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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버스 안에서

박홍희

악양면
보고도 보질 말고
듣고도 듣질 말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말라
내 말이 곧 법이니
거역하면 모두 죽이겠다
세상에서 가장 저급한 인간이
그를 따르지 않는 이는
모두 처단하겠다는 이 포고문은
암울한 박정희, 전두환의
계엄포고문보다 더 악랄한
인간의 모든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를 추종하는
생각하지 않는 노예만이
사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선언에 다르지 않다.
내 인생의 반 이상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개 돼지 같이 살아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 왔는데
또 그런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라니
아직도 세뇌된 채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던져주는 먹이나
먹고 사는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랑하는
내 가족 친구 이웃에게
또 다른 궤변을 늘어놓으며
가스라이팅을 거듭 시도하며
세월호와 이태원의 그 꽃같은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지 못하게 하고
악을 악이라 마음 놓고
말할 수 없게 만든...
이런 극악무도한 자를
악마라고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억울하기
그지 없는데...
내 인생은 그렇다 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예쁜 손녀들이 이런
어둠의 시대를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은...
할애비로 견디기 힘든 치욕이다.
나의 손녀들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반드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죽어도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