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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탐방기 ➀ 미얀마 쿠테타 3년...“군부는 무너져 가고 있다”

 지난 2월 1일은 미얀마 군부가 민주적 선거를통해 수립된 아웅산 수치의 문민정부를 쿠테타로 전복시킨지 3년째 되는 날이다. <오!하동>은지난 1월 보름간에 걸쳐 미얀마 남부의 양곤, 중부의 바간, 만달레이 등을 여행한 김경구 기자의시선을 통해 미얀마 현지의 사정과 분위기를 몇장의 사진과 함께 전한다.

1. 양곤 & 바고 : 삼엄한 거리와 어려운 경제사정,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8년 만에 다시 찾은 양곤공항의 분위기는 사뭇달라져 있었다. 입국심사대를 향해 가는 좁은 통로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사내가 2명 서 있었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시절에 대학 생활을 한기자는 한눈에 그들이 입국자를 감시하는 군부요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내로 가기 위해 공항에서 20달러를 환전했다.미얀마 정부가 정한 공식환율은 1달러 당 2100짯. 그러나 시내의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3400짯을 넘나든다. 쿠테타 이후 경제 파탄으로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얀마의 현실이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1.6배가 넘는 환차익을얻는 셈이니 환영할 일이지만 미얀마 국민에게는 물가의 폭등과 유가의 불안정으로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시내로나섰다. 21년 쿠테타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던 술레 파고다와 마하반둘라 공원을 찾아갔다.
미얀마 반군부투쟁의 중심지였던 술레 파고다와 마하반둘라 공원 옆길. 군부는 바리케이트로 아예 큰길을 막아버렸다. 행 인의 발길이 끊긴 큰길가의 편의점은 모든 상품을 빼고 맥주 와 음료수만을 취급하며 어려운 시절을 버티고 있다.
여행 기간 내내 만난 외국인 관광객이라고는 7명에 불과했다. 2019년 약 28억 2천만 달러를 기록했던 미얀마의 관광수입은 21년 쿠테타 이후3천만 달러로 무려 99%가 격감한 후 좀체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 각국의 경제제재와 경기침체 등으로 쿠테타 이후불과 3년 만에 미얀마 빈곤층이 20%에서 40%로2배나 증가했다. 경제파탄으로 인해 거리에 걸인이나 부랑자가 많아지고 어린아이들의 구걸행위도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군부의 억압과 감시,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인들은 여전히 밝고 명랑하고 친절하고 다정하다. 오랜만에 본 외국인이 신기한듯 까르르 웃으며 모여드는 아이들과 삼삼오오짝을 지어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 “안녕하세요?”하며 선뜻 다가와 함께 사진 찍기를 청하는 사람들, 배려심이 느껴지는 친절함으로 관광객을 대하는 상인들 속에서 여행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양곤 깐도지 공원에서 젊은이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 고 있다. 그 뒤로 소총으로 중무장한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군부의 삼엄하고 억압적인 통치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어디서나 자신들만의 활력과 즐거움을 찾아내고 있다.

2. 바간 : 관광객 급감의 고통, 그러나 명랑하고 친절한 사람들 

바간으로 이동하는 도로 곳곳에 군경의 검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군경의 검문소를 촬영하는내 무릎을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재빨리두드리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 젊은이의 말에 따르면 거리에서 내국인들의 핸드폰을 검사하여 강제연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국의 주요 도로에 설치된 미얀마 군경의 검문소. 모든 차량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해 차량정체와 운행시간 지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보로부드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꼽히는 관광도시이다. 이곳조차도 외국인 관광객은 없었다. 기자가 묵은 호텔도 20여 개의 객실이있지만 모두 비어 있었다. 기자가 놀란 것은 8년만에 찾은 이곳 바간의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간은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20달러의 도시입장세를 받는데, 8년 전에 넘쳐나던 관광객 수를 생각하면 미얀마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세수입이 많은 도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다시 찾은 바간은 도로도, 상점도, 시장도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막대한 도시입장료가 시민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어디에 쓰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바간에서는 비교적 많은 미얀마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아난다 사원, 담마양지 사원 등 유명 사원 앞에서는 대형 버스를 타고 온미얀마인 단체관광객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던 호텔과 상점들은 대부분문을 닫았고 저녁 7시만 넘으면 식사를 할 곳을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는 어둡고 썰렁했다.
바간의 담마양지 사원에서 만난 젊은이들. 놀랍게도 모두가 친척이라 한다. 한국인임을 알고서는 몹시 수줍어하면서도 순식간에 모여들어 이런 졸업사진풍의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사라졌다. 명랑하고 쾌활한 분위기가 사람을 절로 웃음짓게 하는 가족이다.
이라와디 강가의 해넘이 명소로 유명한 로카난다 파고다에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K씨를 만났다. K씨는 민 아웅 훌라잉 ‘국가행정위원회 위원장’ 겸 ‘12대 총리’ 겸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민 씨”라고 부르며 현지 사정을 자세히설명했다. 한국에서 8년여를 살았다는 K씨는 이제는 제법 성공한 사업가로 군부와의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 사업을 함에도 불구하고 군부에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민 씨, 오래 못 가요! 국민들이 다 등 돌렸어요. 민 씨, 무너져 가고 있어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한 부처님의 모습
바간의 2500여 개가 넘는 사원에 모신 부처님들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인(手印 : 손모양)은단연 항마촉지인이다. 이 수인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마귀를 항복시키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 수인대로 미얀마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실현되기를 기원하며 난생 처음 부처님께 진심으로 절을 올렸다.

2024년 3월 / 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