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지방정부의 역할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농촌사회의 특성상 내년의 지방선거는 하동군민의 삶에 크고 작은 여러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12.3 내란사태 이후 새로운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하동군도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과거를 답습할 것인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이에 <오하동>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하동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장기기획을 마련하여 하동군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을 군민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독임제의 권력행사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부터 지방의회 의원에 이르기까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권력행사 방식은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각기 선출하고,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서로를 견제하는 독임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독임제는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사무 집행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관장의 ‘독단과 전횡을 막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독임제의 폐해는 권력을 견제할 정당·언론·시민사회가 미성숙한 하동과 같은 기초지자체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하동군민은 이미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불과 8079표(24.73%)로 당선되어 5만여 하동군민의 삶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 윤상기 (전)군수를 통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독임제 권력행사의 폐해를 생생히 체험한 바 있다.
* 독임제: 권력이 단 한 사람의 당선자(기관장)에게 부여되어 그의 결정에 따라 행정이 이루어지는 제도
독임제 권력행사는 ‘단체장의 과도한 지방 정부 지배로 지방의회의 기능이 축소되고 지방정부의 민주성 및 공정성이 훼손’된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은 동등하게 주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지만, 독임제하에서는 지자체장이 ‘자치단체를 대표하고 자치단체의 사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다.’ (지방자치법 제101조) 그러나 선거로 선출된 2개의 권력기관 중 의회가 주민의 의사를 정책결정과 집행에 반영할 방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채, 지자체장이 독점적으로 권력기관을 구성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지방의원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여 문
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이익을 구성해 내는 방식 즉, ‘민주적 거버넌스’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올바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점적 권력행사를 선호’하는 보수정권조차 독임제의 폐해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
지방정권의 극단적인 독임제 권력행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독점적 권력장악을 선호하는 보수정권’에서조차 당면한 국정과제로 논의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정부기관의 다양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4년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의 대안으로 ① 지방정부의 장 중심형(현행), ② 지방정부의 장의 권한분산형, ③ 지방의회 중심형을 제시하고 ‘주민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승자독식의 독임제 권력행사’가 심각한 부패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지방정치의 주요과제임을 보수정권조차 인정했다는 증거이다.
하동군은? 독점적 권력행사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이 빈발해
#1. 2024년 4월. 하승철 군수는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던 보건의료원 ‘설계비 삭감’을 이유로 하동군의회 앞, 하동읍 로터리, 정영섭 군의원 집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의료진 확보방안 마련, 운영비 조달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던 군의회와의 갈등을 지자체장이라는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1인 시위를 통해 돌파하려 했다.
#2. 2025년 4월. ‘유아 친화형 국민체육센터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군청과 군의회의 갈등이 불거졌다. 군의회가 군청이 요청한 ‘공유 재산 관리계획’을 불승인한 이유는 2023년 11월에 군의회에서 이미 승인했던 공유재산 관리계획이 2025년 4월에 ‘사업위치가 변경(적량면→하동읍)되고, 사업비도 2배(60억→119억) 가까이 증가’된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3. 2025년 6월. 하동군청이 ‘성과시상금 조례개정안 수정가결’을 이유로 하동군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2025년 4월 말, 하동군이 제출한 ‘하동군 성과시상금 지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군의회에서 ‘그 밖의 군정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군수가 인정하는 경우(제5조 제5호)’를 삭제하여 수정 가결한 후, 원안 재가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동군청이 취한 조치였다.
하동군에서 빈발하고 있는 이 같은 갈등에서 특징적인 것은 여야 구분 없이 군청과 군의회가 대립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삶과 밀착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여야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립의 양상이 군청과 군의회, 두 권력기관 간의 갈등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보면, ‘지자체장의 과도하고 일방적인 권한 행사 혹은 지방의회에 대한 무시’가 갈등의 원인임을 짐작케 한다. 독임제 권력 행사의 폐해가 하동군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026 지방선거, 협치의 첫발을 떼는 계기가 돼야
하동군에서 작금에 나타나고 있는 군청과 군의회의 갈등은 실상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독점 체제와 권위주의적 정치·행정문화’를 지방에서 작은 규모로 답습·반복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2026 지방선거에서는 ‘승자독식, 독임제 권력체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하동 군민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권력분점과 연합의 정치’를 통해 다양한 정당, 사회 단체, 인적 자원을 군정에 동참시킴으로써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2026 지방선거에서는 ‘대결, 독점, 승리’의 독임제 정치가 아니라, ‘합의, 분산, 배려의 연합정치’를 추구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