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이름 하에 50%에 가까운 사표를 만들어내는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전면도입이 시급하다
만일 어느 회사가 생산한 제품이 50% 가까이 사용할 수 없다면 그 회사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망할 것이다. 불량률 50%의 회사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민주주의’ 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자료 출처] 중앙선관위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강화시킨다
‘사표(死票, dead vote)는 선거 결과 낙선된 후보자에게 던져진 표’ (두산백과)를 말한다. 위 자료에 따르면 지지 후보의 낙선으로 자신의 정치적 대변자가 사라진 ‘죽은 표’가 지난 20년 간 평균 47.51%, 거의 50%에 가깝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를 채택한 한국 정치가 초래한 결과다.
이런 제도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거대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후보자는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상대 당후보를 깎아내리고 지역색을 자극하며 적대감을 선동한다. 거대 보수 양당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군소정당 후보를 찍으면 당신의 표가 사표가 된다.”고유권자들의 사표 회피심리를 자극한다.
정책 경쟁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정당 정치가 올바로 실현될 리 없고, 소수자를 대변하는 신생정당이 나타날 리 없다. 심지어 “선거란 게 원래 최악보다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말로 유권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수 양당 후보를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보수양당이 오랜 세월 동안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해온 방식이다.
국민의 선택을 그대로 반영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민주적 선거제도는 다양한 주권자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보면 현행 선거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올바른 선거제도가 아니다. 민의의 왜곡이 심각할뿐더러 사표를 양산하여 ‘1인 1표’라는 표의 ‘등가성’마저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담아낼 수 있는 민주적인 선거제도는 무엇일까? 많은 정치학자는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고 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작성한 후보자 명부에 대해 투표하고, 총득표수에 따라 정당별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각 정당의 득표율이 A(40%), B(30%), C(20%), D(10%)로 나왔다면 각 정당이 제출한 후보자 명부의 순위대로 40명, 30명, 20명, 10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방식이다. 민의의 비례성과 등가성이 실현되고 사표도 발생하지 않는 선거 방식이다.
여기에 자기 지역의 인물을 직접 선택하고 싶어 하는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소선거구제를 결합한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단순다수제(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결합시키되 비례대표제의 성격을 강화한 선거 방식으로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평가 받는다. 각 정당이 득표율에 걸맞는 의석을 가져간다는 점과 사표를 없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민의를 비교적 온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민의 오랜 숙원을 외면하는 보수 양당의 횡포
우리나라는 촛불혁명 이후 치러진 21대 총선(2020)에서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부 도입하며 변화가 생기는 듯했지만, 보수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사태로 ‘민의를 반영한다. 당제 실현’이라는 오랜 숙원은 다시 물거품이 되었다. 보수 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위성 정당을 만들고 의원 꿔주기,후보 급조, 셀프 제명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하여미흡하기 그지없는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마저 무력화시켜 버렸다.
오는 4월 10일로 예정된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보수 양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창당작업에 돌입했다. 보수 양당이 보여주는 이러한 행태는 ‘민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실현’보다는 ‘정치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욕망’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치 모리배들의 행태와 다를 바없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보수 양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은 자신들의 기득권 강화에만 맞춰져 있다.
배타적 권력 독점을 목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조차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차치하고라도,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조차 자신들이 정신적, 정치적 사표(師表)라 내세우는 인물들의 오랜 염원을 헌신짝 내버리듯 외면하는 것이 22대 총선을 앞둔 한국정치권의 현실이다.
- 김대중 대통령 “현행 소선거구제인 국회의원선거법을 못 고치면 망국적 지역감정을 고칠 수없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중요한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1998)
- 노무현 대통령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 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독일식 국회의원 선거제도또는 중대선거구제로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2004)
- 문재인 대통령 “차제에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약화되는지역대표성 보완을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다.” (2014)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입니까?”
22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이 대선 공약을 뒤집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는비판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그러나 “오직 승리!”는 민주주의자의 신념이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