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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는 하동군의 의회 무시

12월 3일 의회 예결안 심의, 파행으로 치달아

12월에 열리는 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의 회의는 단체장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여 한 해 살림살이를 확정짓는 매우 중요한 법적 절차에 해당한다. 12월 3일은 예결특위가 열리는 첫날이었고 행정과, 주민행복과, 가족정책과의 심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당 과의 공무원들이 ‘보건의료원 기공식 참여’를 이유로 불출석하며 심의가 무산됐다.

예산안 심의 1시간 연기, 오후로 연기... 무리하게 진행된 행정의 요구

기획예산과, 보건정책과와 의회는 보건의료원 기공식 날을 두고 11월부터 일정을 조율해 왔다. 의회 측은 12월 6일을 제안했지만 하승철 군수가 ‘김치축제에 참여해야 해서 어렵다.’고 하여 12월 3일로 날짜를 잡았다. 이때 의회는 예결특위에 참여하지 않는 의장의 기공식 참석을 약속했다고 한다. 기획예산과는 행사장의 자리 배치 등을 이유로 정확한 참석자 명단을 요구하며 의원들의 참여를 요청했고, 의회는 “예산안 심의 일정으로 인해 의장을 제외한 의원님들의 참석은 어렵다.”는 뜻을 관련 부서에 재차 전달했다.
그러나 기획예산과는 처음에는 ‘예산안 심의를 1시간 연기하자.’는 제안을 하다가 급기야는 ‘오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기획예산과가 이러한 요구를 공문으로 전달한 시각은 12월 2일 밤 10시 48분이었으며, 이때 의회는 이미 강대선 의장과 강희순 의원을 참석자로 하여 명단을 제출한 상태였다.

행정은 기공식 참여 업무지시, 의회는 계획대로 심의 진행 통보

“보건의료원이 군민들 90%가 원하는 사업이고 여기저기서 축하의 뜻으로 많이 참석을 하는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견이 있고 논쟁이 있긴 했지만, 이왕 하기로 했으니 군의회도 다 같이 참여를 하자, 우리 집행부에 그런 뜻이 담겨 있었죠.”
기획예산과장의 말이다. 그는 기공식 전날 밤늦게 보낸 공문에 대해 의회가 협조해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3일 오전, 전 부서에 기공식 참여를 독려하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같은 날 오전, 의회는 ‘예산안 심의는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니 관련 공무원들은 반드시 참석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유선통보도 했다고 한다. 기획예산과와 의회의 대립 속에서 결국 관련 공무원들은 기공식 참여를 선택했다.

시민단체, 예산안 심의 불출석 관련 수사 의뢰

시민단체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지난 12월 6일, 이 사태에 대해 ‘행정법 위반 및 특정인의 책임 이행의 방해 의혹 등에 관한 고발장’을 창원지검 진주지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예산안 심의 불출석은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하며 “관계 공무원들의 불출석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간 하동군 집행부와 의회의 대립과 갈등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나 묵인 또는 용인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의 고의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추궁했다.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주권자인 군민을 무시하는 일

보건의료원 기공식과 같은 ‘일회적인 이벤트 행사’를 법적 지위와 의무를 갖는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와 견주어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행정이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12월 3일 예산안 심사 파행 사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회는 군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적극 행사하여 행정의 부당한 행위를 바로잡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이한 2026년, 하동군 행정의 독단적 행보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거꾸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