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2023년 7월 현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붕괴(2011년 3월) 이후의 핵폐수 약 130만 톤을 향후 30년간에 걸쳐 희석해 해양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 오늘날 세계 어느 곳이건 바다는 공장이나 가정에서 나오는 오폐수, 중금속, 논밭이나 축사에서 나오는 유독성 농약 성분과 질소나 인 성분, 그리고 미세한 타이어 가루나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다 이제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수까지 가세하려 한다.
물론, 충분하진 않지만 일본이나 한국의 어민들, 수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나 야성이 강한 정치인들은 한사코 핵폐수 방류를 반대한다. 우리나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80% 이상이 핵폐수 방류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한국 정부나 여당 정치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핵발전소 운영자)과 입장을 같이 한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잘 처리된 오염수는 마실 수도 있다”고 장담하기까지 한다. 위험천만이다. 그런 발언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는 “정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땅에 보관하거나 일본인들이 마실 일이지 왜 바다에 버리냐?”고 맞선다.순수한 마음과 과학적 분석의 결과를 갖고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거액의 돈이나 정치적 입장이 개입된다면 사태는 더 뒤틀리고 의사결정은 엉망이 된다. 이미 독립적 시민언론 <더 탐사>와 <민들레>가 보도했듯, 지난 2~3년간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에는 은밀한 관계가 지속되었고, 최근 7월 4일에 공식 발표된 최종보고서(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관련 안전성 검토)는 결국 ‘ALPS(고급액체처리시스템)로 처리된 핵폐수는 방류해도 좋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IAEA에게 기존 용역비 85만 유로 외에 추가적으로 (사실상의 뇌물) 100만 유로(약 15억 원)를 건넸다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총 6차례)가 있었다. IAEA 측은 그 돈을 받는 대신,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거나 ‘ALPS 처리수의 방사능 노출’라는 표현에서 ‘방사능’이란 말을 빼고, ‘83개 물고기 표본에서 삼중수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명시하기로 하는 등 초안의 여러 곳을 긴급 수정했다. 그 결과, IAEA에 파견된 11개국 방사능 전문가들의 비판적 지적이나 주변국(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태평양도서포럼 18개국 등) 의 우려와 비판 등을 도외시한 채, ‘방류의 정당성’만 확보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80%가 걱정하는 후쿠시마 핵폐수는 과연 안전할까? 신체 건강이나 자연 건강에 해로운지를 따질 때 한편에서는 ‘무해하다’ 하고 다른 편에선 ‘유해하다’고 하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야말로 중립적으로 ‘조금만’ 하면 중간이니 괜찮을 것이라 봐야 하는가? 아니면, 일단 조금이라도 거리낌이 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하는 게 나을까? 이런 면에서 일단 미국의 과학자들(내가 보기에 양심적이고 정직한 과학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해 보자.
첫째,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뉴스> (2023. 1. 24)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해양방사능 전문가인 켄뷔셀러 박사가 한 말을 실었다. “위험성이 충분히 검토됐다고 볼 수 없으며, 도쿄전력의 주장은 자료의 양과 질로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미국 하와이대학의 로버트 리치먼드 교수는 “방사능 폐수를 오랜 기간 해양 투기하면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게 국제적으로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바닷물보다 방사능이 수천 배 강한 삼중수소는 (탄소-14와 더불어) ALPS로 걸러지지도 않으며, 이것이 장기간 축적되면 해산물이나 인체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둘째, 같은 <사이언스 뉴스>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몬트레이 미들베리 연구소의 페렌치 달로키-브레스 박사는 “우리는 솔직히 그탱크 속에 어떤 물이 들어 있는지 잘 모른다. 도쿄전력은 1천여 탱크 중 불과 1/4만 샘플로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여론조사도 아니고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이 농후한 핵폐수에 대한 안전검사라면, 그것도 세계 인구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해양 방류를 위한 사전 조사라면, 당연히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25%의 샘플 결과만으로, 그것도 불리한 내용은 고치도록 적극 요구(또는 돈으로 매수)하면서 IAEA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특히 그는 “ALPS를 통과한 핵폐수(처리수)에서도 스트론튬90이나 세슘137과 같은 고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는데, 이를 보면 핵폐수가 제대로 걸러지는지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셋째, 미국 해양연구협회(미국 버지니아 주) 역시 동일한 <사이언스 뉴스>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충분하고도 정확한 과학적 자료가 결여돼 있다”며 핵폐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에서는 ‘과학이냐 괴담이냐’라는 논란이 있는데, 이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인 미국의 해양연구협회에서조차 “충분하고도 정확한 과학적 자료가 결여”되었다 한다.
넷째, 가장 최근인 6월 22일, <네이처>에서도 “일본의 핵폐수 해양 방류는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보여주었다. 이에 전술한 미국 하와이대학의 로버트 리치먼드 교수는 일본의 방류 계획에 아무런 변동이 없자 이렇게 질문하고 답했다. “방류를 추진하는 자들은 우리들에게 핵폐수 방류가 바다 건강이나 인류 건강에 아무문제없이 안전하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 주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단연코 “아니!”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제공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고 후쿠시마 현장까지 방문했지만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대해선 아직 답이 없다”고 했다.
자, 이 정도면 무엇이 과학이고 무엇이 괴담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가? 약간의 돈이나 자리 등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하게 바다 건강과 인체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리하여 우리 자신은 물론 후세대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안 그래도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온갖 방부제와 첨가제, 중금속과 독성 물질로 지구와 인간의 건강이 위태위태한데, 뭐 하러 굳이 방사능 가득한 바닷물과 해산물을 기꺼이 먹겠다고 나설 일인가?
그러니 우리의 결론은, “핵폐수 해양 방류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그리고 “처음부터 해서는 안되는 (모든 나라의) 핵발전소, 독일처럼 지금이라도 당장 폐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