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은 전례없이 민선 8기 하승철 군수의 취임 1주년 기념식을 각 면에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아마도 지난 1년 간의 군정 쇄신과 그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윤상기 전임 군수 시절부터 진행된 몇몇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면 과연 하동 군정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지난 6월 15일 하동군 의회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나온 발언들을 통해 하동군정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살펴봤다.
하동군의회
‘상상도서관’과 ‘산악열차’는 깔끔한 청산이 필요한 적폐사업
○ 문화관광과장 손성숙(이하 손 과장) : 하동 공공도서관 조성사업 추진현황입니다. 하동읍 광평리 317번지 일원에 160억 원을 투입하여... 공공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습니다. 2021년 10월 공사 착공하여 추진 중 현장 시공 애로로 2022년 4월 공사 중지하였습니다. 종합적인 검토 결과 설계도서의 중대한 하자로 대대적인 설계변경 없이 사업추진이 어렵고 설계 변경 시에는... 사업비 및 사업 기간의 대폭 증대가 예상되며... 전문가의 지속적인 사업 재검토 의견에 따라 현 사업 부지공사 진행은 불가하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시공업체와는 타절정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 과장 :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사업 추진 현황입니다... 사업비는 공공 150억 원, 민자 1500억 원 등 총 16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계획 시행 초기부터 ... 찬성과 반대 단체의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었습니다. 민선 8기 새로운 군정에서는 ‘민간사업자 사업추진 제안 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정하는 것’으로 사업 추진방향을 결정하였습니다. 기 시행했던 군 관리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은 타절정산하였습니다.
결국 군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2개의 사업 모두 사업중단과 함께 타절정산, 즉 실질적인 사업철회의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군민 간의 갈등만 유발한 이 ‘적폐 사업’을 처리하는 하동군청의 방식은 여전히 미온적이고 무책임하다.
○정영섭 위원 : ’22년에 명시이월한 하동 공공도서관 조성사업...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조성사업... 매몰 예상 비용이 얼마 정도 추징되는지도 질의했습니다.
○손 과장 : 공공도서관(일명 상상도서관)은 매몰 비용이 공사비, 용역비, 감리비로 26억 6천만 원 정도 예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도비 부분(약 42억 원)은 저희들이 다 반납을 해야 되는 상황이고, 알프스 프로젝트 (속칭 산악열차 사업)는 용역비하고 해서 약 5억 7천만 원 정도 군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영섭 위원 : 다시 한 번 질의하겠는데 군비 5억 7천만 원, 26억 6천만 원, 이런 것들은 누가 책임지고 합니까? 그냥 잘못하면 그거로 끝입니까?
상상도서관 사업, 매몰 비용만 26억 6천만 원에 각종 소송까지 예상돼
○김진태 위원 : 하동 공공도서관 조성사업에 대해서 질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공사가 어디입니까? 입찰을 해서 시공사 선정이 되었었지요?... 그러면 시공사에서 어떻게 소송이나 (있지 않을지), 감지는 못하고 있습니까? 시공사하고 그냥 합의가 된 상태입니까?
○손 과장 : 아마 소송을 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태 위원 : 분명히 할 것 같아요. 이 엄청난 사업비를 가지고... 이걸 안 한다고 하면 그 업체가 그냥 안 있을 거라고 봐요... 하동군이 전부 소송에 휘말리는 겁니다. 갈사나 대송, 전부 소송 아닙니까? 복구를 언제부터 할 겁니까? 복구를 하려면 사업비가 또 들어가겠지요?
○손 과장 : 많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산악열차 사업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관제 플래카드 게시 의혹까지 불거져
○강희순 위원 : 이 사업에 있어서 2021년 3월에 알프스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의견 회신이 대림건설에서 하동군으로 왔는데 이 회신은 어떤 회신이었습니까?
○손 과장 : 민자 투자... 그 부분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강희순 위원 : 대림에서 어렵다는 것은 안 하겠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군에서는 받아들였습니까?
○손 과장 : 그 당시에 어렵지만 계속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희순 위원 : 그 회사에서 안 하겠다는데 하려고 하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자체도 그렇고, 또 보면 2022년 3월에 군관리계획 및 실시 설계 용역을 일시 중지했습니다. 중지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손 과장 : 그 당시에 군민들과 의견이 첨예하게, 극심하게 대립하다 보니까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중지를 하고 조금...
○강희순 위원 : 그때 반반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반반이 아니라 찬성 반은 관에서 해 줘서, 제 말이 좀 심할지 모르겠지만 꼭두각시 노릇을 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문제점 및 대책에 보시면... ‘민간사업자 사업추진 제안 시 공론화 과정 추진을 통한 사업 추진 여부 및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언제쯤 방향 결정을 하실 겁니까?
○손 과장: 일단 오늘 행정사무감사에서 많이 지적해 주시고 어쨌든 찬성하는 분들이 그냥 계시는 것인지, 아니면 찬성을 철회한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이 약간 검토를 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희순 위원 : 그때 당시 플래카드 걸 때는 반대하시는 분들은 자기네들 돈으로 했다고 하는데 찬성하시는 분 플래카드는 그분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관에서 집행했다는 말들도 있었거든요... 집행부에서 사업추진을 계속할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고 사업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으면 빨리 중단을 해서 이 사업 추진을 명확하게 결정을 해 주셔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군의원들, 군청의 미온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
○김진태 위원 : 이런 엄청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충분히 검토를 하고 그렇게 시작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희순 위원 : 집행부에서... 이 사업 추진을 명확하게 결정을 해 주셔야 합니다.
○정영섭 위원 : 그러니까 누가 책임지느냐고요. 타절 절차 거치면 이 예산 날아간 것은 누가 책임지느냐고요... 누가 책임집니까?
여야 가릴 것 없이 여러 명의 군의원이 두 사업에 대해 군청의 명확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것은, 역으로 하승철 군수의 집행부가 여전히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32억 3천만 원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군민들의 갈등만 불러 일으킨 이 ‘적폐 사업’을 깔끔하게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군민들이 하승철 군수 취임 1주년을 진정으로 축하할 만한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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