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재봉 배추로 직접 담그는 별천지 하동 ‘적량 김치축제’
지난 12월 9일 적량면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김치축제
날씨가 쌀쌀해지고 겨울이 피부로 느껴질 때면 한국 주부 누구나 머릿속에 공통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김장!이다. 김장을 준비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준비하지 않는 집은 아마도 극소수일 것이다. 이 오래되고도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 여러 지자체에서는 김치축제를 열고 있다. 하동군에서도 적량면 주민들은 김장의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더 맛있고 손쉽게 하기 위해 지난 12월 9일 적량면 문화 복지센터에서 김치축제를 개최했다.
적량면 문화복지센터 운영위원회에서 주관한 이 행사는 예산 3천만 원으로 군에서 반을 지원받고 운영위에서 반을 부담했다. 운영위 사무장 공영주 씨는 “이익은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적량면 주민 김정준 씨는 “남녀 할 것 없이 마을주민들끼리 이리 모여 즐겁게 준비한 자체만으로도 이번 축제는 대성공이다! 마,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주민들이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이 축제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자랑한다.
김치축제추진단 단장 김도화 씨가 김장을 도와주고 있다.
이 축제를 위해 약 20명으로 구성된 ‘김치축제추진단’(단장, 김도화)이 발족됐다. 김도화 씨는 “배추 3000포기 정도 심어 약 2700포기를 절였고, 고춧가루 600근을 준비했다. 다른 양념도 적량면에서 재배한 것을 농협을 통해 사들여 110㎏ 양념통 12개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대구에 있는 택시회사는 매년 배추 600포기와 양념을 사 가서 직원들과 함께 담그기 때문에 올해도 보내준다고 한다. 체험행사이기 때문에 완제품으로 팔지는 않는다.
김도화 씨는 지인과의 인연으로 먹거리가 풍성하고 공기도 좋고 조용한 적량에 10년 전에 귀촌해 삼화실에서 처음 ‘김치축제’를 할 때부터 함께 했다고 한다. 원래 김치 담그는 것을 좋아해 매년 200포기 정도 혼자 담갔는데 여기저기 이웃에게 나눠주다 보면 막상 자기 집에는 김치가 별로 없었다고 미소를 짓는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장섭(63) 씨는 “다른 곳에서 하는 김치축제에도 가 봤는데 이곳 김치가 본인 입맛에도 맞고 애들이 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역시 부산에서 시누이랑 같이 왔다는 김정숙 씨는 20㎏ 하고 있는데 “요즘 모두 편한 걸 원하잖아요, 올해 먹어보고 내년에도 또 올까 해요.”라며 “사서 하는 것에 비하면 편하고 싼 편이죠. 강력 추천이에요! 애가 김치를 좋아해서 20㎏도 모자랄 겁니다.”라고 말한다. 엄마와 함께 온 하동읍에 사는 하동초등학교 4학년 심하람 어린이는 김치를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작년에는 엄마만 오고 올해 처음 같이 왔는데 정말 재미있다.”고 말한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닌다는 한 부부는 인터넷을 보고 왔다고 한다. 역시 홍보의 제왕 인터넷의 위력이다. 대전에서 온 윤형모(71) 씨는 “김장한다고 놀러 오라고 해서 적량에 사는 친척 집에 왔다.”며 쌓여있는 김치통을 만족스럽게 가리킨다.
바로 옆 두전마을에서 온 부녀회장 김종순(74) 씨는 많이 담그는 사람 옆에서 김치를 같이 치대주며 3일째 와서 축제를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하동읍에서 온 박씨는 “예전에는 김치통 가져오면 5프로 할인해주고, 미리 예약하면 깎아줬는데 이제 그런 건 없어졌나 보네요. 처음엔 6000원이더니 7500원! 물가가 올랐으니께 뭐, 김치통 가져오게 좀 깎아주면 비닐봉투와 스티로폼 통도 절약되고 좋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또 다른 사람은 “배추가 작고 짜요.”라고 불만스럽게 말하지만 “그래도 편하니까 뭐, 백이면 백 사람 다른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지요.”라고 꼬리를 단다.
김치통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마치 “냉장고에 김치만 있으면 이젠 반찬 걱정 끝!”이라고 생각하는 듯 만족스런 표정이다. 세계 5대 수퍼푸드로 꼽히는 김치는 국제적으로 그 인기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국내에서는 오히려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담그는 번잡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김치축제가 자주 또 여러 곳에서 열린다면 생활의 질과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