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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버스, 변화가 필요하다2-버스공영제를 준비할 때

3월부터 농어촌 버스 운행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10대의 버스가 42개의 노선을 다녔다면, 이제 12대의 버스가 57개 노선을 다닌다. 주로 학생들의 통학시간대에 맞춰 노선이 개편되었다. 운전기사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2대가 증차됨에 따라 1대당 운행거리가 약 30km 단축되어 휴식 시간이 30분 가량 생기는 정도다. 운수 업체 종사자 A씨는 “하동 정도의 규모면 못해도 최소 15대에서 20대 정도 버스가 있어야 된다. 지 개편안은 큰 혜택이나 변화는 없다. 그리고 개편이 학생들 위주로 되었다. 애들이 나라의 보배인데 교육청에서 신경 써서 스쿨버스로 해결할 수는 없었나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남도내 다른 군의 농어촌 버스는 거창 42대, 함안 32대, 함양 22대, 합천 22대, 남해 19대, 고성 18대, 의령 15대, 산청14대다. 하동은 올해 2대가 증차된다 해도 경남에서 꼴찌다. 부족한 버스는 복잡한 노선, 기사의 업무 과다, 배차 간격 증대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진다.
너뱅이길 35에 위치한 하동버스터미널. 2019년 10월에 현재 위치로 이전하였으며 영화여객에서 관리하고 있다.

복잡한 노선, 과다한 업무,버스 운전기사 할 사람이 없다

오전 6시 25분 하동 출발, 6시 50분 화개 부춘까지 간다. 7시 30분 다시 하동, 8시 20분 진교로 갔다가 9시 20분에는 갈사, 11시 다시 하동, 12시 30분에는 청학동, 2시 30분 다시 하동, 3시 20분 갈사, 4시 40분 하동, 5시 20분에는 중기, 6시 20분에는 하동으로 돌아와 하루 운행이 끝난다. 하동 농어촌 버스 8805번의 운행 현황이다. 하동읍을 중심으로 하동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종횡무진하며 12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는 노선이다. 나머지 9대의 노선도 유사하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9개의 노선을 모두 숙지해야 한다. 10대 중 한 차량을 제외하고 9대는 돌아가면서 운전하기 때문이다. 17년 경력의 버스 운전기사 B씨는 타 시군에서의 업무 경험에 비추어 하동 노선이 특히 복잡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10대로 운행되니 노선이 길고 쉴새없이 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는 과중되는 반면, 대우는 나아지지 않으니 버스를 운전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어렵게 구한 사람도 견습 기간 동안 식권만 제공받으며 9개 노선을 숙지하는 과정을 못 버티고 그만두기 일쑤다. 버스가 2대 증차되어도 운전기사를 못 구하면 소용이 없다. 현재 영화여객과 하동군이 운전기사 모집 공고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기사 모집은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해 버스 운전기사들은 하나같이 “대우가 좋으면 왜 안 하려고 하겠냐?”고 말한다. 영화여객의 기사 모집 공고에는 월급이 280만 원이라고 나와 있다. 기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가 기사 수급의 핵심이라고 꼽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기사 일이 힘들어 그만뒀다 다시 왔다를 반복했다는 운전 10년 경력의 C기사는 “공영화를 시켜야지 사람들이 와서 일하려고 하지, 지금 월급 갖고는 올 사람이 없어요. 아침에 5시 30분에 나와서 저녁 8시 되어야 집에 들어갑니다. 20일 만근인데 기사가 없어서 23일, 24일 일해요. 그 돈 받고 누가 할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구례처럼 공영화가 되면 군에서 월급이 나가요. 그러면 전국 표준 버스 요금에 준해서 기사 월급이 책정되겠지요. 그렇게 되어야 나아지죠.”라며 버스공영제가 기사수급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라고 강조했다.

교통은 복지, 버스 공영제 준비해야

하동군의 2024년 예산안을 보면 농어촌 버스 운영과 관련된 예산은 31억여 원이다. 전체 예산의 0.4%정도를 차지한다. 사실상 준공영제나 다름없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노선과 관련해서 버스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어느 정도의 협조 관계는 가능하다 해도 주기적이고 상시적인 논의 테이블을 만들 법적 근거는 없는 것이다.
[표] 2024년 하동군 예산안 중 농어촌버스 운영관련 예산
미흡한 대중교통 체계의 고통은 고스란히 승객에게 전가된다. 승객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불편함은 ‘기다림’이다. 그나마 늦게라도 오면 다행이다. 코로나 시기에 노선이 줄어 버스가 오지 않는 곳도 생겼다. 코로나 이후라고 상황이 나아졌을까? 인구는 줄고 버스 이용객도 함께 줄었다. 버스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이용객이 줄어드는 곳의 운행횟수를 줄이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은 군민들의 몫이 된다. 이익 추구가 우선인 민간업자에게 교통을 맡겨놓는 한, 군민들의 발은 불안하기만 하다.
의령군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버스 완전공영제 실현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완전공영제를 하면 주민 편의에 맞춰 노선을 변경하거나 확대하기가 쉽다.”면서 “의령을 포함해 규모가 작은 군 단위 지자체부터 차례대로 완전공영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멸 위기의 농촌에서 교통은 복지다. 우리에겐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하동군은 버스공영제 도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한다. 배차 시간을 조정하고 버스 몇 대를 증차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2024년 3월 / 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