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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의회 태양광 설치 관련 조례 개정, 진통 속에서도 강행

소득창출을 목적으로 1000㎡ 이하의 농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조례 개정안이 12월 14일 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당초의 개정안은 신재범 의원이 대표 발의하였으며 김혜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모두 동의서명을 하여 공동 발의되었다. 14일 통과된 수정안은 신재범 의원이 내어놓은 안에서 부분적으로 수정되었다.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탓이다.
11월30일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완화, 무엇이 문제인가” 주민토론회 모습, 조례개정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 행정, 의회, 시민단체 관계자 약 30명이 참가하여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재범 의원의 발의안, 악용의 여지 많아

신재범 의원은 “고령화가 되니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지가 많아지는 상황도 있고 그것을 상속받은 자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웃에 피해를 안 주는 건데 축사보다는 낫지 않나?”며 개정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신재범 의원의 신설안은 농지에 태양광이 난립할 수 있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 토지 주인의 직계비속에게까지 설치 허가를 내 줄 경우 하동에 살지 않으면서 소득만 챙기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설치 후 업자에게 매매·양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태양광 설치를 위해 농지를 잡목지로 전용하여 토지매매를 쉽게 하려는 악용 사례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혜수 의원과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1월 2일과 30일에 주민주도로 2차례의 토론회가 열려 개정안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군청 앞 1인 시위를 통해 개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의회에 재고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이에 12월 1일 의회에서는 김혜수 의원의 제안으로 조례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보류했고, 12월 13일, 하인호 의원이 수정안을 제안하면서 논의를 재개했다.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자격 조건 완화, 악용사례 방지 위해 일부 항목 삭제 및 추가

13일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에서 하인호 의원은 “외지 거주 직계비속이 하동군 거주 직계존속의 토지를 활용하여 소득을 올리는 경우와 본인의 소득창출 또는 생계형 목적이 아닌 전문사업자에게 매매 또는 양도 등을 목적으로 허가를 신청하는 악용사례 방지를 위한 제한규정이 필요하다.”며 수정안을 내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는 10년 이상 하동에 거주하고 해당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한 주민이 소득창출을 목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도로로부터 200미터, 주거 밀집 지역으로부터 400미터 떨어진 곳이라면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발전시설을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제한조건도 있다.

난개발 우려에 대한 목소리 여전, 사회적 합의 만들어가는 성숙한 의회의 자세 필요

수정안에 대해 김혜수 의원은 “애초에 보류안을 제가 제안한 이유가 태양광에너지발전에 대한 규제가 너무 완화되면 난개발이 될까 봐 염려를 해서 냈는데, ‘20년 이상 주소를 두고 해당 토지를 10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기존 규정에 비해서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수정·통과된 조례 개정안에도 농지에 무분별하게 태양광이 난립하게 될 위험은 고스란히 들어있다. 또한 “이번에 산업건설위원회가 굉장히 고초를 겪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조례들이 입법이 된다고 한다면, 좀 더 주민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서 우리 군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반영을 해서 의견수렴이 좀 길어지더라도, 올바른 입법기관으로서 하동군의회가 바로 서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주민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대해, 의회는 형식적으로 절차를 지키는 데에만 집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조례 개정, 행정에서 재심의 요구할 수도

기존에는 사업자 중심으로 태양광 설치가 진행되었다면 이제 농지를 소유한 주민들이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다. 이격거리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은 불 보듯 뻔히 예상된다. 사유재산권과 주거환경권은 어느 한쪽을 편들기 어려운 문제다. ‘태양광 농사’로 농사의 판도가 바뀌게 될 상황도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신중히 접근하고,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한다. 14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고 개정 조례안이 바로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행정에서 의회에 재심을 요구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의회는 다시 한번 논의의 시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 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