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는 명제는 그리스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 이후 변함없는 인류의 관심사지만 최근 더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느낌이다. 왜일까?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린나’를 찾아야 하는지 영화나 책, 강연이 수도 없이 많지만, 과연 ‘나’를 찾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보이는 나, 보이지 않는 나, 나도 모르는 나... 등 수많은 ‘나’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시대는 ‘보여지는 나’에 치중하는 편인 것 같다.
그 한몫을 톡톡히 하는 게 옷 아닐까! You arewhat you wear! (네가 입고 있는 옷이 너다!)라고 할 정도로 의류 산업은 모든 산업 중 지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으뜸 산업이다. 세계물 소비량의 20퍼센트가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이는 서울 시민의 절반이 1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약 7000리터, 티셔츠 한 장은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섬유의 60퍼센트가 값싸고 구하기 쉬운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지는데 폴리에스테르는 제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시킨다. 옷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세탁기와 건조기, 하수구를 거쳐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에 퍼져 있는 5조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에 합류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에게 먹히고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누구나 한 벌씩 가지고 있는 패딩점퍼는 80퍼센트가 동물보호법이 없는 중국산이다. 패딩 생산에 동원되는 오리나 거위는 생후 10주부터 평생 동안 가슴털을 뽑히다가 죽는다. 세계적인 유명 패션 브랜드 자라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자산 규모가 375억 달러로 세계 5위이다.
입을 옷은 없는데 옷장에 가득 찬 싫증난 옷이나, 사놓고 쓰지 않거나 말짱한 물건을 재활용할 수 있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모두의 가게”가 악양에 생겼다. 8명이 힘을 모아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누구에겐가는 요긴할 수 있다. 물건뿐 아니라 먹거리나 먹거리 재료도 나눔을 한다. 다 본 책도 이곳에 갖다 주면 누군가를 지혜롭게 할 수 있다. 플라스틱통에 든 비누나 세제를 다 쓴 후 빈 통을 가져가면 이곳에서 리필할 수도 있다.
모두의 가게 오픈식 날, 마을 아이들이 가게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고 있다.
“모두의 가게”가 악양뿐 아니라 하동읍과 다른 면에도 하나씩 다 생기면 좋겠다. 무엇이 필요할 때 일단 이곳부터 둘러보면 그대는 지구를 구하는 의인이 될 수 있다. 또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이곳에 갖다 주면 집안이 넓어지고 깨끗해지는 기적까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구는 이미 포화상태다. 진정한 ‘나’를 찾는 내적 성장을 위해 외면만을 가꾸는 개발과 소비는 이제 멈추자. 멈춰!
*기사 작성에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돌고래 출판사, 이소연 지음)를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