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동 24호(7월호)에서 대형 편집 사고가 일어났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오!하동>에 매달 칼럼을 써주시는 강수돌 선생님의 이전 글(<오!하동> 21호)의 한 문단이 24호 글의 끝에 붙어 그대로 인쇄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강수돌 선생님의 21호와 24호 칼럼 글이 맥락 없이 섞여버렸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을까?
첫째 편집디자인을 맡고 있는 본 기자의 실수다. 프로그램에 적용한 편집본을 최종 교정한 원고와 확인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둘째 교정 교열팀의 실수다. 외부 기고글은 주로 오탈자를 중심으로 편집본을 검토하기 때문에 전체 글의 내용이 맥락상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채지 못했다. 중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관행을 맹신했다. 사건 사고는 가끔 이렇게 일어난다.
<오!하동> 단톡방이 이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편집장은 바로 강수돌 선생님에게 연락해 이번 사고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 이미 오픈한 <오!하동> 웹 버전은 곧바로 수정 되었다. 문제는 종이 신문이다. 이전에도 크고 작은 편집 실수와 인쇄사고가 있었고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명백한 오류는 정정 보도로 바로 잡았다. 이번 경우는 다음 호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소중한 글을 써준 저자에게도, 그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모두 민망한 상황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 방법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였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될 줄 알았다.
하루가 지났다. A가 아침 일찍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오류 난 부분을 매직으로 지우거나 종이를 붙이든지해서 배포하자”라고. 예전에 신문 만드는 일을 했던 A는 <오!하동>의 최고 연장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과문 게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A의 제안에 <오!하동>의 9명의 구성원 모두 솔직한 의견을 냈다. 수천 장을 손으로 작업하는 것에 관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 결국은 다수결에 의해 종이를 붙여 수정작업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에는 어떤 종이를 붙일 것인가로 다시 단톡방이 시끄러워졌다. 최대한 이질감이 없는 신문 갱지가 필요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던 중 B가 말했다. “지난번 12면 발행 후 남은 종이가 있잖아요”라고. B는 모두가 잊고 있었던 그 종이를 기억해 냈다. 그 이후의 일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딱풀과 오류 범위에 맞게 자른 갱지, 신문 할당량이 각 구성원에게 빠르게 분배됐다. 주말을 이용해서 누구는 혼자서, 또 누구는 가족과 함께 <오!하동>의 실수를 하나씩 지워 나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오!하동> 24호는 그렇게 배포됐다. 딱풀로 종이를 붙인 신문은 다소 볼품이 없었지만, 취약함과 그로 인한 실수를 솔직히 드러내기로 한 결정의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끝내주는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