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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없는 군민정원
최근 하동군청 별관과 하동군의회 뒷편에 정원이 생겼다.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8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이라고 한다. 이곳을 여러 번 찾았지만 생활의 흔적이나 주민들을 볼 수는 없었다.
최지한 기자
지난 7월 산청 산사태로 많은 주민이 희생되었다. 그 원인을 살펴보았다.
임도에서 시작된 산사태가 산청읍 부리 마을을 덮쳤다.
숲가꾸기 한 곳, 유출량이 최대 300배 늘어
산청읍 부리와 모고리의 피해가 컸다. 이 지역은 2010년 산불 이후, 임도를 내고 숲가꾸기를 했다. 당시 “나무를 모두 베면 산사태가 난다.”는 주민 의견은 무시되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결국 많은 주민이 희생되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유출량 연구 결과, 숲가꾸기를 한 곳은 하지 않은 곳보다 유출량이 최대 319배나 많았다.
임도에서 시작한 산사태
임도에서 시작한 산사태
환경
지난 7월, 약 650mm의 비가 내린 옥종에는 많은 피해가 있었다. 1년에 내리는 비의 절반이 3일간 쏟아졌다. 덕천강 제방이 무너져 산성마을 앞 비닐하우스가 부수어졌고, 두양리와 종화리의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대책은 무엇일까? 두양천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대책 마련되어야
이곳은 대부분 경사도 20°가 넘는 급경사지다. 빗물은 순식간에 모인다. 하천 바닥은 99% 이상이 자갈로, 이것은 물이 매우 빨리 흐른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약 73%가 장마철에 흐른다. 즉 두양천에는 장마철 짧은 기간에 많은 양의 물이 순식간에 모인다는 것이다.
2019년 보고서에서 이미 침수 피해 지적하고 있어
남강-덕천강권역 하천기본계획(2019)에서 두양천은 제방이 낮고, 폭이 좁아 주변 농경지가 잠길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경고한 그대로 비닐하우스가 잠기고, 일부 제방이 무너졌다.
일상이 된 집중호우, 대책 마련해야
환경
하동군 재정이 하동군 경제를 좌우해
경제의 3대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이다. 이들은 각각 소비, 생산, 그리고 공공 서비스 등 서로 다른 경제 활동의 주체로 상호작용하며 경제를 움직인다. 이들 3주체의 바람직한 구성비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주체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작아지면,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자원 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가통계포털(KOSIS)에 2021년까지만 공개되어 있는 하동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조 7,829억 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동군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하동화력 등)이 6,304억(35.3%),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하동군청 등)이 2,250억(12.6%), ‘농업, 임업 및 어업’은 1,793억(10.0%)의 순이다.
그런데 같은 해에 하동군청의 예산은 8,510억으로 하동군 총생산액의 47.7%에 달했다. 하동군이 행정서비스를 통해 하동군 총생산에 기여한 비율은 대략 12.6%인데 비해, 하동군청이 집행한 예산은 47.7%로 3.7배에 이른다. 예산의 규모로 보나 권력기관이라는 영향력으로 보나 하동군은 하동군 경제와 군민들의 삶을 좌우하는 강력한 경제주체이다. 하동군의 정책방향과 예산집행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민선8기의 재정상황 : 예산은 줄고, 재정수지는 적자
하동군의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하동군의 예산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통합재정수지는 21년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자상태다. 그 근원에는 멀게는 2014년 갈사산단의 실패, 가깝게는 2021년 민간 시행사인 대송산업개발(주)이 파산하자 1,300억 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공영개발의 방법을 채택한 하동군의 정책적 실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7,000억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갈사·대송산단 조성사업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하동군 경제와 하동군 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하동군 경제 ①, 무엇이 발목을 잡고 있나?
