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송림공원을 런데이와 함께 처음으로 뛴 날, 저질 체력의 내 몸뚱어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머리가 산발이 되고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흡사 공룡 같은 자세로 필사적인 달리기를 펼쳤는데, 그 몰골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어떻게든 오늘의 목표를 채워야만 한다.’는 집중력 하나로 달리기를 끝냈다. 기록은 (5분 뛰고 2분 걷기 방식으로) 평균 페이스 8분 35초, 3.18km를 27분 25초 동안 걷고 달렸다. 체력이 어찌나 엉망이었던지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그래도 뛰었다는 기특함과 흉한 몰골에도 잘 집중했다는 약간의 연민이 더해져 성취감 폭발이었다. 분명 몸 여기저기가 뭉치고 아플 테지만 계속 뛰고 싶다는 흥분이 나를 감쌌고 어릴 때와는 다르게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이번에야말로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거친 날씨나 몸이 아플 때 외에는 꾸준히 뛰어보자’ 하고 기분 좋은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는 ’오늘 뛰어야 되는데…’가 아니라 몸이 달릴 태세를 갖추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문 밖을 나서서 단 10분이라도 뛰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달려보니 달리기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오히려 생각이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하며 방해가 된다. 필요한 생각이라곤 어떤 루트로 얼마큼 달릴까 하는 계획 외에는 필요 없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뛸까?’, ‘날씨가 너무 습하니까…’ 하고 생각을 시작하면 집과 내 몸은 혼연일체가 되어 꼼짝하지 않는다. 생각이 출발선에 선 순간 조금 무심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몸은 러닝복에, 발은 러닝화에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에어팟을 귀에 꽂고 뜀박질을 위해 준비해 둔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켜고 문 밖을 나서면 달리기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날의 컨디션을 살피며 페이스 조절을 잘 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면 순조로운 달리기를 끝낼 수 있다. 달리기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렇듯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습관을 정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