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25억 8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농촌형 자율주행자동차’를 읍내에 도입(2024~25년)한다. 하동군의「2024년도 인구감소지역대응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방소멸대응기금11억여 원과 군비 14억여 원을 들여 읍내 6.7km구간에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최첨단 자율주행차가 하동에서 운행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과연 하동의 교통현실에 알맞고 시급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동군 농촌형 자율주행 자동차 노선도
“운전사도 없는 버스가 읍내만 돈다꼬? 그기 뭐꼬?”
43,000명의 인구가 674.87km²(경남 8위)의 넓은 면적에 살고 있는 하동군은 올 3월의 교통체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단 12대의 농어촌버스만 운행되고 있다. 하동군보다 면적이 좁은 함안(32대), 함양(22대), 남해(19대) 등에 비해 턱없이 대중교통이 적다. 이같은 현실에서 9000여명이 거주하는 하동읍내만 운행하는 자율자동차를 26억 가까운 예산을 들여 건설하는 것에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군민들이 많다.
“운전사도 없는 버스가 읍내만 돈다꼬? 그기 뭐꼬? (농어촌) 버스를 늘려야지.” (화개, 70대)
“그 돈으로 노선버스 배차시간 간격 좀 줄여서출퇴근을 버스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출근시간이 안 맞아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횡천, 50대)
심지어 직접 혜택을 받는 하동읍민들조차 이 계획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안정적이지 못한데 그게 괜찮을까요? 굳이 자율주행 그게 하고 싶으면 오히려 하동에서 적량 공설운동장, 수영장 그런데를 노인들 가게끔, 교통 취약자를 위해서 그러면은 26억을 들여도 내가 이해를 하겠는데, 읍내만 도는데 26억 쓰기에는 좀 아까운 것 같은데요. (하동읍, 40대)“
글쎄요. 읍내는 웬만하면 걸어다닐 수 있는데 26억을들여그걸꼭해야될까요?” (하동읍, 50대)
자율주행차 사업을 위한 기초 수요조사조차 없었다
자율주행차 사업은 24~25년의 1차 ‘생활형(6.7km)’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7~28년에2차 ‘관광형(27.1㎞)’까지 계획되어 있다. ‘관광형’은 관광객이 많은 3~5월에 한해 하동버스터미널~화개버스터미널 구간을 1일 8회 운행한다. 1년 중 단 3개월의 관광시즌에만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드는 것이다. 관광형에는 총 15억의 예산이 필요한데,하동군의 계획대로 1, 2차 사업을 진행할 경우약 4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하동군안전교통과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대해 단 한 번의 기초 수요조사조차 실시한 적이 없다.
게다가 이 사업은 하동군이 스스로 설정한 교통정책 개선방향과도 어긋난다. 하동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계획을 세우기 위해 2023년2~3월에 실시한 ‘인구감소 대응 위한 주민 의견수렴(읍·면장, 이장, 지역리더 등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통환경분야 필요 추진사업’ 항목에 “교통분야 중 시급한 추진사업에 대한 설문결과, 도로 개설 등 교통인프라 확대가 34.4%,고속버스 터미널 광역교통망 확충 25.2%, 대중교통 취약지역 공공버스 지원·확대가 15.25%로나타남.내부및광역대중교통부족이가장우선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됨.”이라 쓰여 있다.
하동군 스스로 13개 읍면 내부와 타 시군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부족이 가장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하동군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농어촌 버스 증설및 시외버스 노선 확대” 사업이다.
진단 따로 처방 따로인 하동군 교통정책
그러나 하동군의 처방은 엉뚱하게도 ‘자율주행자동차’에 맞춰져 있다. 진단 따로 처방 따로인셈이다. 자율주행차 사업을 내부 ‘교통인프라 확대’라고 강변한다 해도 9000여 명의 하동읍민과3개월 간의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41억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과도하다. 하동군 전체 농어촌버스를 준공영제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하동군이 투입하는 예산은 31억여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동군 교통안전과의 담당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있는 군민들의 교통불편 해소의 요구를 외면한 채 수요조사 한 번 없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역소멸을 막는 핵심은 거주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타 지역으로의 유출을 막는데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