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소통·변화·활력’을 으뜸 구호로 민선 8기 하승철 군수 임기가 시작되었다. 하 군수의 취임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보수당 군수들이 집권하면서 쌓여온 답답증이 다소나마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전 군수의 권위주의와 일방주의로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하동 행정에 일방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군수의 언행이 바뀌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하동군 행정의 일방주의, 고교통합 찬성 서명운동에서 조짐보여
일방주의 조짐은 ‘고교통합’ 여론조성에서 나타났다. 하동여고와 하동고의 통합을 이루려는 다양한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은 거치지 않고 행정체계를 이용하여 ‘고교통합 찬성 서명’을 조직적으로 실시하였다. 읍·면사무소에 찬성 서명 용지 배치는 물론이고 마을 방송까지 하기도 했다. ‘관제서명’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하동군 행정조직개편 하면서 군의회와 소통 부족 하동군민 61%가 농민인데 ‘농촌진흥과’폐지하고 ‘도시과’ 신설
지난 7월 19일 하동군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소속 군의원들이 행정조직개편안이 일방적이며, 군의회와 소통이 없음을 질타하였다. ‘도시과’를 신설하고 ‘농촌진흥과’를 폐지함으로써 하동군이 농촌이 아니라 도시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하였다.
신재범 의원은 “(조직개편의) 계획이 있다면 사전에 의회에 좀 보고를 해서 동의를 구해서 담당을 설립하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지적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특히 농촌진흥과가 폐지되면서 농촌활력이 도시과 지역활력, 농촌진흥과 농촌개발이 도시과 지역개발로 변경되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희망적이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실망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 하동군에 5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농촌 군입니다. (중략) 정말 도시로 개발되어 농사를 안 짓고 사는 하동군이 된다면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50% 이상이 농사에 종사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농촌’이라는 글자가 거의 사라질 위기입니다”
정영섭 의원은 잦은 조직개편으로 군의원들조차 행정부서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정영섭 위원 : 인수위원회를 거쳐서 민선 7기의 조직을 민선 8기에 맞게끔 개편해서 운용해 오고 있거든요. 10개월 운용하다가 또다시 조직을 개편하는 게 정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과장님, 혹시 계가 몇 개 정도 있습니까? 현재 계가 몇 개 정도 됩니까?
○행정과장 강은숙 : 167담당입니다.
○정영섭 위원 : 160개 정도의 담당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과장님도 다 모르시죠? 속속들이 잘 모르시죠? 의회 의원들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얼마나 바뀌는지, 또 조금 끝나고 나면 인사 또 할 겁니다. 그러면 뭐하는지 더 몰라요. 조직개편을 하기는 하셔야 됩니다마는 진짜 심사숙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산악열차를 다시 한다고?
윤상기 군수 시절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이른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산악열차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와 민간업체의 참여 철회로 사실상 무산되었다. 그런데 하동군청의 7월 18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시행자의 사업제안이 있을 경우 관련 규제, 경제적 타당성, 환경영향 등 사업 전반을 다시 검토해 추진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라고 했다. 또한 화개천이 보이는 곳을 포함해 14곳에 대규모숙박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겠다고 했다.
민간업체가 산악열차 건설에서 발을 뺀 것은 형제봉에 대규모숙박시설을 짓지 못하는 제한 조건 때문이었는데 그 제한을 풀겠다는 셈이다. 게다가 민간업체의 사업 제안시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명시하던 기존 입장에서 보도자료에는 그 말도 빠졌다.
결국 민간업체가 참여만 하면 산악열차 건설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윤상기 군수 시절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사업들을, 군수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하승철 군수가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승철 군수, 국민의힘 복당. 지지했던 군민들 어안이 벙벙
지난 6월 26일 하승철 군수가 국민의힘으로 복당했다. 군수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들끼리 선거법 위반 고소 고발이 잇따르면서 하승철 후보가 경선에서 배제되었다. 하 후보는 국민의힘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되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있었음에도 군민들은 무소속 하승철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보수당의 색채가 강한 지역에서 정당이 아니라 인물 선거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승철 군수의 복당은 “인물을 보고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무시한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 복당이 군수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라 하더라도,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던 군민들과 최소한의 소통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거 당시 ‘정당 후보’가 아니라 ‘군민 후보’임을 내세웠고, 소통을 그토록 강조하던 군수가 어느날 갑자기 복당 선언을 하는 것은 소통의 정체성을 버리겠다는 것과 같다. 최소한 복당 관련 의견청취도 하고, 지지자들에게 복당을 알리는 문자도 보내고,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정치적 도의를 다 하는 것이 아닐지 궁금하다.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복당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끝내버리는 것은 일방주의다.
무소속 후보여서 지지했다는 P씨(남, 59)는 “보수당은 만날 제멋대로 하고, 민주당은 가망이 없어서 무소속 하승철 후보를 찍었다. 무소속으로도 충분히 이긴 사람이 복당을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 당을 보고 찍기 싫은데, 다음 선거에선 어찌할지 모르겠다”며 주위에 자기 같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승철 군수의 취임 후 1년, 소통과 변화로 조금씩 생기려던 활력이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