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2009년 귀농(악양면) / 지리산 웰빙귀농학교 운영
지방소멸, 인구분산을 외치면서 정작 돈 몇 푼 지원하거나 말로 그치는 하동군 정책이 안타까워 실질적인 시골 인구 유입방안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첫째,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안이다.
정주 인구의 확충이 힘들면 전 단계로 체류형이나 관광형 인구부터 늘려야 한다. 마트에도 시식 코너가 있듯이 일단 시골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로 테마 민박을 추천한다. 민박이나 펜션을 해 봐야 성수기에만 손님이 오기에 그 수입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하지만 일 년 열두 달 손님이 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나라 국민들 관심사 1위가 여행이고 2위는 취미라고 한다. 민박에 취미를 접목하면 어떨까. 목공에 취미가 있으면 목공민박을 표방하고 숙박하면서 목공실을 사용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아이와 부모가 뭐라도 만들어 그걸 갖고가면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사진에 관심 있으면 포토 민박을 하여 출사를 안내한다. 야생초 민박은 들꽃트레킹을 한다. 악기형 민박, 요리형 민박, 자수, 그림 등등 온갖 취미를 접목하면 성수기 따로 없이 손님들이 올 것이다. 지자체는 담당 직원을 배치하고 민박을 홈피에 홍보, 관리하면 돈 들이지 않고 관광, 체류객들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하동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국립공원이 두 개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제도개선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해 귀촌 인구는 50만 남짓이고 귀농 인구는 1만 5천이라고 한다. 물론 귀촌 인구 통계에는 허수가 있다. 실질적으로는 15만 정도로 필자는 추정한다. 어쨌든 인구유입 측면에서 보면 월등히 많은 귀촌인을 위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하는데 정작 귀농·귀촌인 지원책에는 대부분 농업인 조건이 들어있다. 빈집 수리비를 지원받아 빈집을 수리해서 임시 거주지로 하고 싶은데 농업인이 아니라서 지원을 못 받는다. 귀농인은 농토가 있고 농사를 짓는다는 여건이기에 주거지가 이미 확보되어 있다. 주거가 필요한 사람은 귀촌인인데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주겠다는 것인지 안주겠다는 것인지... 그러고는 관 주도의 빈집정책을 시행하는데 ‘집주인의 협조가 없어 난항을 겪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농업인 조건을 없애기만 하면 자연스레 민간주도로 해결될 것을...
더구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귀촌인의 20%가 한해에 귀농인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따라서 지원책은 귀촌인에게 집중해야 하고 귀농·귀촌교육 또한 귀촌인 위주여야 한다. 현실은 반대다. 국가는 물론 지자체의 귀농·귀촌 교육프로그램을 보면 귀농인 위주의 농사짓는 방법들이다. 귀촌인에게 필요한 건 당장 정착하는 것이다. 살 지역을 정하고, 주거를 확보하고, 텃세를 극복하고, 수입원을 확보하고, 집짓기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개요 정도로 간단히 끝낸다. 교육생 중 30명은 귀촌인, 1명은 귀농인인데 강의는 귀농인 1명 위주로 진행하고 있는 꼴이다. 방향이 한참 어긋난 것이다.
셋째, 시골에 대한 편견 타파와 인식 전환의 계몽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공무원들부터 온 국민 전체에 해당한다. 농촌은 농사짓는 곳이다, 농사는 골병든다, 농사는 돈 안 된다, 시골은 의료환경이 열악하다, 시골은 교육여건이 좋지 않다, 텃세 때문에 역귀농을 한다, 시골엔 문화생활이 박약하다 등등 시골에 대한 편견이 많다. 추후 기회가 되면 이것들이 왜 편견인지 말씀드리겠다.
넷째, 지역적인 문제이지만 악양 들판 허수아비 축제의 방향 전환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서 2022년 세계우수관광마을 32곳 중에 악양 평사리를 꼽았다. 평사리의 최고 자랑은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 황금들판이다. 들판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이고 어머니와도 같아서 고향의 상징이다. 오늘날처럼 고향이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더욱 잘 보전해야 할 고향 들판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재고해야 한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평사리 들판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전엔 거센 바람을 이겨낼 설치기술이 조악하여 하우스가 없었지만 이젠 설치가 가능하다. 행정에서는 사유재산권 행사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주민 몇몇이 설득하여 겨우 자리를 옮겼다. 만약 악양 들판이 하우스로 덮인다면 악양의 경관이 어떠하겠는가.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다. 들판을 보전하려고 허수아비 축제가 기획되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들판을 보전하고 홍보하자는 애초의 의도는 사라지고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 되고 말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 있다. 예산을 상금으로 책정해 보라. 전국의 예술학도나 예술가들이 뛰어난 작품을 출품할 것이고 사진작가들이 몰려들 것이다. 사람이 몰려들면 하동홍보도 하고 먹거리장터는 지역 단체에 일임하여 수익을 보게 하면 된다. 여력이 되면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께 수익금을 주면 더할 나위 없다. 친환경 악양쌀이 소문나면 쌀값도 좋게 받을 것이 아닌가. 갈수록 황금들판이 사라지고 나무가 들어서고 하우스가 들어서서 악양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물이 아래로 흐르듯 순리대로 행정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하동은 하동의 발전을 위한 군민들의 의견과 주장을 있는 그대로 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