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부터 19일, 사흘간 폭우가 쏟아졌다. 646mm라는 최대 강우량을 기록한 옥종면에는 딸기하우스 농가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호계천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산성마을의 제방이 터지면서 50동의 비닐하우스가 물에 완전히 쓸려가거나 침수되었다. 종화리의 배수펌프장 인근 하우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실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쏟아져 산성마을의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제방이 터진 것은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 보상이 아니라 배상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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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리 산성마을 장원창(60), 정원문(55)
Q. 19일 낮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정원문 : 농막에서 생활을 했는데, 이틀 내린 비로 침수가 돼서 물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근처 어머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나왔는데 저기 둑이 넘치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한테 “차키 갖고 가자.”하고 차만 빼가지고 동네로 들어왔는데 그 1~2분 사이에 둑이 터져버렸어요. 그때 안 빠져나왔으면 우리도 쓸려가버렸을 거예요.
Q.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정원문 : 11동 딸기하우스가 완파가 돼버렸어요. 2동은 모종하우스로 올해 지어서 이제 시설 투자는 다 끝났고 대출금 갚아나가면서 생활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막막합니다.
장원창 : 8동 딸기하우스가 완파됐어요. 작업할 게 있어서 중장비를 불러 쓰고 있었는데 그것도 다 침수가 돼버려서 저기 그대로 2대가 서 있어요.
Q. 보험이나 보상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장원창 : 저 같은 경우는 보험을 들어놨어요. 근데 여기 하우스 농사짓는 사람 절반 정도는 보험을 안 들었습니다. 보험 책정된 거를 보니까 우리 같은 경우에는 보상금액이 최대 2억 7천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하우스 1동에 5천 정도 잡거든요. 8동이면 4억이 필요한데... 새로 하우스 짓고 나면 빚이 또 생기는 거예요.
정원문 : 저는 보험을 안 들었어요. 여기가 상습 침수 지역이다 보니 토경재배가 어려워서 베드에서 키우는 걸로 시설을 새로 다 했거든요. 토경재배할 때 보험을 들었는데, 침수돼도 보험 적용이 안 돼요. 그래 뭔 소용이 있나 싶어서 새로 시설을 하고는 보험을 안 들었어요. 그게 뼈저리게 후회가 됩니다. 대출도 최대로 한 상태라 어려운데...
정원문 : 특별재난지역이 돼도 지금 우리한테 와 닿는 거는 하나도 없어요. 옥종농협에서 1년 무이자 3천만 원 대출해주는 거, 그리고 도비가 15억이 내려왔는데 그거 최대 5천만 원 서류 넣어놨고, 군비에서 20억 따로 책정된 게 있는 모양이에요. 그거는 하우스가 파손된 경우에 지원해주는 거래요. 최대 3년 거치 3년 상환해서 1억까지. 그것까지 해서 다 된다고 하면 1억 8천만 원인데. 11동 하우스 갖추기까지 들어간 돈이 5억 5천이에요.
산성마을의 하천과 제방 모습. 둑이 무너진 곳에 톤백(Ton Bag)을 쌓아 임시보강을 했다. 하천에 풀이 무성하고 강바닥이 높아져 있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Q. 비가 많이 와서 제방이 무너진 적이 또 있었나요.
정원문 : 하우스 농사한 지 27년 되었는데 이 둑 터진 건 처음입니다. 40년 전에 지금보다 둑이 작을 때는 몇 번 터졌는데 그 이후로 보강을 하면서 지금 이 둑 형태가 된 지 37년 정도 된것 같은데, 그 뒤로는 안 터졌어요. 우리가 보기에는 제방이랑 하천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게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장원창 : 강바닥에 흙이 쌓여 가는데 준설도 안 하고 이래 숲이 되도록 놔뒀어요. 강바닥이 논보다도 더 높은 상탭니다. 물 흐름이 아예 막혀 가지고 갈 데가 없으니까, 물이 돌다가 워낙 내려오는 물의 양이 많다 보니 역류해서 이리로 넘어오다 둑이 터진 거예요.
