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었다. 하동군은 2024년 예산 약 7166억 원을 편성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 별천지 하동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동군 예산 원안이 12월 14일 군의회에서 의결되었다. 12월 20일에는 정부의 예산도 국회에서 의결됐다. 하동군은 농민이 61%인 농업사회인 만큼 농업예산이 군민의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예산 대부분이 중앙정부와 경남도, 하동군의 예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정부의 예산이 큰 흐름을 좌우하므로 이를 먼저 따져보고 하동군 농업예산도 살펴본다.
악양면 무딤이 가을 들판
정부의 농자재비 지원과 농산물 유통사업 지원 예산 삭감으로 농민들 타격 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증액 시도하였으나 소폭에 그쳐
정부의 농업예산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예산은 18조 33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 원, 5.7%가 증가했다. 예산이 증가했음에도 농민과 국회의 바람을 모두 담지는 못했다. 정부가 처음 마련한 예산안은 생산비 지원과 농가 밀착형 지원사업들을 대폭 삭감하거나 폐지하여 농민들의 비판과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졌다. 그러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1조 원 이상 증액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넘겼지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한 예산안은 정부의 원안에서 겨우 62억 원이 늘어났을 뿐이다.
비료, 기름값 등 급등한 농자재비 고스란히 농민들 부담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산비지원 예산을 살펴보면, 2023년 1000억 원이던 무기질비료(화학비료) 지원액을 정부 예산안은 전액 삭감했고, 국회에서 약 576억 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최종 통과된 예산은 그 절반인 288억 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71%가 삭감된 것이다.
또 급등한 에너지 비용 보전을 위한 농업용 면세유 인상 차액 지원사업을 정부안에선 전액 삭감하였고 국회에서 약 653억 원을 증액하였지만, 최종 결정은 70억 원 증액에 그쳤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 보전을 위해 국회에서 519억 원을 증액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축산농가의 사료구매자금 이차보전을 위해 국회에서 130억 원을 증액했지만, 최종안은 13억 원만 증액됐을 뿐이다.
그뿐 아니라 농산물 유통 분야와 농민들의 건강, 연금보험료 지원 예산, FTA 피해보전 직불금 등이 삭감되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비료, 기름, 전기, 사료값 등 농자재비 인상을 크게 느낄 것이다. 예를 들면, 2023년 12월 말에는 농협 가격 기준 17,700원인 요소비료를 12,000원에 사서 썼지만, 2024년부터는 약 35% 인상된 약 16,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사짓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동군 겨울 보리밭
정부 농업예산 중 신설과 증액은 농사 외적 분야에 치중
직불금과 공공비축미 확대, 청년농업인 육성, 신산업 육성, 농업재해 대응 강화 등
농식품부의 농업예산 편성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첫째, ‘농가 소득·경영 안전망을 확충을 위한 사업’으로 직불금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소농직불금을 12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인상하였고, 경관보전직불제를 확대하고,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실시한다. 둘째, ‘쌀 수급 균형과 주요 곡물의 자급률 제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40만 톤에서 45만 톤으로 확대하고, 논콩과 가루쌀 등 전략작물직불금 단가를 인상(100만 원/ha → 200만 원/ha)하고 재배 면적 확대를 지원한다. 셋째, ‘청년농업인 및 신산업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넷째, ‘이상기상 등에 따른 농업재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였다.”고 설명했다. 직불금 10만 원 증가와 공공비축미 5만 톤 매입확대를 제외하면 개별 농가가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동군 농업예산 정부예산과 발맞춰
하동군 농업 분야 예산은 전체의 13.84%인 약 992억 원이다. 전년 대비 약 2.3% 증가했다. 물가상승률 수준의 증가이므로 예년과 비슷한 규모다. 농림해양수산 예산은 전체의 21%이다. 농업예산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의 농업예산과 발맞춰 편성하였다. 정부의 예산 방향에 따라 직불금 예산(175억 원, 하동군 농업예산의 17.7%)을 편성하고, K-농산물 전략품목 통합지원 예산을 증액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중앙정부에서 폐지, 삭감된 분야는 군 예산에서도 폐지, 삭감되었다. 하동군의 예산 중 삭감 비중이 높은 것은 ‘신품종 잡곡 시범단지 조성과 드론 교육지원’ 전액 삭감, ‘농촌 융복합 산업육성’ 88% 삭감, ‘차량부착용 리프트 지원사업’ 53% 삭감 등이다.
하동군의 농업인력지원, 농산물유통지원, 1읍면 1특산물 지원 예산 돋보여
하동군의 예산 중 신설과 증액된 사업에서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농사와 직접 관련된 지원사업들이다. ▲농업인력지원육성 분야에 52억 8천만 원(182% 증액)을 배정하고 ▲소규모 농작업 편의장비 지원사업 신설(1억 5400만 원) ▲소규모 농산물 선별기 지원사업 250% 증액(7천만 원) 등으로 농업 인력난 해소에 힘을 주었다. 중·소 농가에게 필요한 사업을 우선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동형 농번기 마을식당 운영지원(1억 5천만 원, 신설)으로 가사노동을 줄여서 농번기 일손을 돕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꾀했다.
둘째, 유통판매에 대한 지원이다. ▲농산물 포장재 지원(4억 3천만 원, 신설) ▲통합마케팅 조직 육성(1억 8천만 원, 114% 증액) ▲세계농업유산 관광자원화 확산(2억 7천만 원, 하동음식 홍보 및 농특산물 판매, 신설) 등이다.
셋째, 시설원예 분야에 대한 지원이다. ▲시설원예단지 영농폐기물 처리 지원사업(1억 5천만 원, 신설) ▲딸기 하우스 수정벌 지원사업(2억 8천만 원, 60% 증액) ▲신소득 아열대 원예생산시설 현대화사업(1억 2750만 원, 410% 증액) ▲시설하우스 연질강화필름 지원사업(5400만 원, 신설) 등이다. 시설하우스 농사가 농업 소득이 높고, 옥종면 등에서 대규모로 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함으로써 농민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넷째, 1읍·면 1특산품 재배 및 상품화 지원을 강화하였다. ▲고령토 고구마 재배단지 조성(1억 원, 신설), 참다래 궤양병 저항성 향상 시범(5400만 원, 신설) ▲단호박 2기작 재배단지 조성(3억 원, 신설) ▲하동 세계차엑스포가든 조성(7억 1백만 원, 신설) 등이다.
하동군이 농민사회인 점으로 보자면 전체예산에서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예산 중 약 18%를 직불금으로 배정하고 나면 실제 농업예산 규모는 크지 않아서 항목별 세분화하면 소규모 지원으로 그치고 만다. 농민들의 일손과 농산물 판매를 지원하는 방향은 좋은데, 예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