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 모두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매계’ 강훈채 이사장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새뜰마을사업’과 행안부의 ‘마을공방육성사업’에 선정돼 2022년 악양면 매계마을에 개관된 공동체 시설: 북카페와 맷골사랑방. 마을 주민 모두가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마을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 나의 일!
“이장이 되고 싶었어요. 이장이 되어 주민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강훈채(66) 씨는 타지에서 사업을 하다 2009년,어머니 외가가 있는 마을에 돌아왔다. 고향을 떠나 사업을 하며 살았지만, ‘때가 되면 고향에 돌아가야지.’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늘 이장이 되고 싶었다는 강 씨의 바람 뒤에는 꾸준한 계획과 배움이 스며 있다.
365일 주민이 무상으로 함께 식사하는 마을 요양원을 세우는게 목표
“새마을 지도자도 하고 다른 마을을 다니며 많이 배웠습니다. 2014년 이장이 되고 10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4년, 이제 앞으로 10년 계획으로 ‘협동조합 매계’를 설립했습니다. 365일 주민들이 무상으로 함께 식사하는 마을 요양원을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이장으로 9년간 마을 주민을 하나로 만들고, 이제 협동조합 매계의 이사장으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 들고 80이 넘어서 아프면 마을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돌아가시면 들어오죠. 그게 너무 마음 아픕니다. 마을 요양원은 마을에서 같이 살아온 친구들이 함께 지내면서 간호도 해주는 거죠. 마을 분들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따 마을 주민이 케어 하는 거지요.”
협동조합은 주민 복지를 위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다며 그는 기대와 포부를 드러낸다.
“1계좌는 10만 원이고 최대 300만 원 한정입니다. 배당금이 나오면 연 5% 배당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민 복지에 쓸 계획입니다.”
마을마다 이제는 빈 둥지가 된 폐교를 마을 주민들이 서로 운영하고 돌보는 요양원으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매계마을 이장으로 9년 활동하고, ‘협동조합 매계’의 이사장으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고 있는 강훈채 씨가 희망찬 미소를 짓고있다
마을을 위해 작고 아름다운 일부터 주민 주도로
그가 2014년부터 9년을 이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마을은 모습도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 2016년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경관, 환경 분야’ 금상을 수상했다. 원주민과 귀농, 귀촌인이 한마음으로 마을 꽃길 조성, 산책로 정비, 마을이야기·지도벽화 조성, 캐리커처 문패 달기 등 마을 경관 및 환경 가꾸기를 시작으로 마을 작은 음악회, 밥상 나누기 등 공동체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자기 집 앞에 꽃 심기부터 했어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꽃이요. 집마다 다 다르죠. 서로 나누기도 하고. 마을길을 꽃길로 만들었죠. 주민 역량이 중요한데 교육한다고 모이라면 안 모여요. 모두 바쁘니까요. 그런데 맛있는 밥이 준비됐다고 하면 다 모입니다. 모인 김에 짧게 교육을 하는 거죠. 군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 주민 주도로 스스로 하는 거죠. 많은 공모 사업이 있는데 차근차근 준비합니다. PPT도 함께 만들고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조언도 받고 연습도 많이 합니다.”
악양면 북쪽에 있는 매계마을이 처음부터 화목하고 단합된 마을은 아니었다. 물 문제로 주민들이 서로 어려움을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모이고 머리를 맞대다 보니 오늘에 이른 것이다.53가구 90명 정도의 작은 매계마을은 지금은 ‘잘나가는 마을’의 대명사다. 선진지 견학으로 주말이면 다른 마을에서 견학 오는 차량과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귀촌 가정이 48%를 차지하고 평균연령은 70세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과 깨끗한 벽돌 건물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일주일에 한 번 주민이 함께 식사하는 ‘나눔 밥상’과 다목적 공간 ‘맷골 사랑방’ 그리고 ‘북카페’이다. 카페 운영을 위해 몇몇 주민은 바리스타 교육까지 받았다. 카페안에는 제로웨이스트 용품이 진열돼 있어 친환경을 실천하는 주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건물은 그동안 향우회와 마을 사람들이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부한 2500만 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외갓집이 되어주자! “받은 게 많으니 우리도 나누자는 생각으로 ‘외갓집 역할’을 자처했어요. ‘부산송도 마리아수도회’에 있는 아이들을 초청해 우리 마을에서 먹고 자며 외갓집에 온 것처럼 지내는 거예요. 돈보다 사람의 생각이 중요하지요. 주민이 함께 하기 위해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요. 모두 마을 주민이 다 함께한 일입니다.”처음 마주한 강 씨는 너무 심각한 표정을 하고있어 말 꺼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마을 얘기를하다 보니 마치 봄날을 기다린 매화꽃처럼 이야기와 웃음을 터뜨린다. 그의 희망 “마을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 봄바람에 날리는꽃잎처럼아름답고가볍게이루어지기를바라는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