news
경제
7월 17일부터 19일, 사흘간 폭우가 쏟아졌다. 646mm라는 최대 강우량을 기록한 옥종면에는 딸기하우스 농가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호계천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산성마을의 제방이 터지면서 50동의 비닐하우스가 물에 완전히 쓸려가거나 침수되었다. 종화리의 배수펌프장 인근 하우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실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쏟아져 산성마을의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제방이 터진 것은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 보상이 아니라 배상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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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리 산성마을 장원창(60), 정원문(55)
Q. 19일 낮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정원문 : 농막에서 생활을 했는데, 이틀 내린 비로 침수가 돼서 물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근처 어머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나왔는데 저기 둑이 넘치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한테 “차키 갖고 가자.”하고 차만 빼가지고 동네로 들어왔는데 그 1~2분 사이에 둑이 터져버렸어요. 그때 안 빠져나왔으면 우리도 쓸려가버렸을 거예요.
Q.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정원문 : 11동 딸기하우스가 완파가 돼버렸어요. 2동은 모종하우스로 올해 지어서 이제 시설 투자는 다 끝났고 대출금 갚아나가면서 생활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막막합니다.
“이제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해요.”
우리마을두루두루
8월 7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는 ‘새만금신공항 부동의 촉구 집중행동’이 있었다. 1,278일 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새만금신공항이 지어질 경우, 무안공항보다 610배의 조류충돌 위험이 있으며 세계유산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 수라갯벌이 사라지는 생태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7월 26일 부산에서는 24개 단체와 약 2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가덕도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부산 집중행동’이 있었고, 8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6월 24일부터 시위를 하고 있던 김현욱 집행위원이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팔다리가 들려 강제진압 당하는 일이 있었다. 7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117개 시민단체와 노동·농민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도민회의’가 “내란세력이 저지른 반민주적 행태의 사업은 백지화되어야 한다.”며 지난 10년의 해묵은 갈등을 풀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7월 10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으며, 8월 9일 전국 8곳 명산에서는 케이블카 건설 백지화를 위한 ‘생명평화의 봉화 공동행동’이 있었다. 8월 6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는 470여 일간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4대강 보의 완전 개방과 철거를 다시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공약했던 4대강 재자연화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김성환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같이 내란종식 이후 들어선 이재명 정부도 생태, 기후위기, 탈성장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이전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망을 주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공항 말고 갯벌’, ‘전쟁 말고 평화’, ‘자본 말고 생명’, ‘4대강 재자연화’, ‘지리산을 있는 그대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이 모두 결여되어 있음에도 현정부에서도 계속 건설을 강행하려고 하여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2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진보 진영이 새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은 원래 진보 아니다.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이다.”라고 했다.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필요하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가리지 않고 쓰겠다.”고 밝히면서 ‘성장’은 22차례 언급한 반면 ‘복지’나 ‘분배’는 말하지 않았다. ‘진짜 성장’을 강조했는데, ‘AI 3대 강국 진입’, ‘잠재성장율 3% 회복’, ‘세계 5대 경제국 도약’이라는 ‘335 전략’을 내걸었다. 6월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4일 취임식에서 밝힌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더욱 구체화하여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새정부가 나갈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은 ‘성장과 실용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중도 보수정권의 한계이자 자연스러운 귀결일 수 밖에 없다.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은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새는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에 의해 힘을 받을 때 잘 날 수 있다고 했다. 비어있는 왼쪽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신공항을 반대하는 나,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당신, 4대강 재자연화를 바라는 우리가 저항과 함께, 민주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연대에 기초한 진보, 좌파 진영 구축을 위해 새롭게 나서야 할 이유이다.
이창일 기자
‘왼쪽날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기자의눈
‘숲과 나무, 길 이야기’ 3
마을 분들이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몇 년 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의 병문안을 가는 길에 그 나무를 보았다. 마음이 무거웠던 나는 그곳에서 잠시 쉬어갔다. 나무의 너른 품에 몇백 년은 됐으리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령 130여 년이었다. 이 나무는 북천면 남포마을 버스 정류소 근처에 있다. 도로가여서 누구라도 지나가다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그 나무 그늘에 있으면 굳이 에어컨 켠 실내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나무의 이력을 마을 사람들이 훤히 아는 거였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이명식이라는 분이었고 이병주 소설가의 친척이었다. 나무 앞에는 최증수 시인의 ‘내고향 남포마을’이라는 시비가 있었다. “산 좋고 물 맑아 삼재 모르니 살림살이 탁탁하고, 순박하고 어진 마음으로 함께 즐기는 신나는 마을” 남포마을 느티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어르신 다섯 분을 만났다.
