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공비축미 수매 전년 대비 28% 감소
하동군 벼 생산량은 약 2만 6천 톤 공공비축미 벼 3,554톤 수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하동군 논벼 생산량은 26,122톤이다. 2015년에서 2020년까지는 조금씩 줄어들다가 2021년부터는 해마다 늘고 있어서 2023년도 생산량은 2만 6천 톤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 벼들은 크게 세 가지 갈래로 유통 판매된다. 첫째는 정부의 공공비축미다. 둘째는 각 읍면 농협이 힘을 합쳐 만든 미곡종합처리장(이하 금남RPC)을 통한 판매이다. 셋째는 개별 농가의 직거래 판매와 직접 소비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은 공공비축미다.
공공비축미 수매가 중요한 이유는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공공비축미 가격은 10월~12월 전국 산지 평균 쌀값을 벼 40kg로 환산하여 정한다. 이 가격을 참고하여 각 지역RPC는 자신들의 수매가격을 결정한다. 2022년 건조벼 1등품 40kg 1포대 기준, 공공비축미의 수매가격은 64,530원이고 금남RPC 수매가격은 55,000원이었다. 금남RPC 가격은 공공비축미 가격보다 1만원 정도 낮게 결정된다. 그래서 농민들은 최대한 공공비축미로 내려고 한다. 판매의 최우선순위다.
하동의 황금 들녘에서 벼타작이 한창이다.
공공비축미 28% 감소로 농민소득 3억5천만 원 줄어들어
그런데 올해는 공공비축미가 크게 줄었다. 2023년 하동군의 공공비축미 배정량은 벼 기준 3,554톤이다. 작년에는 4,957톤이 수매된 것에 비해 28%인 1,403톤이나 줄었다. 40kg 기준 35,063포대가 감소했다. 농민들은 공공비축미 대신 금남RPC에 판매하겠지만 1포대에 1만 원 정도 싸게 파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약 3억 5천만 원의 농업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남지역 농민들의 2022년 농업소득이 전국 9개 도에서 꼴찌다. 여기에서 더 줄어드는 것이다.
하동군의 공공비축미는 왜 갑자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일까? 그 첫째 이유는 정부의 수매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쌀 기준 약 45만 톤이었는데 올해는 40만 톤으로 줄어 그 영향을 받았다. 둘째는 벼 재배면적에 맞게 수매물량을 조정하면서 줄었다. 경남은 벼 재배면적이 전국 6위인데 비해 공공비축미 물량은 4위로 비교적 많은 물량을 받아왔다. 2022년 공공비축미 벼 수매 비율은 전국 평균이 12%인데 비해 경남은 17%, 하동은 18%였다. 중부지방 쌀은 시장가격이 비싸 공공비축미 선호도가 낮고, 남부지방 쌀은 공공비축미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비싸 농민들의 선호도가 높아서 배정물량이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올해 공공비축미 감소량을 재배면적에 따라 조정하면서 남부지방의 수매율이 크게 낮아졌다. 하동군은 전체 생산량의 13% 내외가 될 것 같다.
수매는 마을별, 농가별로 물량이 배정되며 말리지 않은 산물벼를 10월에 수매하고, 수분 13%~15%로 말린 건조벼는 11월에 수매한다. 악양면 마을 이장 김씨(남, 64세)는 “우리 마을에 보통 600포대가 배정되는데, 농가의 수요를 받아서 배정한다. 조금 짓는 사람들은 자기들 양식을 하고, 직거래하고 나면 수매할 게 별로 없다. 벼농사를 크게 짓는 대농들이 배정물량을 많이 가져간다. 우리 마을은 네댓 농가가 대농이다.”라고 말한다. 벼농사 짓는 사람들이 줄고 트랙터, 콤바인 같은 농기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논을 빌려주다 보니 몇 농가가 대농이 되는 게 현실이다.
- 금남RPC 2022년 7,288톤, 전체 생산량의 28% 매입
- 공공비축미 축소에 따라 금남RPC 역할 더욱 커져
- 하동쌀 경남지역에서 인기 좋아
공공비축미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금남RPC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그동안 농민들이 원하는 양은 다 수매하였고 2022년에는 생산량의 약 28%를 유통 판매했다. 그런 까닭에 농가들은 금남RPC의 수매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작년 수매가가 4만 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이 많았으나 5만 원대를 유지하였다.
금남RPC는 읍·면 농협의 협동사업인 만큼 수매한 쌀을 제값 받고 잘 파는 게 중요하다. 금남RPC 관계자는 “매입한 나락을 잘 도정해서 ‘섬진강쌀’ 브랜드로 마트에도 들어가고, 학교 급식이나 수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마트 담당자들께서 섬진강쌀이 다른 경남지역 쌀보다 밥맛이 좋고, 찰기가 있다고 해요. 다른 지역 쌀보다 좀 더 비싸게 팔린대요. 경남지역에선 인기가 좋아요.”라고 했다. 금남RPC에선 일반판매 외에도 하동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섬진강쌀을 유통하고 있다. 우선 87.8톤을 영국, 미국, 호주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하동쌀이 전국 농협 중에서도 세 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고 있고 수출국과 수출량을 확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동군, 하동쌀 판매망 구축을 위한 직·간접지원 펼쳐
하동군은 판매망 구축을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직접지원 방식으로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친환경쌀 구입을 위해 약 2천 7백만 원을 지원하고, 하동쌀을 이용한 전통주(막걸리) 생산에 약 3천만 원을 지원한다. 간접지원으로는 해외수출을 위해 해외바이어를 소개하고, 해외 현지 판촉전을 펼치기도 한다. 또 하동쌀을 하나의 통합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5천 7백만 원으로 포장재 약 11만 장 제작을 지원한다. 그 밖에 금남RPC에서 수매한 산물벼를 건조할 때 건조비를 일부 지원해준다.
하동쌀이 경남지역에서는 우수한 편이라 비교적 잘 소진하고 있지만, 재고가 쌓이면 사들인 가격보다 싸게 팔아 손실이 생기고 다음 해 수매가에 영향을 준다. RPC를 통한 튼튼한 판매망 구축과 수매량의 완전판매가 중요하다. 더욱이 공공비축미 감소가 농민소득의 축소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