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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만 찾은 흑두루미, 새로운 방법 찾아야 할 때

순천만 국가해양생태공원에서 갈사만 개발 실패의 대안 마련해야

갈사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논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
갈사만에 흑두루미가 찾아왔다. 1월 23일 현재, 흑두루미 약 300마리가 갈사만을 찾았다. 흑두루미 대부분은 순천만에서 왔다. 현재 순천만에는 약 8000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있는데,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충분한 공간과 얼마간의 먹이라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는 갈사만을 찾은 것이다.
순천만을 찾은 8000마리의 흑두루미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순천만을 찾고 있다. 하지만 갈사만에는 하동지구개발사업단 파산 이후 폐허로 남은 갈사만산업단지 부지와 이곳에 남은 갈사 주민들, 그리고 겨울마다 이곳을 찾는 흑두루미가 있을 뿐이다. 순천만의 흑두루미와 관광객은 갈사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순천만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전 실패’한 갈사만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순천만에서 배워야 한다.

서식지 보전 → 흑두루미-인간 신뢰 관계 → 관광객 증가

순천시는 흑두루미 서식지 확보를 위해 농경지를 매입해 왔다. 오랜 시간 토지 소유주를 설득한 끝에, 지난해 마지막으로 남은 농경지를 매입했다. 매입한 농경지는 자연상태로 복원됐다. 그 결과가 이번 겨울 순천만을 찾은 8000마리 넘는 흑두루미이다. 흑두루미가 많아져 ‘순천만 갈대숲 탐방로’에서도 흑두루미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이 20m까지 다가가도 흑두루미는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서식지 보전에 나선 지역 주민과 순천시의 노력이 흑두루미에게 ‘안전하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순천만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에서 흑두루미를 만나려고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갈사만 하늘을 나는 독수리[사진제공:정정환]

순천만을 넘어 여자만 보전으로

“순천만을 중심으로 보성, 고흥, 여수, 광양, 하동까지 흑두루미가 남해안 벨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광역 서식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황선미 순천시 순천만 보전팀장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오게 하려면 순천만, 더 나아가 여자만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순천만이 속한 여자만 일대의 여수시, 보성군, 고흥군 등의 지자체와 함께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바다를 지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여자만이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단순히 돈이 아니라 생명으로

여자만 국가해양생태공원은 해양수산부의 지정 고시 이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만약 예타를 통과하면 2031년까지 이 지역에 1697억 원의 예산 투입된다. 이 예산은 흑두루미 보전을 위한 토지 매입, 시설 확충과 생태 관광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만드는 데 쓰인다. 앞으로 만들게 될 시설과 공간은 지역 주민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여자만순천만 보전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지지와 협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의 지지와 협조를 위해서는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자만 국가해양생태공원에서 말하는 주민 소득 보장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돈’이 생기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경제 활동과 여자만 보전을 하나로 ‘엮는’, 다시 말해 주민의 삶과 흑두루미의 삶을 연결하는 도구이다.

순천만도 갈사만과 같은 운명에서 시작해

지금의 순천만 그리고 여자만 국가해양생태공원이 있기까지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갯벌을 지켜낸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1996년 7월 순천의 한 기업이 골재 채취사업 신청을 했다. 주민들은 순천만 골재 채취사업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순천만 보전을 위한 조류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과정에서 흑두루미는 물론 황새, 검은머리갈매기와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확인되었다. 결국 1998년 골재 채취 허가가 취소됐다. 주민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순천만 보전 활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03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6년 국내 습지로는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에 지정됐다. 그리고 2008년 갯벌로는 처음으로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각종 보호구역 지정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기존의 상식을 깬 것이다.
순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한 발 더 나갔다. 2009년 국토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순천만 일대 28㎢를 생태계 보호지구로 지정하며 법적 보호구역을 넓혔다. 이때 생태계 보호지구로 지정한 28㎢는 순천시 전체 면적의 3%나 된다. 이후 도심 확장을 막기 위해 순천만 ‘국가정원’을 만들었다. 순천만 보전을 위한 주민들과 순천시의 노력은 2021년 순천만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며 정점을 찍는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은 2024년 약 76만 명에서 2025년 약 117만 명으로 1.5배 늘었다.

세계 최초로 철새를 위해 전봇대를 모두 뽑아

주목해야 할 것으로 순천만 일대 전봇대를 모두 뽑아버린 일이 있다. 철새를 위해 전봇대를 모두 뽑은 것은 세계적으로도 순천만이 유일하다. 2008년 전깃줄에 목이 걸린 흑두루미가 죽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순천시장은 “흑두루미의 눈으로 순천만을 디자인해야 한다.”며 전봇대 제거 사업을 추진했다. 2009년 세계 최초로 순천만 농경지 내 전봇대 282개를 제거했고, 62㏊ 면적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순천만 안풍들 일대 전봇대 49개를 추가로 제거하여, 50㏊ 면적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 2025년 11월, 순천만에서 마지막 남은 전봇대를 제거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진제공:순천시]

‘작은 지구, 여자만’, 여자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여자만 국가해양생태공원은 갯벌 보존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국가적 모델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은 지구, 여자만! 자연과 사람이 지켜낸 공존 이야기’를 주제로 해양보호구역 내 생태계 통합관리센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갯벌 복원과 철새 서식지를 넓힌다. 염습지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교육 시설, 순천만 보전의 역사와 여자만 일대의 섬과 해양생태계의 가치를 알리는 시설, 그리고 육상과 해상에서의 생태 탐방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
또한 여수시, 순천시, 보성군, 고흥군 등 4개 행정구역으로 나뉜 생태계 통합 관리 기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전남도는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을 계기로 민·관이 참여하는 광역행정협의체를 만들고, 여자만 보전을 위한 정책 수립과 위해 요소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춘다고 밝혔다. 단순히 시설과 공간만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지키고, 순천시는 지원하고

박영채 전라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지역 주민들은 갯벌을 지키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내는 의지와 저력을 보여줬고 여자만은 대한민국 생태 심장으로 또 한 번 국가해양생태공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이라는 값진 성과를 만들며 어려운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여자만을 멕시코 카보 팔모 국립 해양공원이나 유럽의 와덴해 갯벌공원처럼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 보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아우르는 국가 해양생태계의 새로운 모델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