그분들의 자랑도 이와 같았다. 남포상회 차봉순(90세) 씨의 표현을 빌자면 이 동네는 나무 덕분인지 몰라도 술 먹고 땡깡부리는 사람 못 봤고, 싸우고 노름하는 사람 못 봤단다. 큰 사고도 물난리도 없는 평화로운 동네다. 착한 사람들이 정성껏 돌본 나무와 더불어 다툼 없이 유순하게 살았단다. 하동의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인 이홍식 옹도 말년을 이 마을에서 보냈다. 나무 아래에 그의 추모비가 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중날이면 온 마을이 잔칫날이었다. 제를 주관하는 분들은 일주일 동안 궂은 것 보지 않고 맑고 청정하게 지내다 목욕재계하고 갓을 쓰고 하얀 도포를 입고 격식을 갖추어 나무에 제를 지냈다. 막걸리 서너 말을 부으며 마을과 나무와 주민의 안녕을 기원했고 온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먹고 즐겼다. 여전히 백중날이 면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약식으로 행사를 한다.
북천면 남포마을 느티나무
독자기고
작고 느린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습관 중에 어느 하나는 작고 느린 삶에 어울리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여, 오래도록 정리하지 않은 가방을 뒤지듯 삶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늘 어렵습니다. 그래도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상당 부분 커피 때문입니다. 주로 직접 볶은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벌써 7년 가까이 된 습관입니다. 멸치육수를 낼 때 사용하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망을 이용하여 만든 로스팅 기계에 휴대용 버너를 이용하여 원두를 만들어 냅니다. 한 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두의 양이 많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은 로스팅하게 됩니다.
스테인리스 망으로 직접 제작한 로스팅 기계로 원두를 볶는다.
원두가 되기 전의 커피콩을 ‘생두’라고 하는데, 이 생두를 볶는 일에도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먼저 필요한 생두를 사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볶아야 합니다. 집안에서 볶았다간 집안에 커피 구름이 둥둥 떠다니기에, 집 밖에서 하는 일로 분류를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여름에는 더위와 함께, 겨울에는 추위와 함께 커피를 볶아 냅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새소리와 커피콩이 스테인리스스틸 망을 때리며 내는 소리의 조화가 묘하게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시간을 만들어 냅니다.
처음에는 초록색 빛이던 생두가 불을 만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타다닥 팝콘 튀기는 소리를 내고 흰색 연기를 피워내며 갈색빛으로 변합니다. 이 타다닥 소리가 날 때쯤 재빠르게 장갑을 낀 손으로 뜨거워진 스테인리스 망을 열어서 원두를 빼내야 하는데, 너무 일찍 빼내면 약간 풋내가 나고, 너무 늦게 빼내면 원두 고유의 향을 잃어버립니다. 경험으로 체득한 감각으로 꺼낸 원두를 넓고 오목한 채반에 펴두고 입바람으로 후후 불며 커피콩 껍질을 날리면 비로소 아침에 커피를 내릴 때 쓸 원두가 됩니다.
모카포트를 이용하여 에스프레소를 마시기도 하지만, 주로 드립으로 원두를 내려 마시는 것을 선호합니다. 커피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게 얼마큼 생두를 로스팅했는지에 따라 맛이 많이 바뀌지만, 얼마나 미세하게 갈았는지, 얼마나 뜨거운 물에,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가는 물줄기에 내렸는지에 따라서도 맛의 변화가 생깁니다. 저는 원하는 맛과 향에 대한 집요함이 크게 없기에 마음 가는 대로 커피를 내립니다.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와 비교를 하면 확실하게 느린 삶의 습관입니다. 반면 필요한 도구, 필요한 환경을 생각해 보면 작은 삶인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커피 농가를 생각하고 탄소 발자국을 생각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삶이 진정 작고 느린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글의 후미에 떠오르네요. 그럼에도 일어나기 어려운 아침에 긴 호흡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작고 느린 삶에 대한 저의 의심이 커피의 향처럼 깊어집니다.
