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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단 주변지역 피해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

김광석

남해 기후위기 공동행동 대표

6월 2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윤미향 의원실 주최 입법토론회 열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깨끗한 공기로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깨끗한 토양 이 세 가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건이다. 특히 공기가 나쁘면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피부질환까지 앓게 된다. 공기 중의 인체 유해성분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광양만에 기대어 산다. 지리산, 섬진강이 있어 그나마 견디며 살아갈 만하지만, 시야를 광양만으로까지 넓혀보면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확 달라질 것이다. 숨 쉬는 공기의 질 문제가 덮쳐들기 때문이다.
공기의 질을 놓고 따지면 우리는 불행하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주는 행복감을 광양만의 석유화학산단과 광양제철산단, 그리고 하동화력발전소가 뿜어대는 공해가 싹 잡아먹고 만다. 광양만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여수, 순천, 광양, 하동, 남해, 사천까지 100만 명이나 된다. 100만 인구가 여수 산단과 광양 산단, 하동화력이 뿜어대는 유해성분으로 오염된 공기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건강, 우리의 일상, 우리의 행복감을 공격하는 원인 제공자다. 그들은 가해자고 우리는 피해자다.
“국가 경제에 꼭 필요한 산업단지이고, 경제가 먼저인데 무슨 말이냐?”는 강압적이고 허구적인 논리에 짓눌려 순진한 피해자들이 그저 참고 살아온 것뿐이다. 그러나 ‘경제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실상은 건강, 일상, 행복감 면에서는 똑같은 피해자일 뿐이다. 그들의 눈과 마음을 현혹하고 있는 거짓된 가림막이 유리창 깨지듯 깨져나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당장 내가 뺨을 맞거나 내 땅을 빼앗긴 만큼의 큰 충격이 아니어서, 당장 경찰서나 법원으로 달려갈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건강뿐 아니라 재산가치 하락의 피해자로서 배상받을 권리를 챙겨볼 때가 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다툼이 생겼을 때 다툼을 말릴 권한을 국가에게 위임하자는 것이 사회계약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갈등을 국민이 위임한 법적 권력을 이용해 정의롭게 해결하라고 만든 것이 바로 국가다. 국가가 법권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국가산단 주변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입법청원을 하려고 한다. 화학·제철산단과 화력발전소까지 있는 광양만 100만 시민뿐 아니라 유사한 피해를 입고 있는 포항, 당진, 울산, 군산, 서산, 안산, 군포, 인천시민이 힘을 합쳐 국회에 간다.
‘국가산단 주변지역 주민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토론회’가 6월 26일 오후 2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윤미향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국가산단 피해지역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낸다. 앞으로 토론회와 입법공청회 등을 거쳐 21대 국회임기 이전에 입법 발의를 하는 것이 피해지역 주민들의 목표다.
입법안에 담을 내용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기적 정밀 건강진단과 유병피해자 무상치료, 주민들의 감시활동에 드는 비용을 가해자인 국가산단 입주기업협의회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실질적이고 금전적 손해가 가해져야 그들은 오염원을 줄이는 시설개선에 나설 것이다.
이번 국회 토론회 이후엔 지난 6월 7일 포항시의회가 주최했던 ‘제철소 주변지역 공해 문제 및 시민 권익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모색 토론회’와 유사한 형태로, 광양만권 6개 지방의회가 주최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입법청원운동이 불붙어야 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을 예상하면서 광양만권 대기오염대책위는 내년 총선에 나설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이 과제를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서약을 받을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광양만권 시민이라면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깨끗한 토양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한 특별법 입법청원에 마음이라도 보태야 마땅하다.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가장 먼저 그 수혜 방법을 찾아 나설 사람들 역시 ‘경제가 먼저’라는 허구적 논리에 현혹된 사람들이겠지만!

2023년 7월 /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