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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베트남에서 온 태희씨, 낯선 땅에 뿌리내리기

양태희(36)씨는 베트남에서 왔다. 결혼이주민으로 한국에서 산지 14년째다.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옥종에서 친정 부모님과 함께 딸기 농사를 짓는다. 아빠에게 화가 나 홧김에 한국행을 선택할 정도로 당찬 면모와 함께 차근차근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다. 낯선 땅에서 당당하게 살고 있는 태희씨 삶의 몇 장면을 들여다 본다.
양태희씨
맨 처음 겪으신 문제는 한국어 문제, 언어문제가 가장 크셨겠네요?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참 힘들었죠. 말하고 싶어도 못 하고 알아듣지도 못 하고, 가르쳐 달라고 해도 (남편이) 시간이 없어서 못 가르쳐주고...그리고 시부모 안 계시니까 배우고 싶어도 못 하는 거 너무 많은데 혹시나 누가 해 주시고 가르쳐 주시면 언어를 안 통해도 보는 건 배우겠는데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식당에서 할머니께서 음식하시는 거 계속 가서 보고 도와드리면서 조금씩 배웠어요. 할머니는 많이 친절하시고 외국에서 오니까 참 잘해주셨어요. 주변사람들도 잘해주셨고. 그렇지만 밖에 나가면 또 힘드는 건 다른 할머니들이 ‘니 어디서 왔니?’,‘남편 뭐 하니?’,‘돈 많이 버니?’, ‘베트남 많이 보냈나?’ 그거는 조금 진짜... 마음으로는 시집을 온 건데 ‘네가 행복하게 살고 있니?’ 왜 안 묻고 ‘돈 많이 보내줬니?’ 뭐 그런, 왜 그럴까? 힘들었어요. 그런 말씀을 물어보는 것보다도 그냥 ‘너 여기 와서 안 힘드니?’, ‘남편이 잘 해줬나?’ 뭐 그런 말씀 물어보시면 진짜 따뜻했을 텐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가 한국사람이 아니라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그런 것은 없나요?
저도 제가 힘든 것 있지만 애들한테 창피하거나 그런 거는 없고, 얘기할 때도 자신에 대해서 그런 거 없고.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지만 한국에 대해 아는 건 많이 없지만 엄마 노력하고 있고, 니들도 엄마에 대해서 부끄럽거나 그런 건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니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베트남도 가 본 적 있고 베트남어도 할 수 있고... 그거 좋은 거잖아?’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애들도 그건 이해하고 있어요. (웃음) 한번은 장난적으로 친구들하고 얘기하는데, 애들이 우리 애보고 ‘바보냐?’ 이렇게 얘기했는데 ‘니들은 우리 개보다 더 못 하는데, 우리집 개는 베트남어도 알아 듣는다. 니들은 베트남어 못 알아 듣잖아? 그런 얘기를 했더라구요. 그러니까 자신감이 좀 생기는 거겠죠. (웃음)
우와! 훌륭하네요! 애 똑똑하게 잘 키우셨는데요.

“살기는 한국이 더 좋아요.”

