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은 모래(주물사)로 만든 거푸집에 쇳물을 붓고 식혀 모양이 복잡한 금속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사용 후 폐기물로 버려지는 주물사를 ‘폐주물사’라고 한다. 폐주물사는 중금속 등이 나올 수 있어 지정된 곳에 매립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워낙 많은 양이 발생하고 있어 매립이 어려워 지면서 재활용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그 방법이란 일반 흙과 50:50 비율로 섞어 땅에 묻는 것이다.
지난 2월 중순, 금남면 진정리 713-1에 시커먼 흙이 매립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석탄재로 알려졌으나, 현장 조사 결과 폐주물사로 확인되었다.문제가된폐주물사는성토(흙쌓기)용으로 재활용된 골재이다. 사업자는 중장비 주기장을 만들겠다며 2023년 6월 중순 해당부지를 임대, 6월 27일 하동군의 개발행위 허가를 얻었다. 그리고 12월 4일 개발행위 변경 신청을 한다. 변경 사유는 토사 반입 변경이다. 서류에서 “R-4-2, R-7-1”이라는 유형의 성토재 반입계획을 확인했다.
[사진1] 인근 하천으로 이어지는 곳의 모습. 침출수가 유출될 경우, 진정천과 주교천을 지나 섬진강으로 흘러들어간다.
R-7-1 : 폐주물사가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R-7-1은 폐주물사를 성토재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환경표지 인증서에서 JA-09코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성토재로 사용 시 지표에서 1m 이내에만 성토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사업자는 3793㎥를 성토한다고 했는데, 폐주물사와 일반 흙을 50:50으로 섞어야 하므로 반입가능한 폐주물사는 1896.5㎥이다.
물론 사업자의 말대로 폐주물사 1798㎥만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하동군이 확인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 수 미터의 높이로 쌓여있는 폐주물사를 볼 때, 지표에서 1m 이내에 매립되는지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폐주물사 사용을 하동군이 거부할 수는 없을까? 상위법에 따라 하동군은 사업자의허가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재활용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만을 지도·단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2] 자갈로 덮어놓은 곳을 조금만 파면 폐주물사와 침출수를 확인할 수 있다.
해결책은? 법과 제도 개선뿐
전국 곳곳에서 부지를 조성할 때 비용 문제로 폐주물사가 성토재로 사용되고 있다. 성토재로 사용할 수 없는 유독성 물질이 함유된 화학점결폐주물사가 섞이는가 하면, 일반 흙과의 50:50혼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현장에서 오랫동안 방치되는 일이 흔하다.
이같은 법과 제도의 허점으로 수질 및 토양오염 문제가 나타나고, 주변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폐주물사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밀 조사 등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근거하여 폐기물관리법 등 관련법과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특히 폐주물사를 현장에 야적할 때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시민단체인 ‘하동기후위기시민회의’에서는 22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폐주물사 관련 질의를 하였다. 답변서에서 서천호 당선자는 “폐주물사의 성토재 활용은 2차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으로, 폐주물사의 성토재 활용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토양오염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를 보완하여 폐주물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한 서천호 당선자의 진심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번 국회에서의 폐주물사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