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수요일 오후 2시경,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하동분소(이하 하동분소) 앞에 용강마을 주민 30여 명이 현수막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같은 시각, 국립공원공단에서 추진하는 자생식물증식장 조성사업의 현장 설계가 진행되었고 주민들도 현장에 참석했다. 항공촬영용 드론이 떠서 하동분소 및 용강마을 주변을 촬영했다.
용강마을 체육시설
자생식물증식장을 만들려는 부지에는 화개주민들의 체육시설인 족구장과 게이트볼장, 테니스장이 있다. 체육시설이 철거될 위기에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주민들이 증식장 건물 설계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참석하자, 하동분소의 한 책임자가 왜 왔냐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항의했다. 이에 주민들은 현장 설계에 참여하라는 안내문자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하동분소의 태도는 주민과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주민들을 딴지거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지도 모를 일이다.
현장 설계 당시 시위 중인 용강마을 주민들(사진제공:황영필)
이곳은 국유지이고 국립공원공단에게 관리 감독 권한이 있어서 공단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 중이던 주민의 공간을 충분한 협의나 소통이 없이 철거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국립공원공단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1.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980년도 초에 쌍계사지구 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의 땅들이 반강제로 매입되었다. 하동군의 주도하에 상가와 주차장을 만들어 ‘토지 매입 수용자 우선분양, 농촌 근대화,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이 없었다. 당시 하동분소 앞 상가건물들은 철거를 반대해 토지만 수용되었으며, 현재는 불법 아닌 불법 건축물이 되었다.
2.
2013년, 국립공원공단에서 멸종위기종 증식 복원사업 추진 당시 식물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화개면민들의 체육시설인 테니스장(국유지로 관리감독 권한은 지리산국립공원이 가지고 있다)을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 안내 없이 철거하였고 이에 면민들이 반대 운동을 벌인 결과 하동군이 중재하여, 하동분소 내에서 장소를 변경하여 재설치하여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3.
국립공원공단은 2017년 지리산국립공원 하동탐방안내소 신축공사를 진행했다. 하동 쌍계사 지구를 방문하는 탐방객을 위한 안내 전시공간 조성, 지역주민 협력강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사업이었다. 당시 주민들을 위한 지역홍보관 및 지역특산물 판매부스 등 홍보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몽골 텐트 4개만 광장 앞에 설치되어 간간이 사용될 뿐이다.
쌍계사 주차장 앞에 게시된 반대 현수막
사업들이 추진되는 시기마다, 군과 공단은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의 복지 증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지만 허울뿐이었다. 주민들에게 있어 공공기관에게 제공받는 사업계획(안)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주체들은 그저 사업계획 보고시 추진 가능할 수 있는 하나의 안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주민과 함께,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이 찬성하는 사업계획이라는 보고서를 위해 주민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공행정의 주체들이 해당 지역의 주민과 소통과 협업의 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해당 지역주민을 사업의 주체로 대하고 함께 협의하고 추진해가는 등 주민자치의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동지역의 공공기관들도 적극적인 지방자치와 주민참여의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