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면 의신마을에서 안전한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산신제를 드리고 있다.
농촌은 1년 내내 바쁘다. 한 가지 종목, 가령 벼농사만 짓는 분들은 벼농사가 끝나면 좀 쉴 틈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농부들은 자투리땅이라도 놀리지를 못하고 이것저것 심는다. 씨만 뿌리면 땅은 먹거리를 준다는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쉴 틈 없는 중에도 겨울은 농한기라 할 수 있다. 땅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싹이 돋는 무엇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농한기에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효자 종목이 있으니 바로 고로쇠 물이다.
산신제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한해 소원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소지를 태우고 있다.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은 골이 깊고 산이 높아 여름이면 관광객이 줄을 지어 찾는다. 지리산의 마스코트인 지리산 반달곰을 볼 수 있는 ‘베어 빌리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동군에서 고로쇠 수액이 가장 많이 나는 의신 마을에서는 주민의 70-80%가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
의신마을에서 지난 8일 마을 청년회(회장 양용석)가 주관하는 산신제를 거행했다. 의신마을 산신제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2월부터 시작되는 고로쇠 수액 채취를 앞두고 사고 없이 고로쇠물을 수집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을 주민 장원희(63) 씨는 처음 도끼와 톱으로 시작할 때부터 고로쇠 수액을 수집하였다며 “도끼로 V자를 내고 바가지에 댕강댕강 물을 받아 지게로 날랐다.”고 옛날 이야기를 전하며 “줄로 연결해 반자동으로 하다가 지금은 다 자동화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같이 택배가 되기 전에는 근처 여수, 순천의 바닷가 사람들이 방문해 며칠씩 여관에 묵으며 고로쇠물을 마셨다고도 전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는 제단을 향해 의신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고로쇠 수액 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태 씨는 “옛날에는 축제도 했어요. 화개장터에서. 지금은 장소 관계로 못하고 있지만, 군에서 지원해 고로쇠 채취 농가에 도움을 많이 줍니다. 200~250명 정도 회원이 있습니다. 회원 활성화가 잘 돼 있어 회의에도 100명 가량 나옵니다.”라고 단체 자랑을 한다. 산신제가 끝난 후엔 마을회관에 모여 부녀회(회장 김명순)에서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모두 담소를 즐겼다.
고로쇠 수액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樹)에서 유래했으며,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의 전설과 함께 칼슘, 당분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로쇠 수액의 채취 시기는 우수와 경칩 사이,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채취한다. 저녁에 최소 영하 2~3도 이하로 떨어져 물이 얼어야 하고, 낮에는 영상 5~10도 정도 되고, 바람이 불지 않아야 고로쇠 수액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1월부터 채취하기도 한다. 줄기가 30cm 이상 된 나무에서 수액을 얻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고로쇠나무는 낙엽이 지는 무환자나무과의 큰 활엽교목으로 높이는 20m 정도다. 잎은 마주나며 거의 오각형에 가까운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잎 조각들은 삼각형을 하고 있다. 꽃은 4~5월에 새 가지 끝의 산방꽃차례에 피며 노란빛이 돈다. 양성화와 수술만 있는 수꽃이 섞여 잎보다 먼저 피어난다. 열매는 큰 시과로 예각으로 벌어진다. 충청북도를 제외한 한국 각지 숲속에 분포하며 목재는 장식용구와 가구재로 사용한다. 얼핏 보면 단풍나무로 착각하기 쉽지만 잎 굴곡 사이사이가 매우 얕고 톱니가 없다.
고로쇠 나무의 잎은 단풍나무 잎과 비슷하지만 굴곡 사이가 얕고 톱니가 없다. 겨울이면 노랗게 물든다.
고로쇠 수액 채취를 위해 몸통에 호수를 꽂고 있는 나무를 보면 마치 팔뚝에 주사 바늘을 꽂고 헌혈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말을 못 하는 나무라도 몸에서 수액이 빠져나갈 때는 그만큼의 수액을 다시 채우기 위해 사투를 벌일 것이다. 산신제는 사람만을 위한 기원제가 아니라 아낌없이 몸의 물을 내어 주는 나무와,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자연에 대한 감사제이기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른 후처리 없이 바로 마시는 생수이기에 나무에 꽂은 관의 수명과 위생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