이르
[작고 느린 삶] 긴 호흡이 담긴 커피
독자기고
한국 근현대사 다큐 영화의 구자환 감독과 함께 다음으로 간 곳은 화개면 부춘리 인근 섬진강 뚝방과 하동지역 민간인 학살 현장이다. 이 학살현장 위쪽에는 1950년 6.25 한국전쟁 직후의 화개전투에서 희생된 학도병을 기리는 추모공원도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동, ‘별천지’ 하동이지만, 전국 곳곳이 그러하듯 고통과 트라우마를 간직한 곳이 바로 우리 곁에도 있다. 불편하고 두려워 회피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정직하게 대면할 우리 역사다.
하동 읍내 국민보도연맹 본부가 있던 건물을 본 뒤 우리는 섬진강변을 따라 화개 쪽으로 올라갔다. 구 감독은 화개면 부춘리 인근 섬진강 뚝방에서도 제법 많은 양민 학살이 있었던 걸로 들었다 한다. 구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2006년 경 진실화해위 조사 때 부춘리 인근 마을에서 그 이야기를 해준 노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녹취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그 이후에 다시 마을을 찾아갔는데, 예전 그 노인을 아무도 모른다했다 한다. 구 감독의 느낌으로, 처음 마을에 구감독 등이 찾아간 것부터가 그 분에게는 ‘비밀이 들킨 기분’처럼 보였다 한다. “그걸 어떻게 알고 여기 왔소?” 아마도 이런 정서였을 터.
널리 알려진 바, 학살의 피해자나 목격자들은 학살 그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자칫 (누군가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제2, 제3의 피해를 입을까 봐 두려움에 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한동안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풀어 놓긴 하는데, 그러다가도 별안간 ‘잘못하면 또 당한다.’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말을 자제하거나 완곡어법으로 표현하기 일쑤다. 여하간 팩트는, 전쟁 직후에 화개면 부춘리 섬진강변 뚝방에 경찰들이 사람들을 세워놓고 총살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 있다는 것! 아쉽게도 우리는 2025년 현재 그 어떤 증언자도 만날 수 없어 부춘리 뚝방 인근은 더 자세히 답사할 수 없었다.
그 다음은 화개장 인근인데, 그 옛날 담배창고가 있던 곳(지금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상업공간으로 사용됨)이다. 그곳에 양민들을 임시로 모아 놓았다가 학살터로 데리고 갔다는 것. 지금은 감쪽같이 변했지만, 1950년 당시엔 땀과 눈물, 아우성과 피비린내가 진동했을 것이다.
그 담배창고가 있던 지점에서 악양 쪽으로 조금 걸어 내려가면 ‘OOOO모텔’이 나온다. 그 왼편으로 오솔길이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오르니 ‘하동지역 민간인 학살 현장’이란 입간판이 하나 나온다. 한국전 전후 하동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가 비영리법인 명의로 세운 것이다. 내용은 이랬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이 집단 학살된 장소이므로 학살피해자들의 유골이 집단으로 묻혀 있습니다. 유해 발굴 시까지 훼손하지 말 것을 당부드립니다. 부득이 훼손하게 될 경우 미리 아래 연락처로 연락 바랍니다.” 그 아래엔 “유해 위치: 화개면 탑리 산86번지(안내판 정면 20미터)”가 있었다. 그리고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여성 노인이 받는데, 연로하셔서 소통 자체가 힘들었다.
하동 ‘다크투어’ 역사 기행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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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산사태 현장… 건드린 산은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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