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원리상으로 오늘날 경제는 인간적 필요 충족이 아니라 무한한 이윤 추구를 위해 돌아간다.
원래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잘 경영하여 백성을 구제한다는 말에서 왔다. 한마디로, 사람이 먹고사는 살림살이 과정이 곧 경제다. 그러나 우리가 공식적으로 경험하는 경제는 살림살이가 아닌, 돈벌이가 핵심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집이나 옆집이나 그 대다수가 눈만 뜨면 ‘어떻게 돈을 벌까?’라는 생각만 한다. ‘어떻게 행복할까?’란 생각은 거의 하지 않거나 일단은 돈을 많이 벌어야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 중에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경제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아무 월급도 없는 주부는 하루 종일 일(가사노동, 육아노동, 돌봄노동 등)을 해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그러면 돈벌이 경제는 어떻게 돈맥경화에 걸리는가? 돈벌이 경제가 돈과 상품을 매개로 제아무리 화려하고 ‘있어’ 보일지라도 그 역시 생로병사하는 유기체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돈벌이 경제도 대체로 처음엔 잘 나간다. 산업화 초기엔 물건을 만드는 족족 다 잘 팔린다. 사람들이 돈 버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상품이, 물건이 차고도 넘친다. 마치 설탕물을 탈 때 어느 정도 설탕이 충분하면 더 이상 잘 녹지 않는 원리와 같다. 마침내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로 달려간다.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은 대략 다 샀고, 모자라는 물품은 별로 없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상품이 더 빨리 더 많이 나온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그래서 기업들은 광고나 유행을 통해 자꾸만 신상품을 더 많이 팔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켠에 상품이 돌지 못하고 쌓이는 정도로, 다른 편에서는 돈이 돌지 않고 오갈 데를 잃는다. 처음엔 돈벌이 경제가 인간적 필요 충족에 도움 되는 한에서 상품과 화폐가 동전의 양면처럼 박자를 맞추었는데, 갈수록 돈벌이 경제가 포화상태를 넘어 내리막길로 달리면서 돈맥경화가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