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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이명산을 보유하고 있는 하동군 양보면

이명산 시루떡 바위
하동군 양보면은 위로는 횡천면과 북천면, 아래로는 고전면과 진교면에 둘러싸여 있다. 해발 570m의 이명산과 448m의 정안봉이 북동과 남서를 아우르며, 이곳에서 시작된 장암천과 박달천이 주교천에서 합류해 섬진강으로 흐르고 있다. 인구는 2023년 현재 1,656명이며 65세 이상이 53%를 차지한다.
이명산
양보면은 토질이 비옥하여 쌀이 좋기로 유명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밤은 육질이 단단하여 저장성이 뛰어나다. 유기질이 많은 토양에서 생산되는 밤호박은 탄수화물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일본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최근 양보면 특화작물로 지정된 참다래는 비타민C와 미네랄이 풍부하고 단백질 분해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참다래 재배농가 수가 느는 추세다. 무엇보다 양보면은 대대로 한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현재 축산농가는 91농가로 전체 가구의 약 1/10을 차지하며 121동의 축사가 있다.
양보면과 북천면, 사천시 곤양면의 경계에 있는 이명산(理明山)은 지리산의 한 줄기로 높이에 비해 산세가 우람하고 기암괴석들이 산재해 있다. 화강암에 나타나는 수평 절리를 따라 균열이 발달함으로써 암석이 층층이 쌓인 모습이 떡처럼 보여 ‘시루떡바위’로 유명해진 바위의 벽면에는 가로로 ‘고세대(高世臺)’라는 큰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바위 아래에 몇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모여 시와 창을 즐겼다고 한다. 또한 이명산에 있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8호인 ‘석불사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6호인 ‘마애석조여래좌상’은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말해준다.
이명산 입구에 있는 편백나무숲 안내 표지판
2015년 하동군은 이명산 중턱 11만 4,700㎡에 울창한 편백 숲을 조성했다. 원래 이곳 땅 소유주가 아들의 출생기념으로 심은 100년이 넘은 편백 100여 그루와 군에서 추가로 심은 5년생 편백 6,000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숲길과 편백데크, 생태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편백은 자연치유의 항균물질로 알려진 피톤치드가 함유되어 있어 신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며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심신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험한 곳에는 데크길이 설치돼 있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둥근 황토돌길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이명산 자락에서 다래 농사를 짓고 있는 정상식(60) 씨는 “코로나 전에는 이명산을 찾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며 “아래 축사가 들어서면 바람 방향에 따라 냄새가 여기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말한다. 봄을 맞이하는 이명산은 이리저리 부러져 길을 막은 나무들과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이끼와 낙엽이 덮힌 ‘맨발길’과 손보지 않은 ‘데크길’이 어수선한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지난 15일에 열린 ‘면정보고회’에서 하승철 군수는 인구소멸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의 공약이기도 한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에 현재 23농가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석한 많은 주민이 양보면에 필요한 사항을 전했는데, 금오농협조합장을 역임한 조상석(70) 씨는 양보면 인구소멸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주위 남해, 진주, 사천, 고성에 다 있는 ‘화장장’이 하동군에는 없는데 혐오 시설이라고 주민의 반대가 있을지 모르지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로 이주하기 위해서는 축산농가당 부담금이 9억 정도나 돼서 소농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보면에는 축산농가 입주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 붙어있다. 이명산 자락에 이미 용지를 마련하고 축산을 하려는 농가와 역시 이웃한 곳에 집과 논을 가진 주민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조용하던 마을은 찬성과 반대로 갈등을 겪는 중이다. 이왕 기획 중인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가 성공을 거두려면 양보면과 다른 면까지 확대해 가능한 많은 축산농가가 이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단 한 명의 억울한 주민도 생기지 않으려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행정이 필수적이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정한 행정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보물’이며 양보면의 ‘허파’ 역할을 하는 이명산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것이 다른 어떤 개발보다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