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11월 30일 오후 2시 하동읍 회의실에서 하동군 태양광 ‘이격거리 완화’ 조례 개정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내가 사회를 맡았다. 시작 전부터 20명 내외가 청중석을 메웠다. 나중엔 약 50명 모였다. 열기가 높았다. 하동녹색당 이창일 대표가 발표하고 악양주민 왕규식, 군청 공무원 이영민, 참여연대 최지한 등이 지정 토론을 했다. 당초 참여키로 했던 조례발의자 신재범 의원은 자료만 냈고, 김민연 의원은 사정상 불참했다.
대표 발제의 핵심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의 대안임은 분명하나, 그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의 공론화와 합의, 주민주도성과 공동체의 이익, 생태계 조화 등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는 것! 특히, ‘마을햇빛발전소’ 모델을 통해 소규모, 자율성, 공동체, 친환경 등의 가치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이 맥락에서 이격거리 문제도 적정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계류 중인 개정안(이격거리 완화)의 문제점을 간접 비판한 셈!
지정 토론자들은 절차상의 문제와 함께, 내용상 부재지주 자녀들이 태양광을 잘못 설치, 마을 갈등을 초래하거나 특혜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조례 개정도 졸속 추진보다 열린 공론장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군에서는 2018년 6월부터 태양광 난개발(주변 환경 부조화) 방지를 위해 일정 기준으로 관리 중이며, 현장 실사를 통해 규정의 오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융통성 있게 적용한다고 했다.
사회자의 관점에서 이번 토론을 통해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태양광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이제 군민 대다수 인정한다.
둘째, 그러나 이번 조례 개정 과정에서 형식적인 공람공고 절차 외에 공개적인 설명회나 공청회가 생략됨으로써 군민들로부터 많은 불만을 초래했다.
셋째, ‘마을햇빛발전소’ 같은 협동조합식 공동체 모델에 대해선 여전히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
넷째, 태양광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노후 경제문제 해결을 도모하려는 군민들이 많다. 이들은 이격거리 같은 규제의 완전 철폐를 원한다.
다섯째, 태양광을 개인 사업자들에게 모두 맡기면 마을 내 갈등 소지나 자연경관 파괴 등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일부 의원들의 노력은 물론, 시민사회의 (일인시위, 농성 등) 직접행동으로 인해 12월 14일 ‘수정안’이 군의회를 통과했다. 1000㎡ 이하 토지, 5년 이상 토지소유자 본인이 태양광시설 설치 시, 도로 200m, 주택 400m를 이격하라는 내용이다.
이제 태양광은 글로컬(glocal) 의제다. 수익성과 공공성의 충돌도 있고, 공동체나 생태계 문제도 있다. 이제 하동군의회와 하동군청은 이렇게 ‘아래로부터’ 제기된 문제의식을 깊이 인지하고, 향후에는 ‘기후 민주주의’ 고양을 위해 시민사회(하동기후시민회의 등)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