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통합 외에는 하동군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통합을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통합되기 전 소규모학교에도, 통합된 지역 거점학교에도 모두 근무해봤습니다. 나름대로 무진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절반의 성공’ 이상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통합을 통해 지방 고등학교가 명문학교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을 살린 사례는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동교육이 소멸 위기에 있는 하동을 구하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교통합’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 봅니다. 하동고등학교와 하동여고, 그리고 하동중학교를 합쳐 하나의 남녀공학 사립 하동중고등학교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하동중고등학교의 재단이사회는 군민 대표들로 구성하여, 하동군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확립합니다. 이러한 학교 운영 방향과 지원 방안을 학교 헌장과 하동군 조례를 통해 명문화합니다. 건강한 재단이 유지만 된다면, 공립보다는 사립이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공립학교의 교원 전보 시스템은 교육의 창의성과 지속성이라는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군립인 사립 고등학교를 만듦으로써,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강점을 모두 취하자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을 꿈꾸고 가꿀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여 독서, 말하기와 글쓰기, 예체능, 다양한 체험활동을 체계적으로 실시합니다. 하동중고등학교가 분명하게 방향을 잡고, 이 힘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하면, 하동교육은 단시일에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하동 지역 교사는 기본교과 교육과 인성교육에 집중하고, 분야별 전문 코디 기획 하에 전문 강사들이 행복교육 각 분야를 책임지며, 하동군과 지역 주민이 하동군의 특별 교육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정과 인력을 지원합니다. 학교와 지역 주민, 지자체가 함께 교육하는 체제를 갖추면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지역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동군 초중고 연령별 오케스트라, 연령별 스포츠클럽, 연령별 독서클럽 등을 하동군 전체 학교를 묶어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학교 간 겸임교사제 운영과 학교 간 통합교육과정 운영 역시 하동초등학교와 하동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체계화합니다. 하동군 각급 학교를 ‘따로 또 같이’ 운영함으로써,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과 큰 학교가 갖는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합니다.
제가 꿈꾸는 하동교육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산과 강, 바다를 모두 갖춘 천혜의 자연에 6개 도시(남원, 순천, 광양, 여수, 사천, 진주)가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하동은, 우리가 원하는 교육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동 주민들이 인근 도시들로 빠져나가 흡수될 것인가, 아니면 그 도시들을 잘 활용하여 극적으로 살아남는 우수사례가 될 것인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