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하동군의 생활쓰레기 분리·수거 실태와 하동군의 정책, 그리고 주민들의 생각과 문제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다른 지자체 주민들의 노력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쓰레기·폐기물도 자원이다. 순환시키면 돈(경제적 이익)이 되고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성남시는 ‘자원순환가게’를 통해 6년 5개월 동안 재활용품을 806톤 수거했으며 시민들에게 2억 1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1,308톤을 줄이고, 소나무 9,156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마을마다 재활용 분리수거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하면 재활용품 수거율을 크게 높이고 일반쓰레기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진안군은 10년 전부터 마을에 생활쓰레기 분리·배출시스템인 ‘클린하우스’를 설치하기 시작해서 현재 96%의 마을에 333개의 ‘클린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악양면에 있는 쓰레기 집하장 모습.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잡동사니가 뒤엉켜 있다. 하동군의 재활용쓰레기 수거율은 9.2%에 불과하다.
재활용품 수거율: 하동군 9.2%, 진안군 35.1%
하동군의 2024년 재활용쓰레기 배출량은 851톤이고 일반쓰레기 배출량은 8,350톤이다. 진안군과 비교하면, 진안군의 2024년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은 1,566톤이고 일반쓰레기 배출량은 2,894톤이다. 하동군의 생활쓰레기(일반+재활용)에서 재활용쓰레기 수거율은 9.2%인데 반해, 진안군의 재활용쓰레기 수거율은 35.1%로 하동군 보다 약 4배 높다.
이것을 단순 비교하면, 100개의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면 하동군은 9개를 재활용품으로 수거하고, 진안군은 35개를 재활용품으로 수거한다는 것이다. 하동군의 생활쓰레기 자원화율(리사이클)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있으나 마나 한 하동군 쓰레기 정책
하동군은 지난해 12월 3일, 4개의 쓰레기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7월 24일 현재 그 대책의 진척 상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 계속 미루어졌던 2곳의 재활용 도움센터 설립은 9월 말 준공 예정으로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둘, 쓰레기 집하장 확충은 올해 10개소로 늘릴 계획인데, 현재까지 추가된 곳은 없다고 한다.
셋,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계획은 올해 500톤을 수거하기로 했는데, 현재까지 65톤 수거했다고 한다.
넷, 자원관리사 모집·교육은 공고를 냈으나 신청자가 없어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고 하동군 자원순환 담당자는 전하고 있다. 올해도 반이 넘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의 대책 중 가시화된 것은 영농폐기물 수거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목표량의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는 올해 초 기존의 ‘자원순환 기본 조례’를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구 조례’로 전부 개정하였다. 자원순환을 넘어 순환경제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진안군도 333개의 마을별 ‘클린하우스’와 ‘클린하우스 청결 지킴이’에 힘입어 재활용 쓰레기의 수거율을 대폭 올렸고 자원을 순환시키고 있다.
하동군의 올해 쓰레기 정책 진척률, 재활용쓰레기 수거율, 쓰레기 집하장의 모습을 보면, 하동군 행정과 의회가 생활쓰레기와 자원순환에 대한 의식과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의 무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호 주민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들의 무관심은 하동군이 방치하고 키운 측면이 크다.
하동군의 쓰레기와 자원순환의 실상이 이럴진대, 널부러진 쓰레기 위에 세워진 ‘컴팩트 도시, 예쁜거리 조성’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쓰레기 문제, 공청회를 통해 방향과 방법을 찾아야
두 번의 생활쓰레기 공론화 기획을 통해 주민들의 생각과 문제의식, 실행되지 않고 있는 하동군의 쓰레기 정책, 매우 낮은 재활용품 수거율 등을 살펴보았다. 또 자원순환을 위해 애쓰는 여러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도 알아 보았다. 더 늦기 전에 생활쓰레기와 자원순환에 대한 대안를 마련하기 위해 하동군 행정, 의회, 지역사회(공동체), 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공청회를 통해 숙의하고 공론화시키는 것이 하동군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자원순환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 지자체와 주민들
1.
자원순환가게
여수시의 ‘이동식 자원순환가게’는 주민들이 분리배출 표시가 있는 재활용품을 깨끗이 씻고 비워서 가져와 분리배출함에 직접 나누어 배출하면 그 무게만큼 보상을 해준다. 자원순환가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입신청서 작성 및 수퍼빈모아 앱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재활용품의 무게를 측정한 후 포인트를 입력한다. 포인트 현금 전환은 2,000포인트부터 가능하며 월 1회 현금(자동이체)으로 보상한다. 여수시의 ‘이동식 자원순환가게’는 4월부터 11월까지 거북선 공원 등 10개소에서 순회 운영한다고 여수시 담당자는 전한다.
