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민, 하동군 인구의 5%에 육박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하동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219명, 다문화 가구 총 구성원은 1281명이다. 여기에 귀화인 및 불법체류 외국인을 포함할 경우 하동군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은 대략 하동군민의 5%인 21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1000여 명씩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하동군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이주민은 지자체 소멸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인구 유입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하동군과 군민들의 태도는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통계에 따르면 하동군 인구는 꾸준히 1000여 명씩 줄어들고 있으나 외국인 이주민의 수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
2020년 다문화 가정 구성원 1281명 중 결혼 이민자와 귀화자의 수는 298명, 자녀 수는 364명이다. 하동군 장학관의 말에 따르면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300여 명이 넘지만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로 확인되는 숫자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편견과 차별로 인해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이 다문화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을 접할 기회가 많은 학교 교사들도 현실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증언하고 있다.
“다문화 지원책이 나와서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우린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조용히 살고 싶으니 그런 일로 연락하지 말라고 해요”(A교사)
“몇 년 전에는 한 다문화 가정에서 온 가족이 미국여행을 가면서 외국인 며느리만 쏙 빼놓고 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한 마디로 가족으로 인정하질 않는 거죠”(B교사)
“엄마가 저개발국인 C국가 출신인데, 아이가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D국가 출신이라고 친구들한테 말하고 다녀요. 어린애인데도 주변의 안 좋은 시선을 느끼니까 그렇겠죠. 아직은 어려서 애들이 믿지만 이제 학년이 올라가면 문제가 되겠죠. 안타까운 일이죠”(E교사)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 따르면 부모 간의 소통 부재, 나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가정 내 갈등, 한국어가 미숙한 부모와의 대화 부족 등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한글 습득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학력까지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 이민자의 초기 적응과정에서 부부가 의무적으로 함께 참여하는 ‘한글(문화)학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외국인 이주민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발굴·지원하여 스스로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 ‘임금 차별’과 ‘열악한 노동·주거환경’에 노출돼
2002년부터 미국 국무부는 매년 <인신매매보고서>를 내고 나라별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 1~3등급으로 평가하는데, 1등급이 인신매매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3등급은 그 반대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이어 필리핀, 타이완보다 낮은 2등급 평가를 받았는데, 미국 국무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 인신매매가 만연하지만 한국 정부는 어떤 보고도 하지 않았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하동군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공식적으로는 23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농업·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들을 포함하면 그 인원이 최소 2~3배에 이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노동현장에 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일용직) 소개비를 한국사람 2만 원 떼고, 우리는 3만 원 떼요. (하는) 일은 같은데...위험한 일도 우리(가) 하고”(네팔인 S씨)
“혼자 (살면) 돈 많이 들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컨테이너에 살아요. 좁고 더워, 그래도
한 달에 15만 원(이나) 받아요. (그래도) 돈 버니까 참아요”(베트남인 Y씨)
“말을 못 (알아) 듣는다고 욕해요. (알아들어도) 못 듣는 척도 해요. 한국사람(이랑) 다르니까, 알아들으면 더 힘들어요”(네팔인 S씨)
농촌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수적으로 많아진 외국인 노동자들끼리의 정보교환 등으로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개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 차별과 열악한 노동·주거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한국인을 대신하여 농업·건설 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과 멸시의 시선에 고통받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주민 10명 중 7명(68.4%)이 한국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취재과정에서 들어본 외국인 이주민의 목소리에 따르면 하동군의 현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각종 차별을 철폐하려는 하동군민의 성숙한 자세와 하동군 행정의 제도적 개선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