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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명산 아래 축사신축을 반대합니다

성규선

양보면 서제마을에서 태어났다. 30여년간 군생활, 8년여 직장생활을 했고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했다.
하동군이 시행하는 ‘사전예고제’의 취지에 따르면 마을 주민의 동의가 없이 진행되는 양보면 통정리 17-2(농지) 일대의 축사신축 허가는 취소돼야 합니다. 주민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행정행위는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하동군의 ‘사전예고제’는 축사와 같은 혐오시설의 신축을 허가하기 전에,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에게 미리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라고 합니다. 공정한 절차에 기반하지 않은 원인(행정)행위로 인해 잘못된 결과(신축허가)가 나왔다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합니다.
마을 대다수의 주민들과 주변의 토지(산지, 묘지) 소유주들은 2022년 9월 말 공사가 시작될 때까지 축사신축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군청과 양보면사무소에서는 마을회관과 현장에 사전예고제에 따른 공고를 지난 2022년 2월 7일부터 16일까지 실시했고, 마을 이장으로부터 주민동의 여부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시기는 매우 추웠고, 마을회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의 출입이 중지된 상태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서제마을 이장은 축사신축에 대한 상황을 주민에게 홍보하고 알려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이장은 농지를 매도하는 이해당사자로 그 사실을 끝내 알리지 않았습니다.
통상, 마을 이장은 준공무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애초에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준용할 수 있는 사례라 생각합니다. 서제마을 이장은 준공무원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올바로 인식하고 일처리(공익실현을 위한 사전예고)를 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조차 하지 않은 채 “이의 없다”는 답변을 함으로써 이후 진행된 제반 행정행위의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높은 계단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제마을회관. 행정에서 이곳에 붙인 ‘축사건축사전예고제’ 게시물을 대부분의 주민은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민의 의견이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얼마 남지 않은 생이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며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십니다. 이 어르신들이 악취와 파리, 모기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근 농지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농부들은 코를 막고 일을 해야 합니까?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다래 과수원 등에서 2차적으로 일어나는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을 합니까? 부근 산지와 묘지의 소유주가 수시로 자신의 땅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냄새와 모기, 파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축사로 인해 오염되는 물(침출수)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을 집니까? 한두 사람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20여 가구의 마을 주민들이 물적, 심적, 환경적 피해를 보고, 200여 명의 토지, 산지(과수원), 묘지 소유주들이 두고두고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까?
또한, 축사 예정지는 이명산(편백숲) 등산로 초입입니다. 지금 이곳 편백숲 일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숲가꾸기(간벌 및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명산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선 100여 년 된 편백숲과 산림자원을 무분별한 축사신축 사업 속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하동’을 만들고자 열정을 쏟는 군수님 말씀에 적극 동의합니다. 군수님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명품 전원도시를 조성하여 하동군의 위기극복과 미래를 준비하는 동네를 만들겠다”고 하시면서 그 대상지로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양보면이라 평가하셨습니다. 그런 평가에 걸맞게 이명산 편백숲 아래 통정리와 서제마을을 가꾸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이 지역에 허가된 축사신축이 취소되어야 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소소하게 행복을 찾으며, 가성비가 높은 마을(정주여건)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인행위에 중대한 결함이나 하자가 있다면, 이후 과정이 적법하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군에서는 축사신축허가를 취소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전(前) 마을이장(농지 매도인)과 건축주(농지 매수인)는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하동군에서는 이명산 편백숲을 제대로 보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오!하동은 하동의 발전을 위한 군민들의 의견과 주장을 있는 그대로 실습니다.

2023년 3월 /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