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송산단은 왜 ‘민자사업’이 아닌 하동군의 ‘단독 공영개발 사업’으로 뒤바뀌게 되었나?
하동군은 대송산단 개발사업으로 2,260억 원의 빚을 졌었다. 이를 갚기 위해 하동군은 지난 5월 1,3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한 해 예산의 20% 수준이다. 특별회계 500억 원까지 추가해 한국투자증권과 맺었던 PF 대출금 2,260억 원을 상환했다. 지방채 발행으로 인해 연간 발생하는 이자만 약 17억 원이다. 분양된 업체는 현재까지 단 한 군데 뿐이다. 왜 막대한 빚을 하동군이 떠안으면서까지 하동군 단독 공영개발로 바뀔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본다.
2003년 하동군 금성면·금남면 일대 371만 평에 사업비 약 2조 원을 투자하는 ‘갈사만 조선산단’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약 10년 뒤인 2014년 1월,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갈사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 배후단지로 조성했던 ‘대송산업단지’ 개발사업도 저절로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2015년, 하동군은 설립 당시 자본금 5천만 원에 불과했던 특수목적법인 ‘(주)대송산업개발(이하 ㈜대송)’과 민자 투자 협약을 체결해버렸다. ㈜대송이 사업에 필요한 PF 자금 1,810억 원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대출 약정을 할 때, 하동군이 미분양부지 발생 시에 용지 매입을 해주겠다는 확약에 동의하면서 사실상 보증을 섰다. 그러나 ㈜대송이 부도가 나면서 1,810억 원에다 추가 대출금 450억원까지 더해 총 2,260억 원을 하동군이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을 떠안았다.
의문
분양률 0% 시, 하동군 부담액은 최대 542억 원이라더니 왜 1,810억 원인가?
2015년 1월 13일, ㈜대송, 한국투자증권, 4개의 시공사와 하동군은 <대송산단 조성사업 실시협약서>를 체결했다. 날인한 실시협약서에 따르면, 분양률 0% 일 때 하동군 부담액은 최대 542억 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은 모든 시행사와 시공사의 도급계약서에도 있다. ‘하동군 부담액 최대 542억’이라는 실시협약서가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왜 하동군은 542억 원이 아니라 1,810억 원을 부담했는지, 왜 부담액에 대한 법적 소송 다툼을 끝까지 진행하지 않았는지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횡령과 배임
하동군은 시행사에 대한 고발, 징계, 자격요건을 계속 미검증했다
① ㈜대송 주재민 대표의 통합 잔고 증명서 관련 사문서 등의 위조 및 변조 혐의
= “지금 제 기업은행 통장에 5,500억 원 잔고가 찍히고 통합 잔고증명서를 군수님께서 오셔서 다 확인했습니다.” 2019년 1월, 하동군의회 ‘대송특위’에서 주재민 대표가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나 투자유치 확보에 대해 ‘대송특위’로부터 허위 진술 혐의를 받았다. 또 투자유치를 했다면 투자금은 사업시행자의 법인 계좌로 입금되어야 했으나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어서 사문서위조 의심을 받았고 업무 방해 혐의로 시민단체에게 고발도 당했다.
② 대송산단 개발사업비의 부당사용 관련해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 2019년6월, 하동군의회 행정사무감사특위에서 주재민 대표는 사업의 공금인 PF 자금 중 10억 원 가량을 임의로 이재곤, 강창구, 이경만 등 개인에게 빌려주어 사업비를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박영경 하동군 산단조성과장은 “㈜대송과 집행부가 사실상 눈감아준 상태에서 돈을 유용한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③ 주재민 대표는 자본금 10만 원인 하동위그밸리(주)를 설립해 위그선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하동군을 오인하게 하였다. 위그선 관련 조립 업체와 부품 업체가 입주할 것처럼 하동군과 하동군의회를 기만해 10억 가량을 용역비, 홍보비, 위그선 경매 자금 명목으로 사용했으나 위그선 관련 유치 성과는 전무했다.
④ 기성유보금 미적립 관련, 업무상 횡령과 배임 위반 혐의
= “계약서상에는 기성유보금을 책정해놓게 되어 있습니다.” 2018년 11월, 하동군의회 대송특위 제12차 회의에서 ㈜대송 주세영 재무본부장이 말하였다. 공사 도급 계약서상 기성유보금을 적립하여야 함에도 부족한 사업비에 기성유보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거짓말
하동군은 대송산단 관련하여 각종 허위사실에 대한 거듭된 의심을 받았다
① “세계적인 위그선을 유치하기 위해서 벌써 배를 31척을 계약해 놨습니다.(...중략...)기 수주계약을 31척을 해놨기 때문에 공장만 지으면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계약체결을 마쳐놨고...”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하동군수 후보자 대담 방송에서 윤상기 군수가 한 말이다. 대송산단 분양과 갈사만 정상화는 지방선거 최대 쟁점이었고 윤상기 군수의 말은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되었으나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그러나 3년여 시간이 흐
른 지금, 위그선 관련 사업에서 아무것도 진척된 것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거짓 계약 사실을 공표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② “5,500억 원 투자유치를 확보했습니다.”라고 윤상기 군수는 2018년 12월 각종 사회단체 송년회 자리에서 대송과 관련해 투자유치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금은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대송 주재민 대표가 “윤상기 군수님에게 5,500억 원 관련해서 누구한테도 일체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했는데....”라고 하동군의회 대송특위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아, 군수는 의도적으로 확정적이지 않은 투자 유치 사실을 군민들에게 알린 것으로 보인다.
③ 2016년 11월 체결된 ‘위그선 글로벌 기지 조성 합의 양해각서 체결’ 의구심
=양해각서에 서명한 위그선 제조사 ㈜윙쉽테크놀러지는 2014년 공장과 부동산 압류를 당하였고 대표 강창구는 고액 임금체불자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다. 위그선 총괄 기획의 ㈜코윙 회사는 설립 3개월 된 위그선 관련 실적이 전혀 없는 신설 회사였다. 윤상기 군수는 하동군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기업체의 능력과 실적 그리고 재무 상태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하동군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
침묵
계속된 시행사의 비리와 방만한 경영에도 하동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밖에도 주재민 대표의 관계사에 증빙 없는 4억 지출, 임원진 고액연봉, 고급차량 렌트비, 하도급 계약의 불투명성으로 공사비 상승을 초래했다. 하동군 집행부는 사업비를 유용할 수 있도록 눈 감아 주었고, 이는 ㈜대송의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져 결국 부도처리 되었다.
자료 비공개와 거짓말 의심을 계속 받아 온 하동군,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온 ㈜대송, 막대한 이자 수익을 챙긴 한국투자증권 등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동 군민에게 엄청난 부채를 떠안긴 것이다. 이제 하동군은 산단 부지 분양, 부속 시설 설치, 용도 변경 등 물적, 법적인 부분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제부터라도 대송산단 및 하동군정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다가올 2022년, 대송산단 공영개발의 추진 주체는 하동군민임을 명심하고 ‘군민들의 의견’을 새롭게 다시 모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