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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이 남발하는 투자양해각서(MOU)· · · 믿을 수 없다

군청이 대대적으로 선전한 대송산단 6000억 투자유치, 11월 본계약 무산돼

하동군은 지난 9월 20일 경남도청에서 ㈜엘앤에프(L&F)와 대송산업단지에 6000억 규모의 이차전지 핵심소재 제조공장을 건설한다는 투자양해각서(이하 MOU )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하동 관내 곳곳에는 이장단, 청년회, 새마을 지도자회, 체육회 등의 명의로 “투자유치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어지러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투자양해각서 체결에 불과한 것을 마치 투자유치가 성사된 것처럼 선전한 것이다. 민선 8기 하승철 군수 취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하승철 군수는 ㈜엘앤에프와의 MOU 체결과 관련하여 “이번 투자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동군민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실로 지속적인 투자유치 실현을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첨단산업 앵커기업의 유치는 갈사산단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동군이 6000억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대송산단의 모습. 그러나 11월로 예정됐던 본계약이 무산되면서 또다시 빈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

하동군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은 시큰둥한 반응

하승철 군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군청의 대대적인 홍보와 축하 현수막 게시에도 불구하고 일반 군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 이유는 지난 20년간 갈사·대송산단과 관련하여 수없이 많은 MOU가 체결되었지만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거짓 경보로 결국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잃은 일종의 ‘양치기 소년 효과’라 할 것이다.
“되면 좋지. 되면야 좋지만 그기 그리 쉽게 되겠나? 될라믄 진즉 됐지. 잘 몰러. 맨날 뭐 이게 들어온다, 저게 들어온다 캐 쌓더만. 거 아직도 비(어) 있지?”(A씨, 70대, 악양면)
“6000억? 그냥 뭐, 계약이행각서 받았다는 이 말 아닐까요 또. 늘 하는 건데요 뭐. 저는 하동 살면서, 갈사만 그게 개발된 게 내가 고등학교때 그때부터 그런 말이 있어갖고 제가 금남, 금성 애들한테 ‘돈 많이 벌었다.’ 이 얘길 했거든요. 그때부터 계속 반복되는 일이예요.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아. 뭐가 들어서야지 뭐 하는갑다, 이래 하지. 하하.”(B씨, 40대, 하동읍)
하동군 투자유치과의 담당공무원은 이같은 군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MOU가 수없이 반복됐던 과거의 MOU와 무엇이 다른지, 무슨 근거로 이번 MOU가 본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는지,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투자계획에 대해 꼼꼼히 검증은 하고 있는지, 과거의 MOU가 모두 실패로 끝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일반적인 답변만 내놓았을 뿐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은 기업 내부의 일이라 우리가 들여다보기 힘들고, 기업에 대한 검증은 주로 제출된 사업계획서나 기업정보를 보고 검토를 하고요. 이번 MOU의 성사 가능성은 예전과는 달리 군수님께서 그쪽의 임원진들과 투자에 대해 여러 차례 긴밀하게 협의도 많이 하시고, 그쪽의 이사급 이상이나 대표이사의 직인까지 받아서 진행을 했던 부분이라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담당공무원 A씨)

갈사·대송산단에 체결된 MOU만 25조 원, 실제 투자된 돈은 25억

하동군민들이 이번 6000억 MOU 체결을 냉소와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2013년부터 지난 11년간 갈사·대송산단에 체결된 MOU는 모두 16건인데 그 총액은 무려 25조 8362억 원에 달한다. 올해 하동군 예산 6934억의 372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투자된 돈은 얼마나 될까? 군청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 투자된 돈은 불과 25억 원이다. 각종 MOU를 통해 투자가 약속된 돈의 0.0097%만 실제 투자가 이루어졌다. 즉 각종 MOU를 통해 10,000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채 1원도 안 되는 돈만 투자한 것이다. 이 25억도 실제 투자금이라기보다는 투자를 위한 준비 단계에 소모된 경비 정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0.0097%라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투자 실적을 내면서도 역대 군수들은 끊임없이 MOU를 체결하고 이것을 선전하면서 군민들을 호도해 왔다. “투자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식상한 구호를 내세워 실적을 부풀리고 ‘군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군수’라는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민선 8기 하승철 군수의 집행부는 여기에 덧붙여 법적 강제력도 없고, 실현 가능성이 보장되지도 않는 6000억 MOU를 마치 본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6000억 MOU 자랑, 성급하고 무책임하다

그러나 “과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MOU와는 다르게 지금은 투자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11월 중에 본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던 담당공무원의 말은 ㈜엘앤에프의 내부사정을 이유로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빈말뿐이었던 과거의 MOU 남발사태가 하승철 군수 집행부에서도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법적 강제력도 없는 MOU 체결을 대대적으로 현수막까지 내걸며 자랑했던 하동군청의 행태가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6000억 투자유치에 대한 자랑은 본계약을 성사시킨 후에 했어야 맞다. 그것이 빈말뿐인 MOU 남발에 신물이 난 하동군민에 대해 제대로 예의를 지키는 자세다.
* MOU(諒解覺書,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정기관 또는 조직간 양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2023년 12월 / 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