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째. 환갑을 맞이한 집.
5년간 빈집이다가 4년 전 다시 불을 켠 집.
100가구가 넘던 마을 복판에 있는 집.
툇마루에 앉아 이웃집들을 살핀다.
12시 방향.
86세 어머니와 40대 막내딸이 함께 산다. 작년까진 지팡이 짚고 바깥출입을 하셨는데, 올해부터는 아주 가끔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오신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한다.
1시 방향.
88세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산다. 무릎 관절염으로 전동의자를 탄다. 치매가 있다. 마을회관에서점심 드실 때만 바깥출입하시는데, 코로나19로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아들이 작년에 들어 와 같이 산다.
3시 방향.
80대 초반 객지에서 온 남자 어르신. 10여 년 전, 옛 집을 허물고. 작은 판넬 집을 지어 혼자 산다. 인사를 한 적도 없다. 밤에 불빛만 보인다.
5시 방향.
79세 어머니. 혼자 산다. 1년 전 다리뼈가 부러져 치료한 후, 주로 집 안에서 산다. 가끔 이웃 어머니들이 방문한다.
6시 방향.
75세 사촌 형수. 혼자 산다. 밭일 과수일로 바쁘다. 운전하는 기계 없이 걸어 다니고 몸으로 한다. 길에서 자주 만난다. 조카인 아들이 때때로 들어와 일을 돕는다.
7시 방향.
친구네 집 터. 이사간지 40여년. 집이 허물어진지 20여년. 집터가 풀밭이다.
8시 방향.
76세 아버지와 74세 어머니가 산다. 아버지는 한학과 풍수에 밝아 집과 무덤 터를 잡거나 그런 일을 관장한다. 마을 이장을 20년 하셨다. 어머니는 마을 며느리였다. 최고의 자원봉사자다.
10시 방향.
큰집 터. 20여 년 전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이 비었다. 기둥은 썩었고. 양철 지붕은 덜렁거리며 담장은 절반쯤 무너져서 작년에 허물었다. 빈 집터에 동네 사람들이 차나 농기계를 세운다.
11시 방향.
55세 남자. 혼자 산다. 어릴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아 말도 못한다. 농기계를 잘 다루고 일을 잘해서 동네 벼농사를 도맡아 한다.
아홉 집 중, 빈집이 둘
혼자 사는 집이 넷이다.
일주일간 한마디도 않고 지낼 수 있다.