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섬진강 유역의 댐 현황과 물의 이동 상황. 대부분의 섬진강 물이 다른 유역(영산강, 동진강, 전남 남해안)으로 공급된다. (출처 : 영산강섬진강 유역 극한가뭄 중장기 대책, 환경부)
하동 농어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
국가물관리위원회 극한가뭄 시, 최대 55만㎥/일 추가 취수 결정
지난 4월 25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극한가뭄 시 섬진강 취수를 늘리겠다는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했다. 기후변화로 극한가뭄이 자주 나타나 생활용수는 물론 농·공업용수가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추가 취수를 결정하였다.
이 대책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2단계 대책’ 의 섬진강 추가 취수이다.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가뭄 시에도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16만㎥/일 이상 추가 공급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다압취수장에서는 섬진강 하천유지수량이 7.94㎥/초가 넘을 때만 최대 40만㎥/일 취수를 할 수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최대 55만㎥/일(증가율 37.5%)까지 취수가 가능해지게 된다.
섬진강의 물 부족은 심화되고, 농어민의 삶은 파괴된다
섬진강 추가 취수 조건에는 ‘섬진강 유량이 풍부한 시기에 극한가뭄 발생 시’라는 단서가 있다. 하지만 극한가뭄 시에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줄어 섬진강 본류의 물 자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가뭄으로 강물이 줄면 바닷물이 밀고 올라와 재첩 서식지 피해는 물론 농경지 염해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한가뭄이 닥치면 ‘섬진강 유량이 풍부’할 수 없는데도, 비현실적인 전제를 세운채 현재보다 15만㎥이나 많은 55만㎥/일의 취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공업용수 확보 방안도 없이 끝없이 추진되는 산업단지 개발
지금도 공업용수가 부족한데 광양만에서는 산업단지 개발계획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25 국가수도기본계획’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공업용수가 앞으로 103,000㎥/일 부족할 것으로 보고 주암댐 취수장 확장사업(광양 4단계 공업용수도 개발계획)을 하고 있다. 주암댐에서 103,000㎥/일이 추가 취수되면 섬진강 물은 지금보다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출처 : 2018년 수도관리연보(2019,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관리연보’에 따르면 어민들과는 하루 최대 40만㎥/일로 취수량을 제한하기로 약속했음에도 평균 44만㎥/일, 최대 54만 2천㎥/일까지 강물을 취수하고 있다. 만일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또다시 약속을 어기고 55만㎥/일보다 많은 물을 취수할 가능성이 높다. 강물을 공업용수로만 보고 섬진강에 물이 흐르는지, 재첩이 살 수 있는지, 농사에 피해가 없는지 등 농어민들의 삶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강물 이용의 우선순위는 하천유지수량이 최우선
‘하천법’에서는 하천유지수량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유지수량보다 생활·농·공업용수가 우선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공업용수’이다. 농·어민들의 삶이 힘들어도 공장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강에 사는 사람
들을 대하는 국가기관의 태도인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사용 가능한 수자원을 넘어서는 산업단지 개발을 제한’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이번 ‘섬진강 취수 확대 결정을 취소’하여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