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팩트 하나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라는 다큐엔 공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그동안 얼마나 증가했는지 나온다. 1780년대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전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 정도였다. 그런데 위 다큐엔 1937년의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280ppm이었다. 즉, 세계 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상당정도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된 상태에서조차 그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2차 대전 이후, 그리고 최근 30년 사이 급격히 올랐다. 즉, 1960년엔 315ppm, 1978년 335ppm, 1986~89년 350ppm, 2020년 415ppm, 2023년 423ppm으로 급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의 ‘임계치’ (즉, “지구 위험 한계선”)가 350ppm라 한다. 우리는 산업혁명(280ppm) 이후 오늘(423ppm)까지 140ppm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그 절반이 지난 30년 사이에 생겨났다. 역으로, 만일 우리가 1980년대 중반 수준만 잘 유지했어도 지금 같은 기후위기 문제가 심하진 않았을 것이다.
팩트 둘
<KBS 뉴스>에서 2022년 5월에 보도한 내용. (초) 미세먼지 등 지구 생태계 파괴로 인해 전 세계에서 해마다 90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다. 그 보도의 근거는 ‘환경오염과 건강에 관한 랜싯 위원회’의 보고서다. 이 위원회는 2015년에 이어 2019년을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쟁, 테러, 말라리아, 에이즈 바이러스, 결핵, 약물, 알코올,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은 걸로 추정된다. 사망자 중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2000년 290만 명, 2015년 420만 명, 2019년 450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기 오염과 유해 화학물질(납, 신나 등)처럼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공해 물질에 영향을 받은 조기 사망자는 2000년에 비해 66%나 증가했다.
팩트 셋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에서 2023년 3월에 낸 <가스 발전의 실체>라는 보고서는 석탄발전소를 LNG(천연가스)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이 기후위기 문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가스복합화력발전소 71기(33.8GW)와 열병합발전소 28기(7.4GW)를 포함, 총 99기(41.3GW)의 LNG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기후솔루션’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가스 발전소로 인해 이산화탄소 감소량은 30%도 안 되는데 비해 온실효과가 수십 배나 심한 메탄가스가 새로 방출된다. 나아가 현 정책 시나리오에서는 가스발전소로 인해 최대 연간 859명, 2064년까지 총 2만 3200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2035년까지 가스발전소가 모두 폐쇄될 경우 조기사망자 수는 누적 5360명으로 현저히 줄어든다.
이 세 가지 팩트로부터 얻는 결론은?
첫째, 대기 중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방출을 줄이기 위해 전 사회가 대대적 구조전환을 해야 한다. 특히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대기 중 (초)미세먼지 등 오염을 줄이기 위해 공장, 교통, 에너지, 건설토목 분야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동시에 강·바다 살리기, 나무·숲 가꾸기 등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셋째, 가스 발전을 대안에너지라 착각하지 말고 속히 청정재생에너지(RE100) 전환을 해야 한다. 이조차 분권형, 자율형, 소형 등의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고려해야 한다. 막상 파국이 닥쳐 서로 ‘나 살자’며 전쟁을 치를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현명한 대처를 차분히 하는 것이 ‘제 정신’(이성)을 가진 사람(호모 사피엔스)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