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home
이슈/사회
home
🍵

‘하동 책다방’에서의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금남면 주민
5월부터 6월까지 약 한 달 열린 2023하동세계차엑스포,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런데 하동문예회관 2층에서는 진주문고와 하동군이 공동으로 마련한 책다방(冊茶房)이 열렸고, 거기서 다양한 초청행사들이 있었다. 하동 주민이 된 지 1년이 지난 나 역시 뭔가 기여할 바 없을까 고민하다가 내 나름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께 제안했더니, 공식 프로그램은 이미 다 짜였지만 여백의 시간에 얼마든 가능하다고 했다. 나 역시 특강비 같은 것은 받지 않고 하동 주민들이나 엑스포 방문객들과 좋은 얘기를 나눈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기꺼이 무료 특강을 두차례(5월 20일과 27일) 하기로 했다. 이 글에서는 행여 당시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 특강의 핵심을 전하려 한다. 물론, 이 글을 쓰면서 약간 추가된 내용도 있다.
첫째,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이란 제목부터 나름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차(車)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하면서 편리하게 쓰는 자동차인데, 근대 기술 문명 전반을 상징한다. 편리함과 속도전이 핵심이다. 그 다음 차(茶)는 이번 엑스포의 주제인 마시는 차인데, 하동 녹차로 상징되는 명상과 힐링(치유), 그리고 대화와 관계를 상징한다. 자동차가 속도라면 차 나눔은 ‘멈춤’이기도 하다. 마지막 차(次)는 차세대를 뜻하고, 우리와 후손의 미래를 의미한다. 이제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에서 강사가 뭘 말하려 하는지가 어렴풋이 드러난다. 근대 기술 문명과 더불어 나날이 새로워지고 빨라지는 현실의 삶, 이것을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깊이 성찰하는 시간, 그리하여 나와 우리들, 그리고 후손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더 까마득한 후손들의 미래까지 ‘건강’이라는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얘기다.
둘째, 우리 모두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명절 때 어른들께 인사드릴 때도 ‘무병장수’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그런데 모두 무병장수를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개인 건강만 챙겨선 안 된다. 가족이나 이웃도 건강해야 하고 또 우리의 생명을 지탱하는 물, 공기, 흙 역시 건강해야 한다. 즉, 개인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 건강과 지구 건강이 같이 가야 한다. 요컨대, 모두 건강하기 위한 근본 조건은 개인 건강, 사회 건강, 지구 건강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만일 개인 건강만 생각해 일하고 돈 버는 과정에서 사회 건강이나 지구 건강을 망친다면 결국 ‘헛수고’로 끝난다. 죽기 전에 흔히들 후회하는 말(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잘 해 줄 걸,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좀 더 느긋하게 살 걸,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걸)을 하지 않으려면, 개인 건강, 사회 건강, 지구 건강의 균형과 조화라는 화두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셋째, 세계의 장수마을이나 한국의 장수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유의 특성들이 나온다. 물론, 아무런 의미 없이 무조건 오래 사는 것도 그렇게 행복한 일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개인 건강, 사회 건강, 지구 건강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물음동일관’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물음동일관’이라, 간단히 풀면 이렇다. ‘물’은 물좋고 공기 좋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옛말에서 왔다. 지구 건강이다. 물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면 당연히 좋지만, 그렇게만 하면 극소수만 혜택을 본다. 따라서 지구 전체의 물이 좋아지도록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음’은 음식이다.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즐겁게 먹어야 한다. 값싸게 먹느라고 농약이나 GMO(유전자조작 작물) 투성이를 먹어선 곤란하다. 텃밭이나 생협, 로컬푸드, 직거래 등을 활용하면 좋다. ‘동’은 운동인데, 신체 운동만이 아니라 사회 운동 역시 중요하다. 신체 운동은 BMW로 상징되는, 자전거, 대중교통, 걷기 등이 좋다. 사회 운동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건강하도록 노력하는 모든 활동이다. ‘일’은 직업만이 아니라 사람이 의식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다. 직업적 일조차 돈벌이 때문에 심신을 망치거나 지구를 망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보람과 의미가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나중에 돈은 많이 벌었지만 크게 후회하는 일도 많으니까. ‘관’은 세상 만물의 관계, 또 폭넓은 관심을 뜻한다. 세상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나 역시 진정으로 행복하다. 따라서 타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말없는 자연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 날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늘 깊은 관심을 갖는 것, 거기서 나오는 생각들을 친구나 이웃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이런 것이다. 요컨대, ‘물음동일관’ 이 다섯 글자를 늘 기억하고 일관성 있게 살아가면 ‘좋은 삶’이 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는 한편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 청정에너지(RE100)로 전환해야 하고, 다른 편으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를 저지해야 하는 과제 앞에 있다. 석탄, 석유, LNG(메탄) 등 화석연료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통해 지구 건강도 해친다. 방사능 오염수는 세계의 바닷물과 바다 생물(플랑크톤, 생선, 조개, 해조류 등)에 해를 가할 뿐 아니라 결국 우리들 역시 피폭될 것이다.
하동문예회관 내 책다방에서 진행된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
‘차차차(車茶次) 건강 특강’에서 강조한 바, 현재의 우리만이 아니라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개인 건강, 사회 건강, 지구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두 과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소통이 더욱 진지하게 활성화하길 소망한다. 그간 우리는 편리함과 속도전을 위해 심신이 지치도록 달려왔다. 이제 차 한 잔 나누면서 진정한 삶의 행복을 생각할 때다. 내 나름 정리한 인생의 본질은 이렇다. ‘인생은 속도나 높이가 아니라 과정과 느낌이다’ 이런 철학으로 산다면 하루 24시간도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도 있다. 이렇게 살아야 오늘도 내일도 매일 행복할 것이며, 나중에 삶을 마무리할 때도 좀 더 홀가분하게 나비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 <오!하동> 독자 여러분 모두의 참된 건강을 빈다.
아 참, 일본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는 절대 불가임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개인 건강, 사회 건강, 지구 건강을 모두 한꺼번에 망치는 ‘역사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