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 처음으로 여성 풋살팀이 탄생했다. 코치를 포함해 11명의 팀원이 일주일에 한 번, 2시간가량 훈련과 경기를 함께 한다. 왁자지껄하게 구슬땀을 흘리며 풋살을 하는 그녀들 중 양지영, 김명희 씨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풋살 훈련을 시작하기 전 화이팅을 외치는 FC칡 그녀들
기자 : 팀명 FC칡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양지영(이하 양) : 재밌는 후보가 많았는데요. FC평사리, FC우르르쾅쾅, FC베어즈, FC반달킥, 뭐 이런 이름들이 느낌이 안 오는 거예요. 결국 강력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는 ‘칡’을 택했죠.
김명희(이하 김) : 한 국립공원 안내판에 삵을 소개하며 ‘나는 칡입니다’라고 해놓은 SNS상의 짤이 한창 유명했거든요. 거기에서 따 갖고 와이렇게 칡이 되었죠.
양 : 강하니까, 포식자 같은 느낌 있잖아요. ‘다 조져버리겠다(?)’ 혹은, 끈질겨 보이고 특히 유니크한 느낌이랄까요? 지리산스럽고.
기자 : 팀원 10명은 어떻게 모집했나요?
양 :팀을 만들지 말지 이야기를 할 때 10명은 되어야지 싶어, 할 것 같은 사람들을 손으로 꼽아봤어요. 얼추 10명이 되더라고요. 다음 날 영입 전화를 돌렸죠. 그랬더니 후보에 있는 사람들이 다 한다더라고요.기분좋게이틀만에결성을하게됐죠.
기자 : 다른 팀원들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양 :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죠. 최연소는 26살, 디자이너고요. 그 다음에 28살, 20대는 2명, 40대 2명, 30대가 대부분에 직업도 다양하고요. 농부도 계시고 기획자, 디자이너도 있고, 자영업하는 친구도 있고 양봉하는 친구도 있네요.
김 : 재밌는 게 다들 짬바가 좋아요. (짬바 : 짬과 바이브의 합성어, 오랜 경험이나 연륜으로 풍기는 분위기, 여유, 노련미 등을 말함)
기자 : 어떤 식의 짬바일까요?
양 : 다은 씨는 여군 출신입니다. 옆에 있는 분(김)은 그냥 운동 잘하시는 분이고요. 규리 씨는 육상선수 출신이시죠? 저는 태권도 했구요. 근데 왜 크게 웃으시죠? 선수 출신 맞아요. 또 시은 씨는 지금도 공부를 할 만큼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고, 양봉하는 친구는 고등학교 때 축구를 했대요.
기자 : 훈련은 어떻게? 대부분 다 오시나요?
김 : 일주일에 한 번, 2시간 훈련하는데 처음에는 패스나 슛 연습하고 나중에 패스게임 하구요. 그 다음 미니게임을 하죠. 처음에 10분씩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양 : 다들 오려고 하고, 못 올 때는 진짜 아쉬워해요. 경민 양의 경우, 일본 다녀와서 6시에 하동으로 오자마자 참여를 하셨다가 감기에 걸려서 앓아눕고 그런 적도 있습니다.
주민들 누구나 더 편하게 체육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꼼꼼함이 있다면!
기자 : 풋살하려면 공간이 부족할 텐데 어디서 활동하나요?
김 : 당장 할 곳이 없으니 결국 구례를 찾았죠. 구례읍 봉서리에 구례풋살연맹이 운영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미리 이야기만 하면 무료로 이용을 할 수 있고, 예약 시간을 미리 문자로 보내고 사용하는데 자유롭게 쓸 수 있고요. 전기세가 발생하는데도 아마 군이나 산림청이 부담하는 듯해요.
양 : 처음 알아본 악양체육공원은 저녁에 라이트 켜고 2시간에 10만 원이더라고요. 다른 곳도 알아봤죠. 하동은 재밌게도 대부분의 면마다 체육공원이 있어서 풋살장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관리 주체를 알려고 군청에 전화를 했죠. 적량은 한 복지관의 사무국장이 관리를 하고 다른 데는 어느 청년회가 관리하고 이런 식이었어요. 적량은 유소년팀이 자주 사용을 하고, 저녁에는 시끄러워 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일몰 시간이 늦어질 때 사용하면 좋겠다 싶었고요. 사용료가 3만 원 정도라 3월 이후부터는 적량에서 하기로 했고요.
하동군청에 전화해 풋살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문의했는데 담당자가 관리 부처를 잘 모르더라고요. 전화 연결을 3~4번 정도 했었죠. 구례군청은 한 번에 바로 전화번호 알려주셨어요.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좀 비교됐었죠. 인프라가 잘돼 있는데도....
도시를 정복하겠다는 어머어마한 비전을 품은 풋살팀
기자 : 다른 지역이랑 경기를 할 계획이 있으신지?
양 : 최근에 ‘여성 구례 풋살이 클럽’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구례팀를 이기겠다는 목표와 또 비전이 있거든요. 이 비전이 또 좋은데들어보실래요?
1. 올해는 운동해야지 했던 다짐을 이렇게나마 실행한다.
2. 기초 체력 증진으로 해야 하는 일, 먹고 사는 일 같은 거를 잘하게 된다.
3. 같이 하는 운동이 점점 재밌어지고 풋살하러 가는 게 아니라 웃으러 간다.
4. 자꾸 하다보니 우리 좀 잘하는 것 같다.
5. 지리산권에 있는 여자팀들에게 도전한다.
6. 박살나고 더 열의에 불타오른다.
7.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진심이 되고 체력은 점점 좋아진다.
8. 지리산권에 있는 여자팀들에게 다시 도전한다.
9. 정복한다. 뭘 한다고? 뭘 어디를 정복해!
10. 만족하며 도시 팀을 정복한다.
세대통합의 풋살을 꿈꾸는 그녀들 @fc_wildroot
기자 : 함께 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더 있나요?
김 : 더 하실 거예요. 최대 15명 정도 생각합니다.
양 : 50대 분들도 들어오시지 싶어요. 솥단지 거신다고 하신 분들이 계셔가지고! 축구보단 솥단지 걸고 먹으러 오실 거라는 ‘FC천남성(천남성 : 맹독성 풀)’ 팀이 곧! 우리가 먼저 칡이라고 했더니 우리보다 더 강력해야 될 것 같다 하시면서. 하하하. 남자분도 있어요. 남자 치어리더팀! 우리 풋살할 때 같이 하고 싶은데 “남자라서 축구는 안 된다.”라며 그냥 치어리더를 해달라 해서. 그런 친구들이 몇 분 있죠!
기자 : 선수영입을 위한 홍보도 해주세요.
양 : 잘하는 사람은 금지! 왜냐하면 우리가 기 죽기 때문에 안 되고, 입단 자격이 일단 재미있어야 되고 몸치, 뛰기만 해도 웃긴 사람들, 몸 잘 못 쓰시는 분들 환영합니다. 나는 젊은 애 들이랑 같이 뛰면서 놀고 싶다 하는 50대 60대 분들도 대환영입니다. 세대 통합의 장을 꿈꿉니다. 우리 인스타그램 계정도 소개 부탁해요. @fc_wildr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