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호
악양, 지리산 산꾼
성삼재를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주차장에 차가 빼곡하다.(사진제공 : 구례 김인호)
지리산 두 번째 이야기는 성삼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삼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4번째로 높은 고갯마루로 해발 1102미터나 되는데요. 1971년, 그러니까 약 53년 전만해도 그냥 작은 고갯마루에 불과했던 성삼재가 지금처럼 엄청나게 넓은 주차장으로 변하게 된 그 사연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때는 1967년 여름에 일어난 사건인데요. 하동군 화개면에는 칠불사라는 절이 있고, 그 절 옆으로는 목통골이라는 아주 맑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 목통골의 원래 이름은 연동골이었고, 이 골짜기 깊숙한 곳에는 연동마을이라는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1967년 여름, 낯선 사람 2명이 이 연동마을의 외딴집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집주인에게 “강원도에서 온 약초꾼인디 그만 길을 잃어 동료들이 허기가 져 있으니, 보리쌀과 마당에 닭 몇 마리 잡아주시구레.” 라고 말하며 돈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주인은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으나, 닭을 잡으면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고, 두 사람에게 닭이 삶아지는 동안 막걸리나 한 잔 하라며 상을 내주고는 바로 아래로 내려가서 지서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군인이 연동마을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고, 지리산 주변 군부대가 연합하여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그들을 발견하여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서해바다까지 쫓아가서 배에 승선하는 9인조 간첩들을 전원 사살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 연동마을은 정부에 의해 소개령이 내려졌고, 골짜기 이름도 연동골에서 목통골로 바뀌었습니다. ‘목통(木通)’은 으름덩굴의 열매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이 골짜기 주변에 으름덩굴이 많아 목통골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성삼재 관통 도로
한편, 이 사건으로 지리산에는 동시에 두 군데에 군사작전 도로가 뚫렸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구례 천은사부터 남원 부운마을(반선, 뱀사골)까지 이어진 ‘성삼재 관통 도로’며, 다른 하나는 화개 의신에서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까지 이어진 ‘벽소령 관통 도로’입니다. 다행히도 벽소령 관통 도로는 그 이후로 개발이 멈춰져 현재는 이용되지 않지만, 성삼재 도로는 1988년 ‘88서울올림픽’ 때 관광을 목적으로 왕복 2차선으로 확대 포장하여 지금의 861번 지방도로가 된 것입니다.
성삼재라는 명칭의 유래는 삼한시절 마한의 효왕이 달궁에 피란을 위한 도성을 쌓고 성이 다른 세 장수에게 이곳을 지키게 했기에 ‘姓(성) 三(삼) 岾(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지리산 성삼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