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home
이슈/사회
home

하동군,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대로 사용하고 있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2022~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투입하여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정부출연금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감소와 지역쇠퇴의 원인을 진단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예산이다. 중앙정부는 각 지자체의 투자계획을 평가(2022~3년 5등급, 24년 4등급)해 사업 우수성에 따라 기금을 차등 배분한다.
[자료1] 행정안전부

하동군 등급은 하위권, 집행률은 전국 꼴찌 수준

하동군의 경우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2022~23년도 투자사업계획 평가에서 D등급을, 24년 평가에서는 B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22~23년도에는 A등급에 비해 48억 원, 24년도에는 S등급에 비해 64억 원의 기금을 적게 배정받았다. 집행률 또한 2023년 10월 기준 0.94%(전체 지자체 집행률 37.6%)에 그쳐 전국 꼴찌 수준이다. 기금의 늦장 배분(22년 9월)으로 사업을 집행할 시간이 부족해서, 기초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집행률 1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수치이다. 하동군은 “지자체의 정책개발과 집행능력의 시험대”라고 할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이 기금이 10년간에 걸쳐 장기적으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금과 같이 낮은 등급과 집행률을 보이면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예산확보 실패’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동군이 하위권인 이유는 부실한 주민수요조사에 기반한 인프라(건축) 개발 사업이기 때문?

하동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확보와 집행에서 낮은 성과를 보이는 이유는 우수한 평가를 받은 다른 지자체와의 비교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23년 A등급을 받은 함양군은 “지역주민 수요를 반영하여 돌봄교육·문화·일자리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는 ‘함양누이(누구나 이용하는)센터’ 건립을 통해 정주 여건 개선 및 생활인구 확대”를 꾀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24년 S등급을 받는 충남 부여군은 “스마트 농업 실습농장과 기숙교육센터를 결합한 ‘스마트 농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빈집 활용 전통 고택 조성사업’을 통해 빈집 문제 해소와 지역 방문객 증가”를 목표로 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이들 사업의 특성은 ‘지역주민 수요를 반영’한 인프라 개발이나, ‘빈집 활용 전통 고택 조성’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업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반면 하동군이 기획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2022~24년도에 시행예정인 10개의 사업 중 9개(90%)가 신규 인프라 개발사업이다. 지역주민에 대한 수요조사를 충실히 하지 않은 채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인프라 개발 중심의 사업계획서를 마련한 결과 다른 지자체와의 차별성이나 창의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주민수요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인프라 개발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예산낭비’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유휴시설의 누적’이라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자료2] 참고)

10개년 장기계획은 물론 주민수요에 대한 기초조사도 부실해

2022년 제정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하동군과 같은 소멸위기 지자체는 22년 5월까지 「인구감소지역 대응기본계획」(2022~26년까지의 5개년 계획)의 수립이 의무화되었다. 매년 1조 원씩 총 10년간 1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이러한 장기계획에 따라 운용되도록 마련된 기금이다. 특별법에 따라 10년간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하동군은 10개년 장기계획이 없다. 매년 반복되는 심사·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단기적인 실적 위주의 계획 수립에만 급급할 뿐, 10개년 장기계획을 수립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조사 또한 부실하여 각 마을 이장과 소수 오피니언리더에 대한 설문조사만 시행했을 뿐, 전 군민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나 의견수렴은 실시한 바가 없다. 심지어 사업계획마저 군청에서 수립하지 않고, 서울에 있는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주어 해결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적확한 사업계획이 마련되기 어렵다.

주민 수요조사로부터 시작되는 장단기 계획 마련이 필요해

지난 2년간 하동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집행한 과정을 살펴보면 하동군의 정책개발과 집행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하동군이 전 부서를 망라한 ‘지역활력추진단’까지 구성하여 대응한 것치고는 성과가 미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하고, 다수의 군민이 참여하는 열린 논의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군민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파악하려는 기초조사’가 요구된다.

2024년 1월 / 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