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은 지방에서,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현실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수도권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의 요금은 높여 지역 균형발전과 에너지 공정성을 이루는 정책이다. 발전소 주변 피해 지역 주민의 부담을 덜고,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며, 에너지 자립과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한전의 통계를 보면 강원, 경북, 충남, 부산 등 6개 시도는 전국 발전량의 65.9%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은 35.4%에 그친다. 반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발전량 비중이 15.2%에 불과하지만, 소비는 34.6%나 된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전국에 송전망을 세우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예산과 갈등 비용이 든다. 그러나 그 부담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동일하게 부담한다. 이처럼 수도권이 혜택만 누리고 비용 부담은 외면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
발전량의 98.8% 외부에 팔고, 쓰레기의 93.1% 하동군에 남겨
하동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은 연간 4,000MW이다. 그런데 2022년 하동군민이 연간 사용한 전력사용량은 47.94MW(420,001MWh)로 하동화력 발전량의 1.2%에 불과하다. 하동화력 전력생산량의 98.8%가 외부로 송출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폐기물이다. 한국환경공단의 ‘폐기물 배출 및 처리현황’(2023)에 따르면 하동군 총폐기물은 1,104톤인데 이 중 ‘연소잔재물’, 즉 하동화력의 석탄재가 1,028톤으로 전체 폐기물 중 93.1%의 비중을 차지한다. 요컨대 하동화력은 발전량의 98.8%를 하동군 외부로 팔아 이익을 남기면서 발전소 쓰레기의 93.1%를 하동군에 남겨놓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동화력이 하동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고용 및 세수 등에서 그에 걸맞는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자료에 따르면 하동화력은 2023년 하동군 지역 내 총생산(GRDP) 2조 1,640억 원 중 약 8,789억 원(44.2%)을 차지하지만, 지방세 납부액은 68억 정도로 약 17%에 불과하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하동화력 직원 1,500여 명 중 대략 20%만 하동지역민이 고용되어 있을 뿐이다.
반면 하동화력 인근 지역은 하나같이 안전과 건강, 환경오염 위협에 직면해 있다. 명덕마을 같이 하동화력 인접 지역의 주민들은 석탄 분진과 미세먼지, 소음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나아가 농토, 수자원 등 생업 터전의 오염과 부동산 가치 하락 등 경제적 손실도 겪는다. 그러나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제공하지 않는다.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는 하동군민과 수도권 소비자가 같은 요금을 낸다. 또 외부 지역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곳곳에 세운 송전탑 역시 통과 지역 주민에게 전자파와 소음, 경관 훼손과 자산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초래하지만, 전기료는 동등하게 부과된다. 모두 ‘에너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연기를 내뿜는 하동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빨래조차 밖에 널지 못하고 있다. 숨 쉬기 곤란한 것은 물론, 알 수 없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하동군은 LNG 발전소 유치 생색내기에 나섰다. 주민들의 건강, 삶에는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전기요금 차등제가 가져올 효과들
전기요금 차등제는 이같이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첫째,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차등요금제가 실현되면 전기 소비가 많은 기업일수록 수도권을 벗어날 유인이 높아져, 반도체·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고용과 세수가 분산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송전망 건설과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업들의 지역 이전으로 장거리 송전의 수요가 줄면, 고압송전탑 건설을 위한 막대한 설비 투자와 유지비 절감이 가능하다.
셋째, ‘피해보상과 함께 환경 부담의 경감’이 가능하다.
발전소 인근에서 소비되는 전기 가격을 낮추면, 위험과 피해를 감수했던 지역민에게 직접적인 보상이 돌아간다.
넷째, 차등요금제로 전기요금이 높아진 지역에서는 태양광 등의 설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전기요금 차등제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
2023년 국회를 통과한 ‘분산에너지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전기요금 차등제’의 핵심 취지는 수도권 전기요금을 높여 전기를 많이 쓰는 첨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때문에 안전 위협과 환경 피해를 감내하며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온 강원, 충남, 전남, 경북 등의 지역민은 이 제도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차등요금제 추진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은 정부가 올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도시지역의 주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악재를 던져 표를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민주당 정권과 수도권 기업인들의 눈치를 살피는 국민의힘이 야합하여 지역민들의 절박한 소망을 외면하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열쇠로 꼽히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지역소멸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올 6월의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은 하동군 출마예정자들도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나름의 대안과 전기요금 차등제에 대한 명료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