베트남하고 한국생활을 다 해 보셨는데, 두 나라가 살기에 어떠세요?
살기는 한국이 더 좋아요. 경제적으로는 한국에서는 혼자서 하면 조금 아껴서 하면 식구 챙길 수는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안 그래요. 그리고 느낌이 있잖아요. 깝깝한 느낌이 좀 덜 들고...베트남에서는 눈치 봐야 될 거 같아요. 촌에서 특히 더 그렇고. 살면서 어른들을 만나 뵈면 인사도 잘 해야 되지, 기분 나쁠 때도 표현을 안 해야 되고. 어떻게 보면 너무 자기를 감싸놓고 살아가야 돼요. 여긴 내가 힘들다 하면 ‘그냥 오늘 아무 일도 안 하고 싶고 집에 누워 있을래.’ 그러면 되는데 베트남에서는 안 그래요. 식구가 많아서. 누워 있어도 안 되고 왔다갔다 해도 안 되고 어디 가도 안 되고 상황이 좀 그렇고...뭐 나머지는 다 똑같아요.“살고 있지만 사는 거 아닌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 어려운 점, 부족한 점은 뭐예요?
한국분들이 저희 베트남 말고 다른 외국인분들하고도 잘 안 어울려요. 한국 엄마들은 우리한테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저희는 줄 수 없잖아요. 그런 입장에서 그런 건지 오히려 다가오진 않고, 그런 입장이니까 저희도 저희들끼리 뭉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뭉치면 또 뭘 얻겠냐? 한국사람이랑 어울려야 어떤 정보, 어떤 이야기 이런 거 얻는데,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것도 못 하고 또 면에서 군에서 정보를 안 주시니까, 진짜 그것도 어떻게 보면, 살고 있지만 사는 거 아닌 것 같아요.
주변에 다른 베트남분들은 어떠세요?
잘 이해해 주시는 분은 며느리를 (한글학교에) 보내고 안 이해해 주시는 분은 ‘집에만 있으라.’ 집에만 있는데 ‘한국말은 빨리 배워라.’ 그거는 좀 안 되는데. (웃음) 사람이랑 어울려야 배우고 하는데 집에만 있으면 배우긴 진짜 힘들어요. 남편도 뭐 경상도 남자들은 그렇잖아요? 특징이. 자상하지는 않고 저거도 않고...(웃음) 그런데 마누라한테는 진짜 요구가 많아요. 한국말도 잘 해야 되고, 애 잘 키워야 되고, 뭐 해야 되고...(웃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좀 이해해 주면서 같이 가 주거나 그럼 되는데 그렇게 되시는 분은 정말 몇 명 안 돼요. 저희는 바라는 건 많이 없어요. 그냥 어떻게 화목하게 살고 정보 있으면 나눠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아니면 도움을 청하면 조금만이라도 도와주실 수 있으면 감사한 거죠.”
베트남분들 중에 문화적 차이 때문에 다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나요?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은 몇 명 안 되는데... 집 나가는 거죠. 남편이랑 안 살고. 나가서 돈 벌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숙하고 같이 사니까 힘들어요. 말도 못 하는데 말도 안 통하는데 남편은 하늘이래! (웃음) 밥 먹을 때도 그릇 잘못 놓으면 뭐라고 하시는 분도 있대요. 저희는 안 그래요. 다 똑같아요. 그냥 문화는 어른만 좀 존경하고 ‘먼저 드세요. 맛있는 거 드세요.’ 부드러운 거 드리고 그런 거지. 한국에는 조금 심해요. 시어머니가 인제 ‘남편은 하늘이고 너는 땅이야. 남편 시키는 대로 다 해라.’ 이런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제가 왔을 때 진짜로... 와! 황당해가지고 이게 뭐냐? 그랬어요.
아무래도 시댁이 있는 분들은 그런 문제를 많이 겪겠네요?
제가 아는 동생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내가 뭐뭐 시켰는데, 네네 알겠습니다 했다가 나중에 그대로 있더라고!’하고 화를 내세요. 그런데 중요한 건 며느리는 못 알아 듣는데 시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니, 어머니. 이건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는 그냥 입에 붙은 말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 지가 알아들어서 이걸 한 게 아니잖아요? 말씀하실 때 좀 부드럽게, 아야. 이거 뭐뭐 좀 해라 하시면 되는데...’ 했어요. 처음부터 말을 너무 씨게 하고 하니까 애가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 ‘집에서 부모님한테 이런 취급 안 받았는데, 시집을 가니까 딱 이러더라.’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도 그 시어머니는 ‘아니, 내가 칠십이 다 됐는데 남편한테도 말 안 줄이고 시부모님한테도 말 안 줄이는데 지금 내가 며느리한테 말을 줄여야 되겠나!’ (웃음) 이래 말씀하세요. 그래서 제가 ‘안 그러면 왜 처음부터 외국 며느리를 삼았어요? 한국사람을 데려오면 되는데 왜 그랬습니까? 좀 이해해 주시면 되는데.’ 했어요. 그래도 안 고쳐져요. 애 낳고 난 다음에 애 놔두고 베트남으로 가래요. 황당하잖아요. 며느리보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진짜 꽤 있더라구요.

“세상에 다 좋은 거 없습니다.”

어찌 보면 태희씨는 시부모님이 안 계신 환경이 정말 좋은 거였겠네요?
제 입장에서는 안 좋았어요. 뭐 좋은 면은 제가 자유롭게 이렇게 했지만... 안타까웠죠. 혹시나 계셨으면 제가 배울 것도 있었고 애들을 돌봐주시면 진짜 좋았겠죠. 있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하고 없는 사람은 진짜 계시면 좋은 것 같아요. 세상에 다 좋은 거 없습니다.

2021년 6월 /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