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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철 군수의 소통 행정· · · 빨간불 켜지다

하동군청 홈페이지 ‘군민제안’ 게시판에 “진교 중앙대로변에 진교면사무소 신축을 절대 반대합니다.”로 시작하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30명의 공감을 받았는데 이는 게시판 생성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다. 글 작성자는 이종선 씨, 현재 진교면사무소 신축부지로 설정된 구역 중 진교리 426-43의 소유자이다. 그는 의사인 딸과 사위를 위해 병원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어 땅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이종선 씨는 이의를 제기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진교면사무소를 그 땅에 짓는 일이 적절치 않다는 데에 동조하는 진교면민 630명이 동참했다.
2020년에 하동군은 진교면사무소 신축 부지로 진교리 480-1, 480-2를 15억에 매입했다. 그러나 하승철 군수 취임 후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결정하고 새 면사무소 부지로 진교리 426-42, 426-43 일대를 13억에 새로 매입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억 넘게 들여 사 놓은 땅을 놔두고 면사무소를 다른 곳에 짓겠다는 하동군의 계획

2019년에 하동군은 진교면사무소의 노후화 및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면사무소 신축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2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2020년에 진교리 480-1과 480-2의 땅을 매입했다. 당시 매입가는 15억 3,681만 원이다. 그러나 하승철 군수가 취임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진교터미널 부근(풀마트 맞은편)으로 면사무소 신축 부지가 결정되었다. 기존 매입 부지와는 직선거리로 400m정도 떨어져 있다. 신축 부지 매입 예상 비용은 13억 5,979만 원.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하동군 도시과장은 “기존부지가 조금 외진 곳이어서 불편이 예상된다는 주민들의 의견도 있었고, 배수펌프장과 민다리 복합센터의 위치도 재고해야 된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작년 7월부터 재검토를 했다. 미래도시자문단이라는 전문가집단을 구성했고, 거기에서 행정복합타운을 구상하게 되었다. 기존 부지에 면사무소를 짓는 것보다는 이쪽에 몰아가지고 같이 운영되는 게 좋겠고 도시의 발전방향하고 봤을 때 그게 맞는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수영장(민다리 복합센터), 우체국, 파출소, 도서관 등을 한데 모아 진교행정복지 문화복합단지(이하 행정복합타운)를 조성하겠다는 군의 계획에 의해 면사무소의 위치가 바뀌게 된 것이다.

소통과 홍보 부족이 불러 온 소란, 그리고 조용한 뒷수습

9월 5일에 하동군 도시과는 설명회를 열었고, 60여 명의 주민들이 참가했다. 이날에 대해 성평마을 주민 A씨는 “진교면 이장단이 모였는데 엄청 뭐라고 했어요. ‘이렇게 계획할 때까지 왜 의논하지 않았냐’고 뭐라 하고 ‘요 주차장이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많이 주차를 하는데 차를 또 어디다 세우란 말이냐’, ‘한 군데 다 몰아넣으면 오고가는 차들 때문에 더 복잡할 것 아니냐’ 이런 말들이 나왔습니다.”라고 전했다. 행정복합타운 예정 부지는 성평 교차로와 버스터미널이 인접해 있고, 부지 안에 있는 주차장은 시장을 방문하거나 사천, 진주 등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다. 그 곳에 온갖 시설을 몰아넣을 경우 교통 혼잡과 주차난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도시자문단에 주민대표로 참여한 진교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그런 반응을 나는 예상했어요. 누차 말했거든요. 홍보를 좀 더 하라고. 왜 행정복합타운으로 면사무소가 오게 되었는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지요. 그래 주민들이 화가 난 거라.”며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건 아니에요. 행정에서 홍보나 토론은 부족했지만 농촌 소멸, 고령화 시대에 행정복합타운, 압축도시는 현실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공감하거든요. 단지 문제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할까. 여론을 모으는 그런 게 부족했지요.”라고 덧붙였다.9월 5일 설명회 이후 하동군 도시과는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12일에 설명회를 한 번 더 진행했다고 했지만, 이때에는 단체장 8명 정도만 참석했다. 다수의 주민들은 이날 설명회가 열리는 걸 알지도 못했다. 체육회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에 몇몇 단체장이 참석했고 하동군 도시과에서 설명을 하러 나온 정도의 자리였다. 하동군 도시과는 이것을 ‘주민설명회’로 둔갑시켰고, 주민들과 한 번 더 소통했노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여전히 의견 분분, 하동군은 사업 강행

면사무소 위치를 둘러싸고 주민들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매입부지에 지어야 한다.”, “주차장만 보완해서 현재 면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써라.”, “신규 부지 안에 있는 군유지에 면사무소를 짓고 문제의 토지는 매입하지 마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이 의견들에 귀를 닫은 채, 전문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이 ‘정답’이라며 하동군 도시과는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거는 결정됐습니다. 9월 말에 결정됐기 때문에 지금 민원이 있다고 해서 변경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민선 8기 하승철 군수의 ‘소통 행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군의회, 진교면사무소 부지 매입 건 2024년 계획안에서 제외 10월 24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하동군의회 회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날에 기획행정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재정관리과는 진교 면사무소 신축부지 매입 건을 포함한 ‘2024년 정기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신재범 의원은 “명분이 부족하고 지역주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진교 면사무소 부지 매입 건을 포함한 4건에 대해 2024년 계획안에서 제외시키는 수정안을 제시하였고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2023년 11월 / 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