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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산악열차를 말하다

산악열차 찬성·반대 현수막으로 나타나는 지역 갈등
청소년들의 따끔한 충고, “찬성과 반대가 얘기를 나눠서 결론을 내려야”
2021년 하동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 중 산악열차는 단연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산악열차를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은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 9월 3일, 하동고등학교에서는 ‘사회문제 탐구보고서대회’가 열렸다. 일반사회, 윤리, 역사의 세 분야에서 원하는 주제를 선정해 조사하여 발표하는데, 2등으로 선정된 ‘지리산 산악열차,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발표를 한 학생들 - 김태오(18), 김회산(18) - 을 만나보았다.
하동고등학교 김태오 학생과 김회산 학생
산악열차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 하동 어디든 돌아다니다 보면 ‘산악열차 반대’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는데, 그 밑에 비슷한 문구로 ‘산악열차 찬성’이라는 또 다른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걸 보고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하동에 살면 한 번쯤은 학생들이 이걸 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서 이 주제를 선택하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응은 어땠나
▽ 다른 팀들보다 발표 후에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산악열차가 왜 경제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되는지, 산악열차에 대한 다른 지역 사례가 있는지, 인터넷에서 검색했는데 관광객 수는 증가했지만 실제로 GRDP(지역내 총생산)는 증가하지 않았는데, GRDP그게 뭐냐 이런 질문도 받았고...
본인들은 찬성인가 반대인가
▽ 보고서는 찬성과 반대 균형을 맞춰서 양쪽을 다 다루려고 노력했다. 자료 검색을 하면 반대 관련 자료가 더 많아서 균형을 이루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반대쪽으로 보고서가 좀 치우쳤다. 찬성쪽 자료는 아무리 검색해도 같은 자료만 나와 발표 내용이 한정적이었다.
▲ 구체적 내용은
▽ 반대 측은 환경문제, 이런 게 많았다, 산에다 짓는 거니까 거기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이나 나무 같은 것들 그런 것에 대한 걱정, 형제봉 바로 밑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소음문제나 식수 오염 문제, 쓰레기 문제 같은 피해가 갈 수 있고, 앞서자연을 개발해서 추진했던 사업들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걸 근거로 반대하고 있더라. 찬성 측은 원래 있던 도로에 까는 거라 산을 깎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자연파괴 우려는 적다고 했고, 충전식 전기열차라 소음이 덜할 거라는 이야기. 찬성 측 자료는 주로 반대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의 글들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
▽ 산악열차 사업이 민자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찬성 쪽에서는 민자 사업이니까 실패해도 하동군에는 피해가 없다고 하는데, 실패하면 다른 쪽으로 피해가 가는 거 아닌가. 그리고 좀 어려웠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가 애매했다. 산악열차 규모를 줄인다든지 민간인의 피해가 최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식으로 결론내렸다.
산악열차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은
[태오] 서로 양보를 못 하는 것 같다. 하동군 쪽에서는 조금이라도 경제력을 향상시키자는 거고, 반대측에서는 규모를 줄인다 해도 산을 깎는 행위가 되고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가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추진을 안 했으면 좋겠다. 하동군에서 알프스 하동이라면서 스위스를 롤 모델로 해서 저러는데, 하동군하고 스위스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하동군 상황을 보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고 아직까지는 안했으면 좋겠다.
[회산] 아직 너무 이른 것 같다. 반대와 찬성이 얘기를 나눠서 결론을 내려야 할 텐데... 너무 찬성 측이 하자 그러면 반대 측이 또 서로 대립되니까 서로 입을 맞춰서 하든가 안 하든가 해야 할 텐데, 아직 사업을 추진하기엔 이른 것 같다.
11월 19일에는 산악열차 반대대책위가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며 50여 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하동군 관광진흥과를 항의 방문했다. 대책위 측은 “군이 추진하려는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모든 결정 사항을 유보한 채로 객관적으로 따져보자”며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관광진흥과 과장 이충열 씨는 “전문가하고 찬성 쪽 분들 의견을 물어봐 가지고 토론회를 한번 해 보든지 그런 방법을 강구해 보도록 할게요. 패널 초청하고 전문가 자문 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의논해서 의견도 조율하고 하면서”라며 대책위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산악열차를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모두 하동군민이다. 청소년들도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자리가 반드시 마련되어 주민들이 숙고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산악열차는 하동군이 추진하고 있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공공 150억 원, 민자 1500억 원으로 화개, 악양, 청암면 일원에 형제봉 능선을 따라 산악열차 12km, 모노레일 2.2km, 케이블카 3.6km, 휴게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에 기획재정부에서 원점 재검토를 권고 했고, 올해 3월에는 사업시행자였던 대림건설이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양해각서(MOU) 폐기 통보를 해 옴에 따라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하동군은 내년 9월까지 사업시행자를 다시 지정해 2023년 6월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둘러싼 지역의 찬반 대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1년 12월 / 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