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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의 시대, 우리가 잃어버린 ‘라오스의 미소’를 찾아서

해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회한을 안고 한 해를 갈무리합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이 되신 어머니는 요즘 아침마다 산책 겸 저희 집을 찾으십니다.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님과 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는 큰아들을 뒤로하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문득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직이 고백하십니다. 젊은 시절 왜 그리 의미 없는 것들에 집착하고, 그 집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모르겠노라고 말입니다.
어머니의 후회는 비단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긴 인생길을 달려옵니다. 때로는 돈이 전부였고, 때로는 높은 신분이 유일한 목표였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전부라고 믿었던 그 ‘꿈’이 타인과 부합하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우리는 그 꿈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살아왔습니다.
최근 다녀온 12일간의 라오스 렌터카 여행은 저에게 행복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본래 여행이란 그런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막막하고 희미할 때 길을 떠나면, 생소하고 낯선 길 위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해답들이 꿈처럼 찾아오곤 합니다.
라오스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그리고 수정처럼 투명한 물줄기 너머 언덕에 피어오른 선명한 쌍무지개까지. 그곳은 우리에겐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이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땅이었습니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 위에서 소, 돼지, 닭이 어우러지고, 그 곁에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부모와 형제, 가축들이 한집에서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얼마나 하찮은 일들에 우리의 진정한 꿈과 희망을 저당 잡힌 채 살고 있습니까. 자신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돈, 권력, 명예, 그리고 인조화된 껍데기 속에 진짜 자신을 꼭꼭 묻어둔 채, 급기야 그 껍데기가 자기인 줄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본연의 나를 외계인 보듯 질겁하며 뒷걸음질치는 우리에게 진정한 미래와 행복이 있을지 자문해 보게 됩니다.
집착과 탐욕이 행복으로 포장된 사회에서 우리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식과 가식을 내려놓고 자연 앞에 벌거벗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서로를 의심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놓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비록 지금의 대한민국이 답을 찾기 힘든 세상이라 할지라도, 저는 메아리 없는 아우성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여행은 늘 답을 줍니다. 미얀마 인레 호수의 물결에서, 네팔 무스탕 티베트인들의 거친 삶에서, 인도 바라나시 화장터의 연기 속에서, 그리고 라오스 어린이들의 때 묻은 얼굴 속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저는 그 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본질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서로의 맑은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서 어머니처럼 너무 늦은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그 소중한 본질을 찾는 여행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