성남시에 있는 ‘자원순환가게 re100’의 모습. 현재 23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 : 성남시]
성남시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라보고, 주민 참여형 자원순환 플랫폼인 ‘자원순환가게’를 최초로 도입한 지자체이다. ‘자원순환가게 re100’은 2019년 6월 시작해서 2025년 7월 현재 23곳이 운영 중에 있다. ‘자원순환가게 re100’에서 그동안 배출된 재활용품은 806톤이고 시민들에게 보상한 금액은 2억 1천만 원이라고 한다. 성남시는 자원순환가게를 통해 현재까지 기간제 근로자 71명, 자원순환 관리자 250명 등 총 321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자원순환가게는 성남시, 용인시 등 경기도의 많은 지자체와 인천시, 전라남도 광주시, 여수시 등 전국의 18개 지자체에서 도입, 운영되고 있다.
2.
마을 자원순환 텃밭 <모아>
홍천군 내촌면 물걸2리 주민들은 스스로 분리배출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마을회관에 위치한 클린하우스로 주민들이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가져온다. <모아>는 ‘자원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배출된 쓰레기들을 다시 한번 분리배출함으로써 생활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도 높인다.
이곳에 모인 생활쓰레기와 재활용 자원들은 모아짱과 모아지기가 매주 3회 관리한다. 이들은 환경미화원과 직접 소통할 뿐 아니라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분들 집에 직접 방문하여 안부도 묻고 쓰레기를 수거해 온다. <모아>는 노인 일자리와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의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마을에서는 도시와는 다른 농촌의 환경문제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세미를 함께 길러 나눔도 하고 있다.
진안군 동향면 추동마을 ‘클린하우스’ 모습. ‘클린하우스 청결지킴이’가 일주일에 세 번정도 ‘클린하우스’를 정리한다고 한다. 마을분들이 고령이라 어려움도 있지만 페트병도 투명과 불투명을 구분하여 재활용률이 높다.
3.
진안군, 마을별 ‘클린하우스’ 설치:
‘클린하우스 청결지킴이’가 관리
‘안 태우고, 안 버리고, 안 묻는’ 진안군의 ‘쓰레기 3NO운동’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작 당시 진안군은 영농폐비닐, 농약용기 등의 수거가 저조했고 종량제봉투의 미사용, 불법소각, 투기, 매립 등 많은 쓰레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쓰레기 3NO운동’을 시작하면서, 진안군은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부하고, 이장회의를 통해 마을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열었고 마을별로 클린하우스를 설치하였다. ‘쓰레기 3NO운동’의 결과 재활용품의 수거량은 2018년 880톤에서 2024년 1,566톤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일반쓰레기(종량제봉투) 배출량은 같은 기간에 3,100톤에서 2,894톤으로 줄었다.
마을별 ‘클린하우스’는 2016년 시범사업으로 13개소에 설치된 이후 현재 333개까지 확대됐는데, 이는 진안군 전체 마을의 96%에 해당한다고 한다. ‘클린하우스’는 재활용품 분리함, 종량제 봉투함, 폐건전지함, 침구류함 등이 있어 분리배출이 용이하게 되어 있다. 또 CCTV가 설치되어 무단투기를 방지하고 있다. 모든 ‘클린하우스’는 ‘클린하우스 청결지킴이’가 관리한다. ‘클린하우스 청결지킴이’는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맡으며 청결관리뿐 아니라 분리배출 홍보도 함께 한다고 진안군 자원순환 팀장은 말한다. 청결지킴이는 월 14시간, 주 3회 활동하며 월 10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4.
주민이 나서서 조례를 만들어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 생활환경 분과위원회는 29개 마을의 이장, 새마을 지도자, 부녀회장 등 53명을 대상으로 영농폐기물 처리 실태조사를 하였다. 2021년 5개 마을에서 영농폐비닐 수거 시범 사업을 시작하여 1년간 약 19톤을 수거하여 자원화하였다. 이 사업은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영농폐기물 자원화체계’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후 장곡면 주민자치회는 ‘영농폐기물 자원화 체계를 위한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확산시켰다. 그 결과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관련 계획 수립, 영농폐기물 수거 장려금, 영농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대행 등의 내용이 담긴 ‘홍성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2022년 11월에 제정되었다.
“쓰레기도 자원이다!” 분리배출 시설 만들어 공공 일자리로 관리해야
모든 사례의 공통점은 첫째, 생활쓰레기를 자원으로 순환시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게 했다. 둘째, 지자체가 자원순환가게, 클린하우스 등 생활쓰레기를 잘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공공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관리하도록 했다. 셋째, 자원순환 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도 적게 소비하고 재사용하고 고쳐쓰고 폐기물을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제로웨이스트와 함께 할 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