정원문 : 평소에 둑이 점점 침하하는 느낌도 들 어요. 보면 여기랑 저기랑 높이가 다릅니다. 관에서 둑 관리를 전혀 안 하고 있어요. 그냥 침수 정도면 힘은 들어도 우리가 치우고 농사 지으면 되는데, 이렇게 물이 치고 들어와서 완파가 되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우리는 보상이 아니라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에요.
Q.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원문 : 보통 9월 10일 전후에 딸기 모종 정식을 합니다. 우린 하우스를 지어서 해야 되니까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정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늦어져도 농사를 지어야 돼요. 올해 농사를 못 지어버리면 진짜 다 파산입니다.
장원창 : 1년 농사를 못 짓고 넘어가게 되면 운영 자체가 안 됩니다. 보험 적용돼도 하우스 짓고 나면 또 빚이 생겨요. 그런 것도 문젠데, 매일 여기 와서 관리하고 하우스 짓는 것도 진행해야 하니까 다른 데서 일할 수도 없어요. 우리 생활 자금 이런 것도 좀 지원이 빨리 돼야 되는데...
배수펌프장이 있으니 물이 넘칠 거라곤 예상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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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화리 허선옥(75), 우한성(79)
Q. 딸기 농사를 지으신 지 오래 되셨나요?
우한성 : 13년째인가 그래요. 우린 부산서 왔어. 온 지는 15년 정도 됐고. 지금은 3동 하는데 예전에는 저 아래에서 더 많이 했었어요. 내가 아파 가지고 줄였지. 나이가 80이 다 되어 가니까 저 아래까지 걸어가는 것도 일이고, 그래서 여기는 길 옆이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했더니 이 난리가 났네.
Q.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허선옥 : ‘한국의 쓰나미’ 해 가지고 내가 글을 한 개 쓰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직접 목격을 했거든요. 낮에 한 2시쯤 됐나, 사람들은 다 어디 가고 없고 저 혼자만 하우스에 있었는데 옆이 이상해요. 이렇게 돌아보니까 물이 막 밀고 들어오는데 하우스에 금방 차는 거예요. 한 2분, 3분 그 순간에. 내가 서 보니까 물이 가슴까지 오는 거예요. 컴퓨터 하나 들고 하우스를 빠져나왔어요.
허선옥 : 물이 넘칠 거라고 예상을 못했어요. 요 밑에 배수장이 있거든요. 그게 있으니까. 근데 그게 고장이 났대요. 배수펌프가 4대가 있는데 그게 다 고장났대. 그래서 물이 못 나가고 이리로 넘친 거라. 그리고 올해는요, 여기 하천에 풀을 안 베요. 해마다 풀도 베고 포크레인이 와서 흙도 싹 긁어가고 그랬는데 올해는 그걸 안 하
더라고요.
Q. 피해 규모는?
우한성 : 우리가 물이랑 제일 가까워요. 그래서 하우스로 물이 엄청 들어왔고 흙도 많이 쌓였어. 그걸 다 긁어내야 모종 정식을 하는데 난 이래 팔을 다쳐서 일도 못해. 그리고 기계들이 다 물에 잠겨서 못 쓰게 돼버렸어요. 양액기랑 온풍기. 온풍기가 한 대 당 500 정도씩 해. 보상을 얼마간 해 주겠지만 그게 다 되려나 우리는 모르지.
물이 빠지고 난 후 바닥에 쌓여 굳은 진흙을 봉사자들이 긁어내고 있다. 인근에 배수펌프장이 있어 물이 넘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19일, 배수펌프장의 4대의 펌프 시설은 모두 고장나 있었고 하선옥 씨의 하우스 3동은 모두 물에 잠겼다.
“이제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추석 전후에 올지 모를 태풍을 걱정하는 산성마을의 정원문 씨, “불에, 물에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며 살곳을 떠날 고민을 하는 허선옥 씨. 그들의 한숨과 눈물을 어떻게 하면 함께 위로하고 닦아 줄 수 있을까. 산성마을의 제방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종화리의 배수펌프장이 고장나지 않았더라면, 주민들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기후위기와 함께 찾아온 자연재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피해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난관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응원의 마음을 보태자.
*하동군청 건설과에 따르면, 종화배수장의 배수펌프는 7월 19일 오후 1시45분까지 정상가동되고 있었으나 종화천이 범람하면서 침수되어 오후 2시경부터 작동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