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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하동

김다은, 하동읍

하동읍 브런치 카페 ‘계절열매’ 앞. 김다은 씨(우)와 김예나씨(좌)
여행으로도, 책으로도 경험해 본 적 없던 하동에 어쩌다 오게 되었고, 그렇게 9년째 살고 있다. 누군가 하동의 가장 좋은 점을 말해 보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섬진강과 지리산, 자연이 다야.” 사람이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대자연. 그것이 하동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송림공원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걸으며 깊게 숨을 쉬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때 반짝이는 섬진강의 윤슬을 바라보고 있으면, 매일 보는 풍경임에도 또다시 아름다워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된다.
때로는 산책을 하고, 어느 날은 달리기도 한다. 조카가 놀러 오면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돗자리를 가져와 소풍을 즐기기도 한다. 재첩 잡는 철이 되면 나도 재미 삼아 강가에서 재첩을 잡아본다. 화려한 도시에서는 누릴 수 없는 고요함, 맑은 하늘과 공기, 지리산이 주는 포근함, 철마다 열리는 제철 열매들 덕분에 지금까지 하동에서 즐거운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어쩌다 하동에 온 첫해,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이렇게 맛있고 신선한 과일들이 하동에서 자란다고…?” 였다. 마을 어르신들께서 직접 농사지은 딸기와 양상추, 블루베리, 심지어 바나나까지 조금씩 나눠 주셨다. “하동에서 바나나까지 농사를 지으신다고요? 게다가 필리핀 바나나보다 더 맛있잖아?” 정말 놀라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 화면 아래 작은 글씨로 ‘하동 LH아파트 청년희망상가 모집’이라는 자막이 지나갔다. 당시 백수였던 나는 시간도, 아이디어도 많았다. 평소 하동에서 자란 과일과 계란, 요거트를 먹으며 ‘하동 농축산물을 활용해 카페 메뉴를 만들고, 농부들과 상생하는 로컬 카페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업계획서를 무작정 작성했다. 지원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았던 터라 우편으로 보내면 기한을 넘길 것 같아 직접 사무실에 가서 제출했다. 그것이 ‘카페 하동’의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지금의 ‘계절열매’까지 이어졌다.
어쩌다 하동에 와서, 어쩌다 사장이 되었고, 최고의 셰프 예나를 만났고,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동에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10년전 3년간 군인이었던 내가, 10년 뒤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전혀. 단 한 번도.
그러니 올해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시작해 보길.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