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에 참가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느꼈나
“자연의 향기, 건강한 미래, 차(茶)!”를 주제로 5월 4일부터 31일간 개최된 “하동세계茶엑스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적량에 위치한 하동스포츠파크와 차 시배지가 몰려 있는 화개의 하동야생차 문화축제장 2곳에서 동시에 열렸고 2년 여의 준비기간 동안 총 15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외국인 6만 명 포함, 135만 명 유치를 목표로 했던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였다.
하동군에 따르면 엑스포 개장 9일만에 방문객 40만 명을 넘어섰고 3주차 마감 5월 21일 기준 누적 관람객은 80만 명을 초과하였다고 보도하였다. 3주차 마감 산업융·복합관 및 하동 차시장 누계 판매액은 9억 원을 달성하였고 해외 바이어 상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수출 협약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제1행사장 구경 온 초등학생들이 도시락을 나눠먹고 있다.
주최측의 성과 발표와는 별도로 엑스포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엑스포를 관람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접 현장에서 일하며 참여했다. 아래 의견은 행사장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 하동 인터넷 모임에 올린 설문지, 그리고 전화를 통해 들은 것들이다. 익명으로 했으며 사는 곳과 연령대만 물었는데 여기에 밝히지는 않았다. 약 50명의 의견 중 몇 개를 취합했다.
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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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공연을 보러갔다. 표를 여러개 얻어 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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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개의 행사장을 다 보기는 힘들다. 표 한 개로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 같은 걸 발급했더라면 부담 없이 여러 번 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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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파는 건 아니라고 본다. 표를 팔 거면 그 표를 이용해 다른 것을 살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다른 데는 다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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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셀러로 공짜지만 애들 방과 후에 행사장에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입장권이 없어서 다시 4000 원씩 내고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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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장님이 티켓 20장 나왔다고 했는데 선착순으로 10장 내 준다고 했다. 또 사고 싶은 거 봐 놓은 게 있었는데 다시 만 원 주고 들어가야 하니 포기했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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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공연을 하였는데 좀 더 많은 팀이 더 자주하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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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에서 5월 21일(일요일) 수준 높은 합창공연이 있었는데 청중은 3분의 1 정도. 홍보가 아쉬웠다. 음악공연이 대중적인 트롯트에 너무 쏠려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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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유명 가수 한 명 부르는데 돈이 엄청 들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차엑스포니까 차를 나눠주든지 차제품을 사은품으로 주든지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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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주고 부르는 연예인의 주 무대가 위쪽이고 입구가 떨어져 있어서 그랬는지 공연만 보고 우루루 내려와서는 박람회장을 휙 돌아보고 나갔다. 차 박람회를 보러 왔다기보다는 연예인 보러 온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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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공연하니까 너무 재미있었고 많은 사람을 마주치며 경쟁하는 게 재미있었다. 10대 학생들한테 어울리는 라인업 공연이 많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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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연을 준비했지만 막상 공연을 하니 빨리 끝나서 조금 허무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공연을 보는 것이 정말 재밌었다. 연예인 라인업은 좋았지만 무대도 작고 사람들도 못 들어가게 막고 그런 부분이 별로였다.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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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 처음 가봤는데 꽤 잘 해놨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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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많이 오는 곳에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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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에서 제2행사장 가는 섬진강을 끼고 가는 길이 참 좋았다. 버스는 30분마다 있어 편리하고 대형버스라 쾌적했지만 좀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승객이 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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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에는 아름다운 120살 수령의 녹차나무가 전시되어 있었다. 화개에 있던 나무를 뽑아온 거라했다. 녹차나무는 옮기면 죽는다고 들었다. 엑스포가 끝난 뒤 녹차나무는 어떻게 될지 잎이 시들하던데 죽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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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 월드티관 입구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왕관을 쓴 영국의 찰스 횡태자 부부 등신상이 눈에 확 들어왔다. 보는 순간 어이없고 황당했다. 포토존이라는 관계자 답변에는 더욱 기가 막혔다.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행사도 아니잖는가. 행사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듯한 영국 찰스 부부 등신상은 지금 생각해도 막 부끄러워진다.
제1행사장 월드티관 입구 쪽 영국 찰스 황태자 부부 등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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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을 다녀왔다. 체험 부스가 무료라고 했는데 위치가 본 행사장에서 떨어진 곳에 가보니 무료는 다 종료되었고 유료체험만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차 체험보다 안마기 체험하는 곳에 사람들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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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회관에 전시된 수석과 차가 연결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귀한 황실의 이화문향 찻잔같은 것을 보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 ‘책다방’ 같은 아늑한 장소도 좋았다.
하동읍 예술회관 2층 청년청담 책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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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차밭을 걸었다. 너무 아름다웠지만 걷는 사람이 나만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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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행사장에 가보았다. 지난 야생차 축제보다 조금 더 커진 느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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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행사장을 꼼꼼이 보니 두피 맛사지도 해주고 요가 체험도 있고 볼게 많았다.
부스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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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밭에 만들어 준 산책로는 영원히 남으니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차 엑스폰데 제2행사장에 부스를 너무 허접하게 만들어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냄새나고 너무 더워 차 우리기에도 차를 마시기에도 적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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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행사장 산업융복합관은 잡화점 같아 실망했다. 차 관련 산업이 더 많았어야 했다. 너무 무대 중심 축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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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비는 한달간 빌리는데 400만원 이상 든다. 녹차축제 할 때는 부스당 5만 원 내고 했는데 지금은 부스비, 인건비 들어서 비용이 많이 드는데 시설은 열악하고 기간이 길어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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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면 제2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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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행사장 중앙에 있는 세계차 체험존 정중앙 제일 큰 공간 한국관에 창덕궁 후원에 있는 애련정을 모티브로 공간을 꾸며놨다. 다른 나라의 공간도 아쉬움이 많았지만, 특히 한국관은 엑스포 시작한 지 2주가 넘어가는데 계속 수정 중이었다. 애련정을 본 떠 연못을 구현해내기로 했다가 여의치 않아 인조잔디를 깔았고, 또 그것을 걷어내고 이제는 또 녹차 화분을 심기로 했다고 했다. 괜찮은 공간 기획자를 섭외해서 그 세계차 체험존을 제대로 꾸몄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연예인들 불러들이느라 십 수억을 썼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차피 쓸 돈이었으면, 그런데 써야 했다!!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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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행사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봉사 신청했으나 차에는 문외한이라 막연했다. 차에 대해서 알려주는 시간이나 교육 없이 배정받은 장소에 나갔으나 서 있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서서 지키는 걸 했다. 8시간이나 서 있으려니 힘도 들고 약간 내가 이런 걸 하려고 신청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차를 공부했고, 관람 오신 분들에게 공부한 것을 설명하면서 차츰 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보람은 저절로 오고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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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색 원에 관해 물어봤지만, 봉사자가 아는 게 없어 다른 스텝에게 전화했는데 그분도 아는 게 없었다. 하얀 차나무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꽃은 차꽃이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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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안에 짐이 있어 차를 갖고 들어가야 하는데 6시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단 5분도 미리 허락하지 않아 짜증도 났지만 자기 일에 충실한 면이 좋았다.
입장권과 공연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많은 돈을 들여 대형가수를 부른 데 대한 불만의 소리는 높은 편이었다. 장소가 두 군데라 한사람이 모두 가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았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장소나 전시에 따른 호불호가 갈렸고 칭찬과 불만이 혼재된 답변들이었다. 모든 행사에는 성공과 실패의 양면이 공존할 것이다. 성공한 면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실패한 부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고 가감 없는 평가가 이루어져야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