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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섬진강 염해피해 연구용역, 논란 이어져

섬진강과 주교천이 만나는 곳, 어민들은 이곳을 ‘화목’이라고 부른다. (구)섬진강교가 있는 곳이다. 화목 일대 염분도가 15psu가 유지되어야 핵심 서식지인 신비-목도 구간에 재첩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다. 재첩이 안정적으로 서식한다는 것은 섬진강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섬진강 염해피해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11일, 적량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하류 재첩서식 실증조사 연구’ 2차년도 최종보고회에서 재첩어민들은 용역기관의 발표내용에 대해 수십 년간 현장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세 가지 핵심 문제 : 물, 책임, 의도

어민들이 제기한 핵심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물이 충분히 내려오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조치를 하지 않고 연구용역만 반복하느냐?”는 것이다. 둘째, 한국수자원공사의 정책 결정으로 발생한 문제인데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개입하면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끝으로, 어민들의 현장 경험에 근거한 문제 제기에도 연구 결과는 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20년 가까이 반복해 온 주장들이 여전히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민들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다. 최종보고서를 검토하면서 갖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갖춘 문제 제기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원인과 연구 결과로 제시되는 대책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문제가 연구의 설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존 수자원 정책 타당성만 재확인하는 연구

위 연구는 대책 마련을 위해 섬진강의 유량, 염분, 생태를 차례대로 연결하는 분석 모델을 사용한다. 먼저 유량 분석으로 섬진강 하류의 유량을 산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염분 분석을 하여 해수 유입에 따른 염분 변화를 계산한다. 끝으로 염분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이 재첩 서식에 적합한지 평가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나의 분석 결과가 다음 분석의 입력값이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분석이 분석을 검증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입력되는 자료가 실제 현장 관측자료보다는 정부의 수자원 정책 관련 자료라는 것이다. 결국 연구 결과가 기존의 수자원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어민들은 위 문제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분석이 서로를 확인하는 순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 입력자료가 수자원 정책 자료이기 때문에 수자원 정책의 정당성만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셋째, 물공급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이 많아도 문제? 한국수자원공사의 새로운 접근

보고서의 해석 방식도 지적되었다. 보고서에서는 홍수 시 많은 물이 내려오는 환경과 이로 인해 염분 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재첩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첨두유량(홍수시 내려오는 많은 물), 평균 유량, 염분 등 각각의 영향이 분리되지 않고 제시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특정 시기의 극한 조건에서의 결과가 일반화되어 수자원 정책의 기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공간 해석도 문제이다. 보고서에서는 섬진강 하류를 상류, 중류 기수 혼합대, 하류 해역부로 구분하고 중류를 핵심 서식지로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어민들이 구간별로 차등화된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점과 일치한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이를 근거로 하류 전체 또는 구간 단위가 아닌 특정 지점을 수자원 정책의 기준으로 적용하려고 했다.

어민들은 공식적인 문제 제기, 하동군은 근거 마련 위한 별도 연구 추진

어민들은 최종보고회에서 제기한 문제를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에 공식 질의했다.
하동군은 어민들의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보고, 섬진강 재첩 서식지의 구간별 생태환경과 그 인과관계를 정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별도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과 담당자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유량과 염분을 포함한 다양한 생태환경과 재첩의 서식밀도 사이의 관계를 구간별로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첨두유량과 평균 유량, 단기 교란과 장기 환경조건을 분리하고, 각각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으로는 이를 통해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연구 결과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구간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섬진강 전체의 생태환경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섬진강 재첩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국가의 수자원 정책과 과학과의 관계를 다시 묻는 사례로 보고 있다. 어민들의 현장 경험과 과학적 분석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정책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 어디까지 적용 가능한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20년간 이어진 재첩어민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섬진강 염해피해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