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야생차엑스포 기간 중에 하동군 전체가 “엑스포 성공 기원”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관변단체는 물론 각 면의 이장단과 청년회를 비롯해 건설회사나 식당 등 자영업자들까지 현수막 게시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 많은 단체와 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더니 9월, 10월에는 대송산단에 6000억 투자를 유치했다는 현수막이 뒤덮였다. 하동군이 ㈜엘앤에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마치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처럼 홍보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이 또한 단체나 자영업자들 이름으로 걸렸으나 그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하동군은 11월에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11월이 다 지나간 지금까지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아 군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또 10월부터 11월 말 현재까지는 뜬금없이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제정 촉구” 현수막이 지정게시대가 아닌 도로변에 무차별적으로 게시돼 있다.
1. 하동군청 외벽에 걸린 투자 유치 성공 현수막
2. 하동을 뒤덮었던 세계차엑스포 행사 현수막
3. 나도 모르게 명령에 동참하게 된 당황스러운 우주항공청 현수막
4. 잊기 쉬운 정보를 알리는 현수막의 바람직한 사례
5년 전에 귀촌한 조씨(여, 54)는 “녹차엑스포 현수막 홍보는 관변단체와 자영업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 같고, 투자유치홍보는 성급한 ‘과장 왜곡 광고’ 같고,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 촉구는 그 문구부터 ‘군사문화를 부활’시키는 것 같았다.”고 말하며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현수막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정치는 현수막으로 보여주는 말의 정치가 아니라 약속의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여야 한다. 6000억 투자를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면, 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군민들을 실망시킨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현수막도 대대적으로 게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