모 간담회 이후에는 국·공립어린이집 신축과 관련하여 실수요자인 학부모들과 협의를 한 적이 없다. 그 결과 많은 학부모들이 군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폐원을 연기한 J어린이집이 정상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청의 어린이집 신축계획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하동읍내의 어린이집으로 빠져나갔다. 또한 이들은 차후 교육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까지 하동으로 진학시키려 하고 있다. 어린이집 입학대상자가 10여 명에 불과함에도 이들과의 협의를 생략한 채 학부모들이 선호하지도 않는 (구)축지초 부지에 어린이집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어도 악양의 어린이들이 읍내로 빠져나가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라도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축부지를 변경해야 한다

하동군 담당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동군은 “평사드레 리모델링 비용을 따로 산출해 보지 않았”다. 악양초 및 교육청과의 협의도 “(해당부지의) 명의가 달라서, 이렇더라 저렇더라는 얘기만 오가다가” 지지부진하게 무산되었다. 심지어 “축지 초등학교 부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피드백은 따로 받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진행이 결정되었다. 오로지 “24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학부모도 군청도 교육청도 모두 악양초 내에 어린이집이 신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엉뚱하게 (구)축지초에 어린이집이 건축될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측은 “지금이라도 군에서 다시 요청이 오면 악양초 내에 어린이집을 짓는 것에 대해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군청에서 우려하는 대로 올해 내에 사업을 집행하지 못하면 일부 예산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린이집은 실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구)축지초에 어린이집 신축사업을 강행하면 엉뚱한 피해자까지 생겨나

어린이집 신축사업으로 엉뚱한 유탄을 맞은 곳도 있다. 어린이집 신축부지인 (구)축지초 자리에 2019년부터 행정안전부 공모로 지역문화 활성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마을공방 두니’가 그들이다. 독립서점, 커피숍, 식물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이미 조성된 공간의 성격과 무관한 어린이집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신축으로 인해 소음과 번잡함, 각종 행사의 제약이 생겨 문화예술공간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이 더욱 황당해하는 것은 같은 (구)축지초 부지에 위치해 있음에도 군청 공무원 출신의 J모씨가 운영하는 여행업체 ‘놀루와’와만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마을공방 두니’측에는 아무런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군청의 관계자는 “(마을공방 두니를) ‘놀루와’의 한 부서라고만 생각했지, 그곳에 다른 단체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이 사업이 얼마나 성급하고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아 마땅한 ‘국·공립어린이집 신축사업’이 오히려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시급성을 핑계 삼더라도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된 사업과정은 ‘졸속’과 ‘책임 회피’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군청과 교육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책임있는 자세로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악양초 부지에 국·공립어린이집을 건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군청은 학부모, 교육청,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여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군청은 학부모, 교육청,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여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3년 12월 / 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